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한 사람만의 암 백신, 6~8주 만에 만든다…한국형 ARPA-H '다섯 조각 퍼즐'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7.23 11:41 · 수정 2026.09.07 13:31
애스톤사이언스·테라젠바이오·아이엠비디엑스·진에딧·고려대 안암병원 컨소시엄 'PAVE'…5년 175억 원 투입해 개인맞춤 mRNA 항암백신 상용화 도전
환자 한 사람만의 암 백신, 6~8주 만에 만든다…한국형 ARPA-H '다섯 조각 퍼즐'
'NeoVax-K'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고려대학교 본관 전경. (사진=위키미디어커먼즈 Chocolatte2 촬영·CC BY-SA 4.0)

암 백신에는 오랜 딜레마가 있다. 종양을 만드는 돌연변이는 환자마다 다르고, 그래서 '누구에게나 듣는 백신'을 만들기가 어렵다. 국내 다섯 기관이 이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환자 한 사람의 종양에서 찾아낸 표적만으로 6~8주 안에 그 환자 전용 mRNA 백신을 찍어내는 '조립 라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전문지 히트뉴스에 따르면, 항암 백신 기업 애스톤사이언스가 주관하고 테라젠바이오, 아이엠비디엑스, 진에딧,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이 참여한 'NeoVax-K' 컨소시엄이 개인맞춤형 항암백신 개발 프로젝트 'PAVE'에 착수했다. PAVE는 'Platform for Personalized neo-Antigen Vaccine Excellence(환자 맞춤형 항암백신 개발 최적화 플랫폼)'의 약자다. 이 사업은 고위험·난치성 과제에 도전하는 이른바 한국형 ARPA-H의 '미정복질환 극복 임무'에 뽑힌 2025년 첫 신규 프로젝트로, 지난해 5월 공고돼 8월 컨소시엄이 확정됐고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겨냥하는 표적은 '그 환자에게만 있는 돌연변이'

이 백신의 표적은 신항원(neoantigen), 즉 한 사람의 종양 세포에만 생긴 돌연변이 단백질이다. 정상 세포에는 없는 표식이라 면역세포가 암만 골라 공격하도록 유도할 수 있지만, 반대로 환자마다 표적을 새로 찾아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세계적으로 개인맞춤 항암백신 연구가 뜨겁게 달아오른 것도 이 신항원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잡아내느냐가 승부처이기 때문이다.

컨소시엄이 '다섯 조각 퍼즐'로 부르는 역할 분담은 이 표적을 백신 한 병까지 이어 붙이는 순서와 같다. 테라젠바이오는 자체 플랫폼으로 환자 유전체를 분석해 신항원 후보를 추리고 mRNA 구조 설계와 생산 공정을 맡는다. 아이엠비디엑스는 혈액 기반 진단으로 투여 대상 환자를 선별하고 치료 뒤 재발 신호를 추적한다. 애스톤사이언스는 면역세포가 실제로 반응하는 조각(에피토프)을 골라내고 시험관·동물 수준의 면역원성 평가와 임상 개발을 담당한다. 여기에 병원인 고려대 안암병원이 임상 현장을 받친다.

퍼즐의 마지막 조각, 전달체에서 갈라진 길

마지막 조각은 백신을 몸속 목적지까지 실어 나르는 전달체다. 진에딧은 바이러스도 지질도 쓰지 않는 폴리머 기반 나노입자(PNP)를 개발한다. 화이자·모더나의 코로나 백신처럼 세계 개인맞춤 백신이 대체로 지질나노입자(LNP)에 기대는 흐름과는 결이 다른 선택이다. LNP는 검증된 방식이지만 보관 조건이나 반복 투여 시 안전성에서 과제가 남는 만큼, 다른 전달체로 차별화를 노린 셈이다.

현재 컨소시엄은 이 다섯 조각을 하나의 생산 라인으로 연결하고 요소 기술을 다듬는 1단계를 밟고 있다. 넘어야 할 벽은 정확도다. 신항원 예측은 현재 적중률이 30%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테라젠바이오는 이를 9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엉뚱한 표적'을 백신으로 만들면 효과도, 안전성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암 사망률 1위 40여 년…겨냥한 시장과 남은 시간

이 프로젝트가 겨냥하는 자리는 분명하다. 암은 1983년 통계 집계 이래 한국인 사망 원인 1위를 지켜 왔고, 폐암·간암·대장암·췌장암·위암이 사망률 상위를 차지한다. 히트뉴스는 항암 백신으로 이들 상위 5대 암의 재발률을 낮추면 연간 약 6236억 원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절감액은 재발률이 실제로 낮아진다는 가정 위에서 추정한 기대치로, 구체적 산출 근거까지 제시된 수치는 아니다.

기대와 별개로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 사업에 5년간 175억 원을 지원하며 민간 부담을 더한 총사업비는 최대 191억 원, 수행 기간은 4년 6개월이다. 컨소시엄은 전임상과 제조공정(CMC) 검증을 거쳐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는 것을 종착점으로 잡았고, 실제 임상 진입은 3년 이상 뒤가 될 전망이다. 한 사람을 위한 백신이 '누구에게나 빠르게 만들 수 있는' 범용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결국 다섯 조각이 예정된 정밀도로 맞물리느냐에 달려 있다.


참고 자료
· 다섯 조각 퍼즐이 딱 맞춰지면 '암 치료백신'도 완성된다 — 히트뉴스 (202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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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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