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400㎞ 광섬유 끝의 5.5펨토와트 빛을 읽었다…위상 정렬 대신 ‘광자 짝’으로 복원한 원격 분광

김동현 기자 · 입력 2026.11.03 07:40
중국 연구진, 검출 사건의 2차 상관으로 장시간 데이터 누적…최저광 기록보다 장거리 위상 흔들림을 푼 방식에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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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베이징양자정보과학원)

약한 빛을 읽는 데 가장 큰 적은 어둠만이 아니었다. 드문드문 도착하는 광자를 오래 모으는 사이 400㎞ 광섬유가 온도와 진동, 응력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면 먼저 받은 간섭무늬와 나중에 받은 간섭무늬의 위상이 어긋난다. 서울과 부산 사이를 떠올릴 만한 거리 규모의 광섬유에서 빛의 흔적을 모으면서, 서로 흔들린 무늬까지 맞춰야 하는 셈이다. 다만 이번 실험이 실제 서울–부산 노선이나 도시 간 상용망에서 이뤄졌다는 뜻은 아니다.

중국 연구진은 이 문제를 간섭무늬 하나하나의 위상을 정렬하는 대신 광자 검출 사건 사이의 관계를 계산하는 방법으로 풀었다. 연구진은 400㎞ 광섬유 링크의 분산형 구성에서 광주파수빗(일정한 간격의 주파수 눈금을 가진 레이저)의 강도 스펙트럼을 복원했다고 보고했다. 수신 조건은 빗살 하나당 평균 수신광 파워 5.5펨토와트였다. 1W의 약 182조분의 1에 해당하지만, 주파수빗 전체의 총전력이 아니라 빛의 자를 이루는 눈금 하나당 전력이다. 복원한 스펙트럼의 신호대잡음비는 논문이 정의한 기준으로 23.5dB를 초과했다.

빛의 자를 읽으려면 두 빗의 박자를 들어야 한다

듀얼콤 분광은 반복률이 조금 다른 두 광주파수빗을 간섭시켜 빛의 스펙트럼을 읽는 기술이다. 두 빗의 간격이 살짝 다르면 높은 광주파수에 담긴 정보가 전자장비로 읽을 수 있는 무선주파수 대역으로 옮겨진다. 아주 빠른 두 박자의 미세한 차이를 느린 맥놀이로 바꿔 듣는 것과 비슷하다. 관련 분광 구상은 2002년 제안됐고, 2004년 초기 중적외선 실험이 보고됐다.

빛이 충분히 강하면 간섭무늬를 비교적 짧은 시간에 얻을 수 있다. 극미약광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광자 검출 사건을 장시간 모아 여러 간섭무늬를 누적해야 한다. 이때 광섬유의 광학적 경로 길이가 달라지면 측정 시점마다 간섭 위상이 바뀐다. 흔들린 투명 필름 여러 장을 포개 원래 그림을 보려는데, 필름마다 위치와 각도가 조금씩 달라진 상황과 닮았다.

기존 광자계수 듀얼콤 분광도 도착 시점과 위상을 보정하거나 공동경로 구성을 이용해 장시간 약광 측정을 해왔다. 그러나 정밀한 안정화와 후처리가 필요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방법으로 불가능했던 측정을 처음 열었다기보다, 장거리에서 여러 간섭무늬를 쌓을 때 생기는 위상 정렬 부담을 줄이는 다른 길을 제시했다.

절대 위치 대신 ‘함께 나타난 관계’를 모았다

연구진이 제안한 ‘광자 짝짓기 방식’은 검출된 광자 사건을 짝지어 2차 상관관계를 계산하는 방법이다. 여기서 광자 짝은 얽힌 광자쌍을 만들어 400㎞ 전송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검출기에 기록된 개별 사건 가운데 어느 사건들이 시간적으로 연관돼 나타났는지를 사후에 짝지어 처리한다는 뜻이다.

