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의 한계는 결국 물"…드레스덴 5조원 반도체 팹, 초순수 공급망 3개월 앞당겨 완공

첨단 반도체를 아무리 많이 찍어내고 싶어도, 물이 모자라면 공장은 멈춘다. 미국 수처리 기업 그라디언트(Gradiant)가 독일 드레스덴에 들어서는 50억 유로(약 8조 원) 규모 반도체 공장에 초순수와 물 재활용 설비를 계획보다 3개월 앞당겨 완공했다고 21일 밝혔다. 반도체가 인공지능(AI) 경제의 토대라면, 그 반도체 생산을 실제로 떠받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물 인프라'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코리아뉴스와이어가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독일 작센주 드레스덴에 위치한 고객사의 반도체 생산 능력을 두 배로 늘리는 증설 사업으로, 독일 내 최대 규모 산업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드레스덴 일대는 '실리콘 작센(Silicon Saxony)'으로 불리는 유럽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다. 이번 공장은 300㎜ 웨이퍼를 생산하며, 총 50억 유로가 투입된다. 이 가운데 약 10억 유로는 유럽 반도체법(European Chips Act)과 유럽공동관심중요프로젝트(IPCEI) 등 공공 재원으로 조달된다. 완공 시 약 1000개의 고급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세공정의 필수 재료, '초순수'
반도체를 만들려면 웨이퍼 표면을 수없이 씻어내야 하는데, 이때 쓰는 물은 수돗물이 아니라 불순물을 극한까지 제거한 초순수(超純水, ultrapure water)다. 이온·미립자·유기물이 거의 남지 않은 물로, 미세한 오염 하나만 있어도 회로가 불량이 나기 때문에 반도체 공정에서 가장 까다로운 소재로 통한다. 그라디언트가 이번에 공급한 것이 바로 이 초순수를 만들어내는 시스템과, 공정에 쓴 물을 다시 회수하는 설비다.
회수 설비는 웨이퍼를 헹구고 나온 헹굼수를 붙잡아 공장 내 적절한 용도로 재사용하도록 한다. 마실 수 있는 수준의 담수를 그만큼 아끼는 효과가 있다. 회사는 이 시스템을 통해 고객사가 2033년까지 물 재활용률 45%를 달성하도록 지원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팹이 통상 막대한 양의 물을 소비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용한 물의 절반가량을 다시 쓰겠다는 목표인 셈이다.
"물이 반도체의 잠재력을 제약한다"
프라카시 고빈단(Prakash Govindan) 그라디언트 최고경영자(CEO)는 "반도체는 AI 경제의 토대이지만, 그 잠재력은 결국 물의 가용성에 의해 제약된다"며 "그라디언트는 세계 최첨단 산업에 물을 확실하게 공급하기 위해 10년 넘게 기술과 운영 역량을 쌓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가 "차세대 기술에 필요한 순도와 신뢰성, 물 효율을 제공함으로써 제조사가 자신 있게 규모를 키우도록 돕는 방식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필리프 자우젤레(Philipp Sausele) 그라디언트 유럽법인 총괄이사(Managing Director)는 "유럽의 반도체 제조 역량을 강화하고 더 디지털적이고 에너지 효율적인 미래를 가능하게 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하게 돼 자랑스럽다"며 "예정보다 앞당겨 작업을 마친 것은 우리 팀의 기술 역량과 고객사·프로젝트 파트너와의 협업 강도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 공장은 이달 초 드레스덴에서 공식 준공식을 열었고, 자우젤레 총괄이사가 참석했다.
AI 데이터센터·전기차 겨냥한 유럽 공급망
이번 공장은 전력 반도체와 아날로그·혼성신호 기술을 생산해 AI 데이터센터, 전기차(EV), 재생에너지, 전력망, 산업 설비 등에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유럽이 반도체 공급망의 상당 부분을 역외에 의존해 온 상황에서, 이번 증설은 유럽 반도체 공급망의 회복력을 높이는 의미를 갖는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그라디언트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출발해 보스턴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 전 세계 92개국에서 3000개 이상의 수처리 설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5월 시리즈 E 투자를 통해 기업가치 20억 달러를 평가받았다. 다만 이번 발표는 설비 공급사인 그라디언트가 밝힌 내용으로, 고객사인 반도체 기업의 명칭과 실제 가동 이후의 물 재활용률 달성 여부는 향후 확인이 필요하다. 반도체 증설 경쟁이 세계적으로 가열되는 가운데, 전력과 함께 '물'이 첨단 제조의 새로운 병목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참고 자료
· Gradiant Supports Landmark Semiconductor Manufacturing Expansion in Dresden — 코리아뉴스와이어 (2026.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