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철도용 '눈'을 달다… 트램 완전자율주행 향한 첫 단추 ADAS 개발

도로 위 자동차가 앞차와의 거리를 재고 보행자를 알아채듯, 이제 철길 위 전동차도 스스로 '앞을 보는' 눈을 갖추기 시작했다. 현대로템이 선로에 뛰어드는 사람이나 장애물을 미리 포착해 운전자에게 위험을 알려주는 철도차량 전용 자동운전보조시스템을 개발했다. 무인으로 달리는 지하철과 달리 사람·자동차와 뒤섞여 지상을 달리는 트램(노면전차)을, 언젠가 운전자 없이 굴러가게 만들기 위한 첫 단추다.
현대로템은 철도차량에 특화된 자동운전보조시스템(ADAS·Autonomous Driving Assistance System) 개발을 완료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자동차 운전자에게 익숙한 그 ADAS를, 선로 조건과 철도 운행 환경에 맞춰 새로 설계한 것이다. 라이다 센서와 카메라로 전방을 살펴 선로 위 장애물을 감지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충돌 방지 알고리즘이 위험 상황을 판단해 운전자에게 경고한다.
왜 철도의 '눈'은 자동차보다 멀리 봐야 하나
같은 ADAS라도 철도용은 더 멀리, 더 신중하게 봐야 한다. 자동차와 전동차 모두 라이다(Lidar·레이저를 쏘아 사물까지의 거리를 재는 센서)와 카메라로 전방을 인식한다는 점은 같다. 갈라지는 지점은 제동거리다. 무겁고 빠른 철도차량은 브레이크를 밟아도 한참을 더 나아가기 때문에, 자동차보다 훨씬 먼 거리의 장애물과 상황을 미리 읽고 여러 변수를 예측해야 한다.
그래서 철도용 라이다에는 전방 100m 이상을 내다보는 고성능 센서가 들어간다. 단순히 멀리 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전방의 물체가 사람인지 구조물인지, 사람이라면 선로로 뛰어들 가능성이 있는지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 운전자에게 알린다. 선로에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워 무인 자율주행이 가능한 지하철과 달리, 지상을 달리는 트램은 예상치 못한 진입 위험을 끊임없이 추적해야 하는 셈이다.
폴란드 트램에서 데이터를 모았다
기술을 다듬은 발판은 실제 선로 위 데이터였다. 현대로템은 2023년 산업통상부가 주관하는 국책과제인 수소전기트램 실증사업을 수행하면서 철도용 ADAS 개발에 본격 착수했고, 이 기반 기술에 AI 충돌 방지 알고리즘을 접목하며 고도화를 이어왔다.
핵심 검증 무대는 국내가 아닌 유럽이었다. 회사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영업 운행 중인 트램에 센서를 달아 주행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 데이터로 운행 패턴을 분석하고 위험 상황을 반복 시뮬레이션한 결과 기술의 안전성을 입증했다는 설명이다. 현지 운전자의 피드백을 받아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경고 체계도 손보고 있으며, 앞으로는 ADAS를 관제 시스템과 연동하는 방향으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대만 수출을 겨냥한 이유
회사가 이 기술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달라진 수출 시장의 문턱이 있다. 현대로템은 글로벌 철도차량 입찰에서 최근 ADAS 기술 보유 여부가 필수 조건처럼 평가된다고 밝혔다. 자율주행 기술이 곧 수주 경쟁력인 시대가 된 것이다.
현대로템은 자체 자율주행 기술로 수출 시장 선점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기술 검증 수준이 높은 대만에 ADAS를 탑재한 철도차량을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기술 성숙도와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정부 지원 아래 민관이 힘을 합쳐 미래 철도 시장의 핵심 경쟁력인 자율주행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했다며, 국산 피지컬 AI 기술로 글로벌 시장을 이끌고 철도 안전 혁신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성과는 운전자를 돕는 '보조' 단계로, 완전한 무인 자율주행까지는 거리가 있다. 직진·곡선·분기 선로 등 다양한 조건에서 돌발 위험을 안정적으로 예측하는 검증과 관제 연동이 남은 과제다. 회사도 이번 ADAS를 트램이 완전자율주행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 단계'로 규정했다.
참고 자료
· 현대로템, 미래 철도차량 자율주행 핵심 기술 개발 — 뉴스와이어 (2026.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