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전북대에 '피지컬 AI·로봇·수소' 계약학과 세운다…9조 새만금 투자에 인력 대는 첫 수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발표할 때 가장 뒤늦게 드러나는 병목은 대개 '사람'이다. 데이터센터를 짓고 로봇 공장을 세워도, 그 설비를 돌릴 인력이 지역에 없으면 투자는 반쪽이 된다. 현대자동차가 전북특별자치도, 전북대학교와 함께 지역 대학에 계약학과를 세우고 공동연구에 나서기로 한 것은, 9조 원짜리 투자 계획의 이 '사람 공백'을 먼저 메우겠다는 신호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일 전북특별자치도, 전북대와 미래 핵심 산업 인재 양성과 산학 공동연구 협력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세 주체가 각자 다른 역할을 맡는 방식이다. 대학은 교육과정 개발과 기술 협력 포럼 운영 등 교육·연구를 주관하고, 자치도는 행정·재정 지원과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며, 기업은 산업 현장의 수요를 제시하고 교육과정 자문과 실무 전문가 참여, 공동연구를 맡는다.
피지컬 AI·로봇·수소 계약학과를 세운다
협력의 핵심은 계약학과 신설이다. 대상 분야는 피지컬 AI, 로봇, 수소 에너지 세 갈래다. 피지컬 AI(로봇·기계 같은 물리적 장치가 실제 공간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도록 하는 인공지능)는 화면 속 데이터를 다루는 기존 AI와 달리 현장 설비와 직접 맞물리는 기술로, 로봇 제조나 자율 생산 라인의 두뇌 역할을 한다.
계약학과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의 규모와 조건을 미리 정해 두고, 그에 맞춰 교육과정을 짜는 산학 협력 방식이다. 학생 입장에서는 배우는 내용이 곧 현장에서 쓰이는 기술과 이어지고, 기업은 필요한 인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한다. 현대자동차와 전북대는 이 방식을 통해 '수요 기반의 맞춤형 인재'를 길러 현장 연계형 산학 협력 체계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공동연구도 함께 굴러간다. 우선 기술 협력 포럼을 운영하고, 산업 수요를 바탕으로 한 시범 과제부터 시작해 융합연구소나 고등연구원 등으로 협력 규모를 점진적으로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9조 원 새만금 투자, 사람이 있어야 굴러간다
이번 협약은 현대자동차가 전북 새만금에 추진하는 대형 투자와 맞물려 있다. 이른바 '새만금 AI 밸리'로, 투자 규모는 약 9조 원에 이른다. 웬만한 지방자치단체의 한 해 예산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세부 일정을 보면 AI 데이터센터는 2027년 착공해 2029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로봇 제조 클러스터는 2028년 공사에 들어가 2029년 1단계 양산에 들어간다. 여기에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플랜트와 태양광 발전 시설도 2029년 1차 완공을 목표로 한다. 계약학과의 세 분야 — 피지컬 AI·로봇·수소 — 가 이 투자 시설과 정확히 겹친다. 데이터센터와 로봇 공장, 수소 플랜트가 문을 여는 2027~2029년에 맞춰 그곳을 채울 인력을 지역 대학에서 미리 길러 두겠다는 계산인 셈이다.
현대자동차는 이번 협력이 새만금 AI 밸리 투자의 실행력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남은 변수는 '채용 연계'
다만 계약학과의 최종 성패를 가를 채용 연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졸업생을 실제로 얼마나, 어떤 조건으로 채용할지는 향후 협의를 통해 정하기로 했다. 계약학과 모델에서 채용 규모와 조건은 학생 모집의 유인이자 사업의 실효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인 만큼, 이 부분이 어떻게 구체화되느냐가 관건으로 남는다.
공동연구 역시 지금은 시범 과제 단계에서 출발한다. 융합연구소·고등연구원으로의 확대는 '검토' 수준으로, 협력이 초기 포럼과 시범 과제를 넘어 실질적인 연구 성과와 채용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몇 년의 실행에 달렸다. 지역 대학이 대기업 투자와 맞물려 첨단산업 인력의 공급 기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새만금의 시간표가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자료: 현대자동차, 전북특별자치도, 전북대학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