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푸른 벼 포기에서 낟알이 줄었다…고온 피해 절반도 못 본 작물모델

기준 수확량이 쌀 100가마인 논을 떠올려보자. 기존 작물모델의 계산대로라면 온도 상승으로 줄어드는 양은 3.8가마다. 그런데 실제 논에서 벼를 가온한 실험 결과로 계산을 고치자 손실은 8.1가마로 늘었다. 기존 계산은 보정값의 46.9%만 포착했고, 4.3가마를 덜 본 셈이다. 다만 이 비유는 온도의 영향만 비교한 것으로, 세계의 쌀 8.1%가 실제로 사라진다는 예측은 아니다.
베이징대학교와 헬름홀츠 환경연구센터 등이 참여한 연구진은 벼가 이삭과 낟알을 만드는 생식생장기의 고온 민감도가 세계 작물예측모델에 충분히 반영됐는지 분석했다. 연구는 2026년 7월 29일 온라인 공개됐으며 7월 31일자 권호에 수록됐다. 개화 당일만 본 연구가 아니라 수정과 종실 형성, 등숙까지 이어지는 생식생장기 전체를 다뤘다는 점이 중요하다.
‘30℃ 넘은 날’이 아니라 뜨거웠던 시간을 더했다
연구가 말하는 고온 하루는 달력에서 최고기온이 30℃를 넘긴 하루가 아니다. 특정 온도구간에 머문 시간을 모두 더해 24시간으로 환산한 ‘노출일’이다. 예컨대 매일 6시간씩 30℃ 이상이었다면 나흘이 지나야 노출일 1일이 된다. 연구진은 30~35℃를 고온, 35℃ 초과를 극고온으로 구분했다.
생식생장기에 30℃ 이상 노출일이 하나 늘 때 벼 수량은 1.1~1.8% 감소했다. 이 범위는 30~35℃와 35℃ 초과 구간에서 얻은 계수를 함께 나타낸 것이다. 따라서 기온이 30℃를 넘은 달력 하루마다 수량이 1.8% 줄어든다는 의미가 아니다. 30℃ 역시 모든 벼 품종이 갑자기 불임에 빠지는 생물학적 절벽이 아니라, 시간별 노출을 나누기 위한 분석 경계다.
30~35℃ 구간에서 포장 관측의 수량 감소는 노출일당 0.87%였고, 95% 신뢰구간은 0.13~1.67% 감소였다. 비교한 7개 작물모델 가운데 이 온도에서 뚜렷한 손실을 모의한 것은 LPJmL·PEPIC·PROMET 3개뿐이었으며 감소폭은 0.1~0.4%였다. 관측과 모델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확인됐다.
35℃를 넘긴 구간에서는 관측 수량이 노출일당 1.62% 감소했다. 95% 신뢰구간은 0.54~2.69% 감소였고, 대부분 모델의 감소폭은 0.3~1.3%였다. 모델이 고온 영향을 전혀 계산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실제 포장실험에서 나타난 민감도보다 대체로 작게 반응한 것이다.
포기는 비슷한데 쌀이 적었다
피해는 잎과 줄기를 포함한 지상부 생체량보다 수확지수에서 두드러졌다. 수확지수는 식물체가 만들어낸 전체 물질 가운데 실제 낟알로 배분된 몫이다. 겉으로 포기의 크기가 크게 줄지 않았더라도 수정과 종실 형성, 등숙이 손상되면 같은 크기의 벼에서 거둘 쌀은 적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생식생장기의 고온이 종자 형성과 줄기에서 낟알로 이동하는 질소, 탄소·질소 대사를 손상해 수확지수를 낮춘 것으로 해석했다. 이는 잎과 줄기가 얼마나 자랐는지를 중심으로 보는 모델만으로는 고온 피해를 충분히 잡기 어렵다는 뜻이다. 벼가 만든 물질의 총량뿐 아니라 그 물질이 낟알로 얼마나 옮겨갔는지를 함께 계산해야 한다.
