KAIST, 연구성과 가로막는 ‘제도의 벽’ 국회서 해법 찾는다

유일혁 기자 · 입력 2026.11.02 05:28
입법박람회서 연구·창업·탄소중립 제도 개선 논의…EgoX와 태양광 허가 사례로 현장 과제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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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실에서 작동한 기술이 국민의 일상에 들어가려면 성능을 높이는 것만큼 법과 제도를 현실에 맞게 다듬는 일이 중요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연구성과를 국회에 소개하고, 기술이 실생활과 산업 현장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제도적 어려움과 개선 방향을 논의한다.

KAIST는 11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국회 중앙잔디광장 등 국회 경내에서 열리는 ‘2026 국회 입법박람회’에 참가해 ‘연구실에서 국회까지’ 부스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연구기관이 기술 자체만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구·창업·탄소중립 과제를 입법의 관점에서 살펴본다는 취지다.

배충식 KAIST 총장은 “실험실에서 나온 기술이 국민의 삶에 닿기까지는 연구만으로 넘을 수 없는 제도의 벽이 있다”고 밝혔다. 연구자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지만, 사업화와 실증 과정에서 적용되는 허가 기준이나 투자 규정까지 연구만으로 바꾸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기술의 가능성을 실제 서비스와 산업으로 연결하려면 연구기관과 입법기관이 현장의 문제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KAIST 주재걸 교수팀의 ‘EgoX’는 이러한 연구성과의 한 사례다. EgoX는 한 대의 카메라로 촬영한 3인칭 영상과 목표로 삼은 1인칭 카메라 자세를 입력받아, 당사자의 눈으로 보는 것과 같은 1인칭 영상을 생성하는 기술이다. 기존 방식이 첫 번째 1인칭 화면이나 여러 대의 3인칭 카메라를 요구했던 것과 달리, 단일 3인칭 영상으로 시점 변환을 시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사람의 행동을 여러 시점에서 담은 Ego-Exo4D 자료에서 영상 4,000개를 선별했다. 이 가운데 3,600개는 인공지능 학습에, 400개는 시험에 사용했다. 학습에 쓰지 않은 별도 영상 100개로는 새로운 장면에서도 기술이 작동하는지 일반화 성능을 평가했다. 다만 현재 방식은 변환할 목표 카메라 자세를 외부에서 지정해야 한다. 영상만 보고 사람의 머리 자세를 자동으로 알아내는 기능은 후속 과제로 남아 있다.

탄소중립 기술을 현장에서 시험할 때는 허가 체계가 변수가 된다. 전기사업법 제7조는 발전사업의 설비 종류와 규모에 따라 허가권자를 중앙정부와 시·도지사로 구분한다. 시행규칙 제4조에 따르면 발전설비용량이 3,000킬로와트 이하인 발전사업의 허가 신청은 시·도지사에게 제출한다. 3,000킬로와트는 3메가와트와 같은 용량이다.

법제처는 기존 발전설비를 늘린 뒤 합계 용량이 3,000킬로와트를 초과하면 변경허가 권한도 중앙정부로 넘어간다고 해석했다. 태양광이라는 발전원 자체보다 전국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용량 기준에 따라 담당 허가기관이 달라지는 구조다. 연구기관이 캠퍼스를 지속가능 기술의 시험 공간으로 활용하려 할 때도 기술 검증과 별개로 행정 절차를 함께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논의는 배 총장이 2026년 8월 발표한 KAIST의 5대 발전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연구성과를 산업과 창업으로 잇는 ‘Beyond Laboratory’와 캠퍼스를 지속가능 기술의 실증 공간으로 활용하는 ‘Beyond Carbon’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연구 결과를 논문에 머물게 하지 않고 창업, 실증, 제도 개선으로 이어가려면 기술이 부딪히는 구체적인 장벽을 입법 과정에 전달하는 통로가 필요하다.

자료: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국가법령정보센터, 법제처, Computer Vision Foundation, arX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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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혁 기자 ih.yoo@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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