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안 쓰고 과산화수소 대량 생산…성균관대 연구팀, 상용화 문턱 넘다

임형광 기자 · 입력 2026.07.23 10:55 · 수정 2026.09.07 13:30
박승학 교수팀, 전극 표면 기포 문제 규명해 상용 수준 전류밀도 확보…과산화수소·수소·화학원료 동시 생산
전기 안 쓰고 과산화수소 대량 생산…성균관대 연구팀, 상용화 문턱 넘다
성균관대학교 수원캠퍼스 정문.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즈 · CC BY-SA 3.0 · Christian Bolz)

세제와 소독제로 쓰이는 과산화수소를, 전기 콘센트를 꽂지 않고도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성균관대 박승학 교수 공동 연구팀은 외부 전력을 전혀 공급하지 않고도 과산화수소를 산업 수준의 속도로 생산하는 전기화학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이런 무전력 방식은 반응 속도가 느려 실험실 밖으로 나오기 어려웠는데, 연구팀은 그 발목을 잡던 원인을 전극 표면의 '작은 거품'에서 찾아냈다.

베리타스알파에 따르면 이번 성과는 성균관대 미래에너지공학과 박승학 교수 연구팀이 주도하고 고려대 KU-KIST융합대학원 이병훈 교수, 노스웨스턴대학 에드워드 사전트 교수가 함께 참여했다. 성균관대 황지나 석박통합과정생이 연구에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에너지·환경 분야 국제학술지 '에너지·환경과학(Energy & Environmental Science)'에 지난 22일 발표됐다.

기존 과산화수소 생산의 두 가지 짐

과산화수소(H₂O₂)는 표백·살균·화학합성에 두루 쓰이는 기초 화학물질이다. 문제는 만드는 과정이다. 현재 산업계가 쓰는 방식은 안트라퀴논이라는 유기화합물을 매개로 반복 반응시키는 공정으로, 에너지를 많이 쓰고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대규모 공장에서 만들어 각지로 실어 나르는 구조여서, 필요한 곳에서 바로 만들어 쓰는 분산형 생산에는 맞지 않았다.

대안으로 주목받은 것이 전기화학 방식이다. 물이나 산소를 전기로 반응시켜 과산화수소를 얻는 방법인데, 이때 서로 다른 두 전극 사이의 자발적인 화학 반응, 곧 갈바닉 반응만 이용하면 외부 전기를 넣지 않아도 된다. 배터리가 저절로 전기를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다. 하지만 이 방식은 반응 속도가 산업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크게 못 미쳐 상용화의 벽에 막혀 있었다.

발목 잡던 원인은 전극에 붙은 미세 기포

연구팀이 지목한 병목은 전극 표면에 생기는 미세 기포였다. 반응이 일어나면 전극 표면에 작은 기체 방울이 맺히는데, 이 거품이 전극을 덮어버리면 반응물이 전극에 닿지 못해 전류가 떨어진다. 오랫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이 현상이 무전력 방식의 속도를 끌어내리는 핵심 원인이라는 사실을 규명한 것이다.

해법은 화학이 아니라 '흐름'에서 나왔다. 연구팀은 전해질(전기가 통하는 용액)의 유동을 정밀하게 제어해 전극에 맺힌 기포를 빠르게 떼어냈다. 여기에 반응물인 푸르푸랄이 용액의 표면장력을 낮춰 미세 기포가 더 잘 생기고 떨어져 나가도록 돕는다는 점도 확인했다. 표면장력이 낮아지면 물방울이 잘 퍼지듯, 기포도 전극에 오래 붙어 있지 못하고 떨어져 나간다.

전류밀도 3배·선택성 90%…상용화 수준 성능

이 전략으로 연구팀은 기존 대비 약 3배 높은 전류밀도를 확보했다. 전류밀도는 전극 단위면적당 흐르는 전류의 세기로, 값이 클수록 같은 면적에서 더 빨리 많이 만든다는 뜻이다. 연구팀이 도달한 331mA/㎠는 산업 공정이 요구하는 수준이다. 만들어진 반응물 중 과산화수소가 차지하는 비율(선택성)은 약 90%에 이르렀고, 생산 속도는 전극 1㎠당 시간당 5.617mmol을 기록했다.

에너지 효율도 뒷받침됐다. 과산화수소 1t을 만드는 데 드는 전기가 약 236kWh로, 기존 전기화학 기반 생산 기술보다 낮았다. 게다가 이 시스템은 외부 전기를 넣지 않는 갈바닉 반응만으로 과산화수소와 함께 수소, 그리고 고부가가치 화학원료인 푸로산을 동시에 얻는다. 하나의 반응으로 세 가지 유용한 물질을 함께 거두는 셈이다.

"간과됐던 문제 규명…탄소 배출 없는 공정 전략"

박승학 성균관대 미래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전기화학 공정에서 오랫동안 간과됐던 전극 표면의 기포 문제를 규명하고, 유체 흐름 제어만으로 상용화 수준의 생산성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탄소 배출 없는 지속가능한 전기화학 공정 개발에 새로운 전략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성과는 실험실에서 확인한 성능인 만큼, 실제 산업 규모의 설비에서 같은 효율과 안정성을 오래 유지할 수 있을지는 후속 실증으로 확인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탑티어 연구기관 간 협력 플랫폼 구축 및 공동연구 지원사업, 기초연구실, 우수신진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참고 자료
· 성균관대 박승학 교수 공동 연구팀 '무전력 친환경 과산화수소 대량 생산 기술' 개발.. 에너지 비용 절감 — 베리타스알파 (202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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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광 기자 hg.lim@k-rnd.net
반도체·일반공학 — 공정·소자·파운드리·메모리 및 기계·전기·토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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