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심정욱 교수, 미국콘크리트학회 최고 권위 '워슨 메달' 수상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질 때 인명 피해를 가르는 것은 결국 '건물이 얼마나 버티느냐'다. 그 버팀의 기준을 다시 세운 국내 연구자가 콘크리트 분야에서 100년 넘게 이어져 온 세계 최고 권위의 논문상을 받는다. 건국대학교는 사회환경공학부 심정욱 교수가 미국콘크리트학회(ACI)의 '워슨 메달(Wason Medal for Most Meritorious Paper)'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매년 논문 단 한 편, 100년 넘은 상
워슨 메달은 ACI가 1917년 제정한 학회 최고 권위의 학술상이다. 그해 학회가 펴낸 모든 간행물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독창적 연구 논문 한 편에만 주어진다. 한 해 수많은 논문 가운데 오직 하나만 골라내는 상인 만큼, 콘크리트 구조 분야에서는 개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 영예로 꼽힌다.
수상 논문은 심 교수가 미국·뉴질랜드 공동연구자들과 함께 쓴 '지진 위험 지역 건물의 견고성 강화를 위한 시급한 과제(The Urgent Need for Increased Robustness of Buildings in Highly Seismic Regions)'로, 학술지 콘크리트 인터내셔널(Concrete International)에 지난해 1월 게재됐다.
15개 대지진, 무너진 건물 1,600여 동을 뜯어보다
연구의 바탕에는 방대한 현장 데이터가 있다. 연구팀은 일본·칠레·튀르키예·뉴질랜드·네팔·에콰도르·대만·멕시코, 그리고 한국 포항까지 세계 각국에서 발생한 15차례 대규모 지진에서 피해를 입은 철근콘크리트 건물 1,600여 동을 분석했다. 어떤 구조가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국가와 지진을 넘나들며 대조한 것이다.
여기서 논문은 기존과 다른 설계 방향을 제안한다. 지금까지 내진 설계가 주로 건물이 힘을 견디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 연구는 구조물의 '견고성(robustness)'과 '회복탄력성(resilience·피해를 입어도 기능을 회복하는 능력)'을 앞세운다. 특히 지진 때 건물이 흔들리며 벌어지는 변형을 제어해 기둥·보 같은 구조 부재는 물론 비구조 부재의 손상까지 최소화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붕괴를 막는 데 그치지 않고, 지진이 지나간 뒤 사회가 빠르게 일상을 되찾도록 하자는 관점이다.
심 교수는 논문 데이터를 책상에서만 다룬 것이 아니다. 그는 2016년 에콰도르, 2017년 포항, 2023년 튀르키예 지진 현장 조사에 직접 참여해 무너진 구조물을 살펴봤다.
극한하중 구조 연구 20년, 이어지는 국제 수상
심 교수는 지진·폭발·충격 같은 극한하중을 받는 콘크리트 구조와 노후 시설물 안전성 평가, 구조 건전성 모니터링을 연구해 왔다. 국제 학계에서의 인정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22년 미국토목학회(ASCE)의 'T. Y. 린 상(T. Y. Lin Award)'을 받았고, 2026년부터 2029년까지 ACI 재난정찰위원회(Committee 133) 위원장을 맡는다.
심 교수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의미 있는 상을 미국과 뉴질랜드 공동연구자들과 함께 수상하게 돼 매우 영광스럽다"며 "이번 연구가 최근 세계 각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 피해를 계기로 구조물의 붕괴를 방지하고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해 진행된 만큼, 연구 성과가 지진에 취약한 지역의 구조물 안전성을 높이고 보다 회복탄력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논문이 제시한 견고성 중심 설계가 실제 건축 기준과 현장에 반영되기까지는 관련 기준 개정과 검증이라는 과제가 남는다. 시상식은 오는 10월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리는 ACI 2026 가을 콘크리트 컨벤션에서 진행된다.
자료: 건국대학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