기존 방식이 흔들린 투명 필름들의 위치와 각도를 맞춘 뒤 포개는 작업이라면, 새 방식은 각 필름의 절대 위치보다 두 점이 함께 나타나는 관계를 모아 무늬를 계산하는 데 가깝다. 연구진은 이 방식으로 장시간 데이터를 누적하면서 여러 간섭무늬 사이의 위상 정렬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모든 위상 제어와 주파수 기준, 반복률 안정화, 시간 태깅, 상대 지연 보정까지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절대 위상을 직접 맞추기보다 밝기 요동의 상관관계를 보는 발상에는 1950년대 Hanbury Brown–Twiss 강도간섭계라는 선례가 있다. 이번 장치가 당시 기술과 동일하다는 뜻은 아니다. 연구진은 그와 통하는 상관 측정의 철학을 장거리·극미약광·분산형 주파수빗 분광에 적용했다.

저자들은 자신들이 비교한 조건에서 광자 짝짓기 방식의 신호대잡음비가 광자 계수율에 선형적으로 비례하고, 비교 대상인 종래 광자계수 방식은 계수율의 제곱근에 비례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가 성립하는 계수율과 적산시간, 배경잡음의 구체적인 범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모든 측정 환경에서 새 방식이 더 유리하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최저광 기록이 아니라 400㎞의 흔들림을 다룬 방법

빗살 하나당 평균 수신광 파워 5.5펨토와트는 매우 작은 값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약한 빛을 분광한 기록은 아니다. 2025년에는 빗살당 평균 검출전력 4아토와트에서 광자계수 듀얼콤 분광을 수행한 선행연구가 보고됐다. 수치만 단순 비교하면 5.5펨토와트는 4아토와트의 약 1375배다.

그러나 두 숫자만으로 장치의 우열을 정할 수도 없다. 실험 거리와 광로, 대역폭, 검출기, 배경잡음, 적산시간, 신호대잡음비의 정의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성과의 초점은 수신전력 최저 기록이 아니라 400㎞ 링크에서 간섭무늬별 위상 정렬을 생략하고 강도 스펙트럼을 복원한 방법에 있다.

확인된 복원 대상도 광원의 강도 스펙트럼이다. 시료의 위상과 분산까지 포함한 복소 스펙트럼 전체를 기존 듀얼콤 분광과 같은 수준으로 얻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400㎞ 광섬유가 실제 도시 간 매설망인지 실험실에 감아 둔 광섬유인지, 증폭기·중계기·필터가 어떻게 구성됐는지도 공개된 내용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특정 가스나 화학물질의 흡수선 또는 농도를 이 거리에서 측정했다는 근거도 확인되지 않았다.

장거리 계측의 가능성, 검증은 이제 시작

연구진의 접근은 장거리 분광과 주파수 계측, 원격 감지, 양자 네트워크 계측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먼 거리에서 약한 신호를 오래 모아야 하지만 광섬유의 환경 변화 때문에 간섭 위상이 계속 흔들리는 상황에서, 절대 위상을 맞추는 부담을 상관 계산으로 덜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은 질문도 많다. 정확한 중심파장과 빗살 수·간격, 적산시간, 광자 계수율, 검출기의 종류와 효율, 암계수, 검출 사건을 짝짓는 시간창은 확인되지 않았다. 2차 상관 방식은 일반적으로 배경광과 검출기 암계수, 시간지터, 우연 일치의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이번 실험에서 각각을 얼마나 제거했는지도 판단하기 어렵다.

논문은 2025년 7월 7일 접수돼 2026년 9월 28일 게재 승인을 받았고, 2026년 10월 31일 온라인 공개됐다. 공개 후 사흘인 11월 3일 기준으로 다른 연구팀의 독립 재현이나 구체적인 외부 평가는 확인되지 않았다. 400㎞와 5.5펨토와트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흔들리는 장거리 광섬유에서 무엇을 생략하고 무엇을 새로 계산했는지다. 그 방법이 실제 원격 분광과 네트워크 계측에서 어느 범위까지 작동하는지는 후속 재현과 구체적인 응용 실험이 답해야 한다.

자료: 베이징양자정보과학원·베이징우전대·베이징대·중국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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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 dh.kim@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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