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 1대에 베어링 104개…골드텍, 관절 부품 국산 공급망 시동

사람을 닮은 로봇이 팔을 들고 걸음을 옮기려면, 관절마다 회전을 받아내는 부품이 필요하다. 그 부품인 베어링이 휴머노이드 로봇 한 대에 최대 104개까지 들어간다. 로봇 산업이 커질수록 부품 수요도 함께 불어난다는 뜻이다. 반도체 장비용 베어링으로 국내 시장을 지켜 온 한 중견 기업이, 바로 이 로봇 관절 부품을 다음 성장 축으로 잡고 국내 공급을 본격화한다.
정밀 베어링 전문기업 골드텍(대표 백금천)은 미국 RBC Bearings의 씬섹션 베어링(Thin Section Bearing)을 앞세워 휴머노이드 로봇 부품 시장에 뛰어든다고 밝혔다. 베어링은 회전하는 축과 몸체 사이에서 마찰을 줄이며 하중을 지탱하는 기계 부품으로, 로봇의 어깨·손목·허리·무릎처럼 움직이는 모든 관절에 들어간다.
반도체 로봇에서 다진 기술을 사람 닮은 로봇으로
골드텍은 RBC Bearings의 아시아 전역 독점 공인 대리점이다. 2014년 대리점 계약을 맺은 뒤 반도체 웨이퍼 이송 로봇용 베어링 분야에서 국내 시장의 90% 이상을 공급해 왔다. 웨이퍼를 옮기는 로봇 팔은 진동과 오차가 극도로 억제돼야 하는 만큼, 그 관절에 쓰이는 베어링에는 높은 정밀도가 요구된다. 여기서 쌓은 기술을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확장하겠다는 것이 이번 행보의 골자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커지자, 회사는 로봇 관절용 정밀 베어링을 차세대 성장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수요의 규모는 부품 개수에서 드러난다. RBC Bearings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 한 대에는 최대 104개의 베어링이 들어가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을 씬섹션 베어링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로봇 한 대에 50개 이상씩 필요한 부품인 셈이어서, 로봇 양산이 본격화하면 부품 물량도 그만큼 늘어난다.
얇고 가벼운 데다 배선까지 통과하는 '씬섹션'
씬섹션 베어링은 이름 그대로 단면이 얇고 일정한 형태의 베어링을 말한다. 일반 베어링보다 30~60% 가벼워 로봇 전체 무게를 줄이는 데 유리하다. 무게가 줄면 그만큼 구동에 드는 힘과 전력을 아낄 수 있어, 배터리로 움직이는 로봇에는 특히 중요한 조건이다. 여기에 가운데가 비어 있는 중공(中空) 설계여서, 관절 안쪽으로 전선을 통과시킬 수 있다. 관절마다 케이블을 밖으로 늘어뜨리지 않고 안으로 감출 수 있어, 사람 관절처럼 촘촘하게 접히는 로봇 구조에 들어맞는다.
이런 특성 덕분에 RBC의 씬섹션 베어링은 테슬라의 옵티머스(Optimus), 피규어 AI의 피규어 02(Figure 02), 어질리티 로보틱스의 디짓(Digit) 등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들의 플랫폼에 이미 적용되고 있다. RBC Bearings에서 씬섹션 베어링을 맡는 사업부 ITB(Industrial Tectonics Bearings)는 1955년 설립된 이 분야의 원조 기업으로, 항공우주 부품에 요구되는 품질 인증인 AS9100D와 NADCAP을 보유하고 있다.
설계 단계부터 부품 선정 돕는 기술 상담
골드텍은 표준 카탈로그 300여 종의 재고를 갖추고, OEM 부품 번호와 도면·샘플을 바탕으로 알맞은 대체품을 찾아 주는 크로스 레퍼런스 기술 상담을 제공한다. 로봇 외에도 반도체를 비롯해 방산, 원자력, 철도, 산업용 동력전달 분야에 정밀 베어링을 공급하고 있다.
"반도체 웨이퍼 로봇 베어링에서 쌓아온 정밀 베어링 노하우를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로봇 개발 기업들이 설계 단계부터 최적의 베어링을 선정할 수 있도록 기술 지원을 강화하겠다."
백금천 골드텍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다만 이번 발표는 완제품을 국내에서 만든다는 것이 아니라, 미국 제조사의 부품을 아시아 지역에 공급·지원하는 유통 역할을 강화한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국내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실제 부품 수요가 어느 속도로 커질지는 로봇 산업의 성장 흐름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참고 자료
· 골드텍, 휴머노이드 로봇용 정밀 베어링 국내 공급 본격화… RBC Bearings 아시아 독점 대리점 — 뉴스와이어 (2026.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