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로 실은 컨테이너선, 국제 문턱 넘다…KRISO 'SMR 추진선' 미국선급 기본승인

임형광 기자 · 입력 2026.07.23 10:55 · 수정 2026.07.23 10:49
1만5000TEU급 용융염원자로 추진 컨테이너선 개념설계, ABS 기본승인(AIP) 획득…삼성중공업·원자력연 협업
원자로 실은 컨테이너선, 국제 문턱 넘다…KRISO 'SMR 추진선' 미국선급 기본승인
(사진=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제공)

바다 위 컨테이너선이 기름 대신 원자로로 달리는 구상이, 국제 선급의 문턱을 넘어 설계도 위에서 한 걸음 현실에 다가섰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는 소형모듈원자로(SMR)로 추진하는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의 개념설계가 미국선급협회(ABS)로부터 기본승인(AIP)을 받았다고 밝혔다.

TEU는 길이 6m짜리 표준 컨테이너 한 개를 세는 단위로, 1만5000TEU급이면 그 상자 1만5000개를 싣는 초대형 화물선이다.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인 '네오파나막스'급에 해당한다. 원자로를 동력으로 삼는 대형 상선의 설계가 국제 선급의 안전성 검증을 통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본승인(AIP)이 갖는 의미

기본승인(AIP·Approval in Principle)은 새로운 개념의 선박 설계가 관련 규정과 안전 기준에 비추어 기술적으로 타당한지를 선급이 사전에 확인해 주는 절차다. 아직 건조 허가는 아니지만, 전례 없는 설계가 상용화로 가는 관문의 첫 단계를 통과했다는 공식 인증에 해당한다. 선급은 선박의 안전과 성능을 심사·인증하는 국제 기관으로, ABS는 그중에서도 세계 주요 선급 가운데 하나다.

이번 개념설계는 용융염원자로(MSR) 2기를 추진 동력으로 얹은 형태다. 용융염원자로는 핵연료를 고온의 액체 소금에 녹여 순환시키는 방식의 소형모듈원자로로, 낮은 압력에서 운전돼 사고 시 방사성 물질 유출 위험이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설계상 이 선박은 25노트(약 시속 46㎞) 속도를 낼 수 있도록 구상됐다.

왜 지금 '원자력 추진선'인가

배경에는 국제해사기구(IMO)가 강화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있다. 전 세계 해운업계는 선박 연료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그동안 대형 상선의 주력 연료였던 중유를 대체할 무탄소 동력원 확보가 과제로 떠올랐다. 운항 중 온실가스를 내뿜지 않는 원자력 추진은 이 문제에 대한 유력한 대안 가운데 하나로 검토돼 왔다.

다만 원자로를 바다 위에서, 그것도 상업 운항하는 화물선에 실으려면 육상 원전과는 다른 설계 기준과 안전 검증이 필요하다. 파도와 흔들림, 좁은 선체 공간, 원자로와 선박 시스템 사이의 연결 등 해양 환경 고유의 조건을 모두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AIP는 그 첫 관문을 넘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연구소·조선사·원자력연 역할 분담

이번 성과는 KRISO 단독이 아니라 산·연 협업으로 이뤄졌다. 삼성중공업이 고속 선체 설계와 원자로·시스템 배치, 출력 운전·제어 기술을 맡았고,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이 해양용 용융염원자로 'MARINA'를 개발하고 있다. 원자로 노형과 선박 설계를 각각 담당하는 기관이 힘을 합쳐 하나의 통합 개념을 만든 셈이다.

연구를 이끈 백부근 KRISO 책임연구원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기본설계와 선박·원자로 인터페이스를 고려한 상세설계 등 후속 연구를 단계적으로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홍기용 KRISO 소장은 "SMR 추진선박은 미래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차세대 기술으로, 해양환경에 적합한 설계기술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개념설계와 기본승인은 상용화까지 이어지는 긴 여정의 출발점이다. 앞으로 기본설계와 상세설계, 실증을 거쳐야 하고, 원자력 추진 상선의 운항을 뒷받침할 국제 규범과 항만 수용성 등 기술 밖의 과제도 함께 풀어야 한다. KRISO는 이번 인증을 발판으로 후속 설계와 실증, 상용화로 단계를 밟아 나간다는 계획이다.


참고 자료
· KRISO, ‘SMR 추진 컨테이너선 개념설계’ 미국선급협회 기본승인 획득 — 뉴스와이어 (202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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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광 기자 hg.lim@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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