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체 결정면이 백금 촉매 성능 가른다…UNIST·서울대 규명
같은 백금 촉매라도 어떤 표면 위에 올려놓느냐에 따라 입자의 모양과 성능이 달라진다는 사실이 규명됐다. 값비싼 백금 사용량을 줄이면서 성능을 높이는 촉매 설계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에너지화학공학과 안광진 교수팀이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한정우 교수팀과 공동으로 이산화티타늄(TiO₂) 지지체의 결정면(결정 내부의 원자 배열이 표면에 드러나는 면)이 백금 입자의 구조 변화와 촉매 성능을 좌우하는 원리를 찾아냈다고 7일 밝혔다.
백금은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와 수소 연료전지 등 다양한 화학반응에 쓰이는 대표적인 귀금속 촉매다. 보통 나노미터 크기의 입자로 만들어 이산화티타늄 같은 지지체 표면에 올려 쓴다. 촉매는 반응 속도를 높이면서도 그 과정에서 소모되지 않는 물질로 정의되지만, 반응 중에 입자의 모양까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연구팀은 아나타제 구조의 이산화티타늄을 얇은 판 모양으로 만들어 (001)면이 주로 드러나게 한 지지체와, 마름모꼴 결정으로 만들어 (101)면이 주로 드러나게 한 지지체를 따로 준비했다. 두 지지체에 올린 백금 입자는 평균 지름이 약 1.8나노미터로 크기 분포가 비슷해, 성능 차이가 입자 크기가 아니라 지지체 결정면에서 비롯됐음을 가려낼 수 있었다.
결정면 따라 반구형과 구형으로 갈려
연구팀이 반응 전후 백금 입자의 구조와 결합 상태를 주사투과전자현미경(STEM·전자빔으로 원자 단위 구조를 관찰하는 장비) 등으로 분석한 결과, 이산화티타늄의 (001) 결정면 위에서는 백금이 물방울처럼 퍼진 반구 형태로 변해 지지체와 넓게 접촉했다. 이렇게 넓어진 계면(두 물질이 맞닿는 경계면)은 일산화탄소를 이산화탄소로 바꾸는 산화 반응의 활성화에너지(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 에너지)를 22.7~25.6% 낮췄다. 반면 (101) 결정면 위에서는 백금이 공처럼 뭉친 구형을 유지해 접촉 면적이 작았고, 활성화에너지 변화도 미미했다.
겉보기 활성화에너지 자체도 (001)면 지지체를 쓴 촉매가 1몰당 58.1킬로줄로, (101)면 지지체를 쓴 촉매의 109.1킬로줄에 견줘 절반 수준이었다.
이 반응은 지지체 격자에 붙어 있던 산소가 직접 반응에 쓰이고 그 빈자리를 기체 산소가 다시 채우는 마스-판크레벨렌 경로를 따른다. 연구팀은 밀도범함수이론(DFT) 계산과 유전 알고리즘·그래프 신경망을 결합한 구조 예측으로 실험에서 관찰한 결정면별 구조를 재현했고, 반응을 거치며 넓어진 (001) 계면이 산소 빈자리와 맞물려 산소를 빠르게 보충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반응을 되풀이할수록 활성화에너지가 더 낮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안광진 교수는 "촉매는 반응 중 소모되지 않을 뿐 작동 과정에서는 형태와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게재
이번 연구에는 김지훈 UNIST 연구원과 김윤경 서울대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고, 한국화학연구원 윤신명 선임연구원이 함께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8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온라인 게재됐다.
자료: 울산과학기술원(UNIST)·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