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강 슈퍼컴 '루미' 옆에 양자컴퓨터가 선다…CSC, IQM '할로신 H4' 도입

양자컴퓨터가 실험실을 벗어나 세계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 곁으로 옮겨 간다. 유럽 최상위권 슈퍼컴퓨터 '루미(LUMI)'를 운영하는 핀란드 CSC-IT 과학 센터가, 초전도 양자컴퓨터 '할로신(Halocene) H4'를 자사 연구 인프라 한가운데에 들여놓기로 했다. 아직 대부분의 양자컴퓨터가 잡음과 오류에 시달리는 초기 단계에 머무는 가운데, 이를 슈퍼컴퓨팅·인공지능(AI)과 한 몸으로 묶어 실제 연구 현장에서 굴려 보겠다는 시도다.
CSC-IT 과학 센터가 주도하는 '루미 AI 팩토리(LUMI AI Factory)'는 이 양자컴퓨터의 공급업체로 IQM 퀀텀 컴퓨터스(나스닥 IQMX)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IQM은 초전도 방식 양자컴퓨터를 만드는 기업으로, 2018년 설립돼 핀란드에 본사를 두고 독일 뮌헨에서 주로 영업한다. 이번 계약으로 들어오는 시스템에는 '루미-IQ(LUMI-IQ)'라는 이름이 붙었고, 설치 장소는 루미 슈퍼컴퓨터가 있는 핀란드 에스포의 CSC 시설이다.
양자오류정정과 NISQ를 한 대에…'동급 최초'
IQM이 공급하는 할로신 H4는 양자오류정정(QEC)과 잡음 있는 중간 규모 양자(NISQ) 큐비트를 한 시스템에 결합한 동급 최초의 온프레미스 초전도 양자컴퓨터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큐비트는 양자컴퓨터의 연산 기본 단위로, 0과 1을 동시에 나타낼 수 있어 특정 문제를 기존 컴퓨터보다 빠르게 풀 수 있는 잠재력을 갖는다. 문제는 큐비트가 외부 잡음에 취약해 계산 도중 오류가 쉽게 생긴다는 점이다.
NISQ는 바로 이 오류 보정 장치 없이 수십에서 수백 개 큐비트를 쓰는 현세대 양자컴퓨터를 가리키는 말이다. 반면 양자오류정정은 여러 물리 큐비트를 묶어 오류를 걸러 내는 기술로, 오류를 스스로 견디는 이른바 내결함성 양자컴퓨터로 가기 위한 핵심 관문이다. 두 방식을 한 대에 함께 담았다는 것은, 지금 당장 쓰는 실험과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연구를 같은 기계에서 병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납품 시점은 2027년이다. 첫 시스템에는 150큐비트를 갖춘 양자처리장치(QPU)가 실리며, 이후 큐비트 수와 성능을 함께 끌어올리는 여러 단계의 업그레이드가 순차적으로 이어진다. 미카엘 요한손 CSC 양자기술 책임자는 "2027년 납품될 첫 시스템에 이미 150큐비트 QPU가 탑재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향후 수년간 루미-IQ는 큐비트 수와 성능을 모두 높이는 업그레이드를 거쳐 내결함성 양자컴퓨터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AI·HPC·양자를 한 환경으로
이번 도입의 핵심은 양자컴퓨터 한 대를 더 갖추는 데 있지 않다. 루미-IQ는 세계 최고 성능급 슈퍼컴퓨터인 루미, 그리고 AI·데이터 처리 자원과 한데 묶여 하나의 하이브리드 환경으로 통합된다. 기존 컴퓨팅만으로는 닿기 어려운 계산을 양자 가속으로 보완하겠다는 구상이다.
키모 코스키 CSC-IT 과학 센터 총괄은 "루미-IQ는 세계 최고 수준의 AI, 데이터, 고성능컴퓨팅, 양자 가속 기술을 하나의 강력한 하이브리드 환경으로 통합할 것"이라며 "소재와 헬스케어부터 에너지, 기초과학에 이르기까지 과학적 발견과 연구·개발·혁신 전반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줄 것"이라고 밝혔다. CSC 측은 이 시스템을 통해 루미 컨소시엄 이용자가 세계 최고 수준의 시스템에서 처음으로 양자오류정정 개념을 개발·구현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얀 괴츠 IQM 최고경영자(CEO) 겸 공동창업자는 "IQM 할로신을 CSC에 공급한다는 것은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양자컴퓨터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컴퓨팅 환경의 중심에 자리하게 된다는 의미"라며 "IQM과 CSC, 핀란드, 그리고 유럽 양자 생태계 전체에 있어 하나의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계약 규모는 연매출 수준…내결함성은 아직 과제
루미-IQ 양자컴퓨터는 유로HPC 공동사업단(EuroHPC Joint Undertaking)과 핀란드, 체코, 노르웨이, 폴란드가 공동으로 자금을 댄다. IQM이 2026년 7월 1일 공개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이번 계약의 총 규모는 2025년 12월 31일로 종료된 회계연도의 IQM 총매출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단일 계약으로는 회사 한 해 매출에 맞먹는 규모다. IQM은 전 세계에 23개의 양자 시스템을 판매해 양자 하드웨어 제조사 가운데 가장 많은 판매 실적을 기록했고, 세계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팅 센터 4곳에 자사 시스템을 통합했다고 밝혔다.
다만 발표된 계획은 상당 부분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 있다. 첫 시스템 납품이 2027년이고, 목표인 내결함성 양자컴퓨터는 그 뒤로 이어질 여러 단계의 업그레이드를 모두 거쳐야 도달할 수 있다. 오류를 스스로 견디는 양자컴퓨터의 실현 시점은 업계에서도 확정하지 못한 난제인 만큼, 루미-IQ가 청사진대로 확장될 수 있을지는 향후 기술 진척에 달려 있다.
참고 자료
· 루미 AI 팩토리, IQM 첨단 양자컴퓨터 도입… 하이브리드 HPC·AI 개발 가속화 — 뉴스와이어 (2026.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