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움직임이 곧 전원…강원대 연구팀, 배터리 없는 '전자피부' 개발
피부에 붙인 얇은 젤 한 장이, 손가락을 굽히는 것만으로 스스로 전기를 만들어 로봇 손을 움직인다. 배터리도, 외부 전원도 없다. 강원대 임기택 교수 공동연구팀이 몸의 움직임을 곧바로 전기 신호로 바꾸는 생분해성 '전자피부(E-Skin)'를 개발했다. 웨어러블 기기의 고질적 약점이던 '전원'과 '피부 부착'을 한꺼번에 푼 것이 이번 성과의 핵심이다.
전자피부는 사람의 피부처럼 늘어나고 감각을 읽어내는 얇은 전자 소자를 말한다. 건강 모니터링부터 로봇, 인간-기계 인터페이스까지 쓰임새가 넓지만, 그동안은 두 가지 벽에 부딪혀 왔다. 하나는 전원 문제다. 센서를 계속 돌리려면 배터리나 외부 전력이 필요해 부피와 무게가 늘었다. 다른 하나는 부착이다. 땀이 나거나 젖은 피부에서는 잘 붙지 않고 신호가 끊겼다. 연구팀은 이 두 문제를 소재 설계 단계에서 동시에 겨냥했다.
움직임이 전원이 되는 원리
비결은 '압전이온(piezoionic)' 원리다. 젤에 압력이 가해지면 내부의 이온이 이동하면서 전압이 생기는 현상으로, 별도 전원 없이 신체 움직임 자체가 전기 신호원이 된다. 연구팀은 나무에서 얻는 셀룰로스 나노결정(TOCNC)과 2차원 소재인 맥신(MXene) 나노시트를 결합해 'GACM'이라 이름 붙인 전도성 하이드로젤을 만들었다. 맥신은 전이금속 탄화물 계열의 얇은 판상 물질로, 전기가 잘 통하면서도 물에 잘 섞여 신축성 소재에 널리 쓰인다.
이렇게 만든 젤은 3D 프린터로 속이 빈 삼각형이나 벌집 무늬 같은 복잡한 구조까지 정밀하게 찍어낼 수 있고, 마른 피부는 물론 젖은 조직 표면에도 안정적으로 달라붙었다. 그동안 3D 프린팅용 바이오 잉크가 '정밀하게 찍히는가'와 '잘 붙는가' 사이에서 하나를 포기해야 했던 문제를 함께 잡았다는 설명이다.
패치 한 장이 세 가지 일을
연구팀은 이 패치 한 장으로 서로 다른 세 가지 기능을 구현했다. 첫째는 자가발전 동작 센싱이다. 손목·손가락·무릎·팔꿈치에 붙여 관절 움직임을 감지했고, 압력에 따라 최대 36.35mV의 전압 신호를 냈다. 둘째는 무선 제어다. 블루투스로 신호를 보내 사람 손동작으로 로봇 손을 움직이는 인간-기계 인터페이스를 시연했는데, 무선 전송 지연은 9.97ms로 사람이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셋째는 상처 치유다. 감염과 산도(pH) 변화를 감지하면 천연 항균 물질인 커큐민을 스스로 내보내도록 설계했다.
항균 성능은 병원 내 감염의 주범인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과 대장균에 대해 99% 이상 증식을 억제했다. 당뇨를 유발한 쥐의 피부 모델에서는 14일 만에 상처가 88.67%까지 아물었다. 특히 소재 전체가 생분해성이어서, 몸에 남기지 않고 자연 분해되도록 만든 점을 연구팀은 강조했다.
한계와 남은 과제
이번 연구는 사람 대상 임상이 아니라 세포·동물 모델과 시연 단계에서 얻은 결과다. 실제 사람 피부에서의 장기 안정성과 안전성, 대량 생산 시 성능 재현성 등은 앞으로 검증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임기택 교수는 "3D 프린팅 기반 생분해성 하이드로젤 전자피부가 자가발전 센싱, 무선 인간-기계 인터페이스, 상처 치유 기능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 성과"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강원대 임기택 교수를 비롯해 가천대 김종성 교수, 한국교통대 이용규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스(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지역혁신 인재양성 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자료: 강원대학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