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재료과학자를 대신할 수 있을까…라이너·서울대, 연구실에서 직접 검증한다

AI가 인간 연구자의 반복 업무를 얼마나 덜어줄 수 있는지는 자주 이야기되지만, 실제 대학 연구실 안에서 그 값을 재본 사례는 드물었다. 국내 AI 기업과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연구팀이 바로 그 실측에 나선다. 챗봇이나 검색 보조 수준에 머물던 연구용 AI를, 가설을 세우고 논문을 쓰는 연구의 처음과 끝에 투입해 생산성이 실제로 오르는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AI 연구 플랫폼 라이너(Liner)는 서울대 재료공학부 남기태 교수의 생체분자나노재료연구실(BMNL)과 함께 재료과학에 특화된 'AI 연구 에이전트'를 공동 개발한다고 22일 밝혔다. 양측은 하루 전인 21일 '첨단 재료과학 분야 AI for Science 연구 협력 체결식'을 열고 협약을 맺었다. AI for Science는 인공지능을 과학 연구 자체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최근의 연구 흐름을 가리킨다.
연구의 처음과 끝을 AI에 맡겨본다
연구 에이전트란 사람의 지시를 한 번 받은 뒤 여러 단계의 작업을 스스로 이어서 수행하는 AI를 말한다. 이번 협력에서 두 곳이 노리는 것은 가설 설정, 문헌 조사, 논문 작성으로 이어지는 연구의 전 과정에 이 에이전트를 적용하는 일이다. 어느 한 단계를 거드는 데 그치지 않고 연구 흐름 전체를 관통해보겠다는 설계다.
주목할 대목은 성과를 인상평이 아니라 수치로 확인하겠다고 못 박은 점이다. 라이너와 연구팀은 AI가 연구 속도와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하기로 했다. 연구용 AI를 둘러싼 논의가 대체로 기대와 우려의 말잔치에 머물러 온 것과 비교하면, 실제 연구실 워크플로우에서 나온 데이터로 그 효용을 따져보겠다는 접근인 셈이다.
역할은 서로의 강점에 따라 나눴다. 라이너는 AI 파이프라인과 모델 개발을 맡고, 남 교수 연구실은 재료과학 분야의 전문 지식과 연구 데이터로 그 결과물을 검증한다. AI를 만드는 쪽과 그 AI가 내놓은 결과가 학문적으로 타당한지 가려내는 쪽이 한 팀을 이루는 구조다.
도구 납품이 아니라 연구 참여
이번 협력이 갖는 의미는 AI 기업과 대학의 관계가 달라진다는 데 있다. 라이너에 따르면 이번 사례는 AI 기업이 대학 연구실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연구 수행과 기술 검증에 직접 참여하는 첫 시도다. 완성된 도구를 팔고 빠지는 방식이 아니라, 연구 과정 안으로 들어와 함께 결과를 만들고 그 성능을 함께 책임지는 형태라는 뜻이다.
남기태 교수는 AI 연구 도구가 실제 연구실의 워크플로우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실증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연구라고 말했다. AI의 효용을 선언하는 대신 검증 대상으로 삼겠다는 문제의식이 담긴 발언이다. 김진우 라이너 대표는 연구자가 반복적인 업무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AI 연구 환경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남은 과제…생산성 향상은 아직 '가설'
다만 협력의 성패는 앞으로 나올 데이터에 달려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것은 협약 체결과 공동 개발 계획일 뿐, AI 적용으로 연구 기간이나 성과가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는 아직 없다. 목표로 삼은 정량적 생산성 향상이 실제로 확인될지, 또 재료과학에서 검증된 방식이 다른 학문 분야로도 넓어질 수 있을지는 이번 공동연구의 결과가 나온 뒤에야 판단할 수 있다.
참고 자료
· 라이너, 서울대와 AI 기반 재료과학 공동연구 착수 — 테크월드 (2026.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