분석의 기본 표본은 1994~2021년 관개 포장 가온실험에서 얻은 대조구-가온처리구 관측 214쌍이다. 이는 농장 214곳이나 독립 지역 214곳을 뜻하지 않는다. 문헌자료 128쌍·17지점과 중국 다지점실험 86쌍·12지점으로 구성됐으며, 가온폭은 0.63~12℃, 중앙값은 2℃였다.
214쌍 가운데 중국 자료는 137쌍으로 64.0%를 차지했다. 전체 자료는 8개국에서 나왔지만 중국 편중이 크다. 실험지의 생육기 평균기온과 강수량을 기준으로 보면 세계 벼 재배면적 약 80%와 기후가 유사했지만, 이것이 품종과 토양, 관개 방식, 농가 관리까지 세계 논을 대표한다는 뜻은 아니다.
포장 관측을 세계 모델에 어떻게 연결했나
연구진은 현장의 일최고·일최저기온 사이를 사인곡선으로 이어 시간별 온도를 추정했다. 현장 기온자료가 없을 때는 ERA5 재분석 기온에 실험의 가온폭을 더했다. 온도별 누적시간은 주로 5℃ 구간으로 나눴고, 실험지마다 다른 조건은 무작위효과로 처리하는 선형혼합효과모형을 사용했다. 불확실성을 살피기 위해 1,000회 부트스트랩도 적용했다.
세계 계산에서는 GGCMI Phase 2의 작물모델 7개와 CMIP6 기후모델 5개, 포장 관측에서 뽑은 경험적 고온 민감도 표본 1,000개를 결합했다. 온난화 단계마다 모두 3만5,000개 조합을 계산한 셈이다. 여기서 +1℃는 산업화 이전보다 1℃ 높다는 뜻이 아니라, 1980~2010년보다 지구 평균기온이 1℃ 높은 30년 구간을 가리킨다.
수확면적으로 가중한 앙상블 평균에서 기존 모델의 온도 단일효과 수량손실은 3.8±1.7%였다. 30℃ 이상 구간을 포장실험의 민감도로 교체한 사후 보정값은 8.1±2.3%로, 기존값의 2.13배였다. 남아시아는 2.1%에서 6.6%, 동남아시아는 3.7%에서 7.7%로 커졌다. 이 지역값은 여러 나라를 묶은 결과이므로 개별 국가의 손실률로 읽을 수 없다.
8.1%는 예언이 아니라 모델을 고치라는 신호
가장 큰 주의점은 8.1%가 생리과정을 새로 구현하고 미래 자료로 검증한 작물모델의 결과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연구진은 기존 모의값 가운데 30℃ 이상 부분을 포장 관측의 회귀계수로 교체했다. 보정 계산은 이산화탄소 360ppm, 질소 1ha당 200㎏, 관개와 무수분스트레스 조건을 비교했으며 이산화탄소 비료효과와 품종교체, 파종일 이동, 병해충, 가격, 농가 대응을 포함하지 않았다.
공기온도와 실제 이삭온도가 다르다는 점도 남는다. 관개수의 증발과 벼의 증산, 바람과 습도는 이삭을 식힐 수 있다. 연구진도 이런 냉각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세계 벼 생산의 약 75%를 차지하는 관개벼의 피해를 높게 추정할 가능성을 인정했다. 날씨 앱의 온도만으로 벼꽃과 낟알의 체온을 확정할 수 없는 셈이다.
모든 포장실험이 관개 조건이었고 야간에만 가온한 연구는 제외됐다. 따라서 천수답에서 가뭄과 고온이 겹친 피해나 야간 고온에 따른 호흡 손실을 이번 계수로 바로 일반화할 수 없다. 공개된 보정 코드만으로 데스크가 8.1%를 독립 재현하지도 못했다. 일부 파일에는 실행문이 없거나 공개 자료와 맞지 않는 열 이름 등이 있었다. 이는 결과가 틀렸다는 증거는 아니지만 8.1%를 논문이 보고한 값으로 제한해 읽어야 할 이유다.
한국 자료는 전남대학교 광주 포장의 2009~2010년 가온 관측 4쌍으로 전체의 1.9%에 그쳤고, 세 품종이 한 행에 묶여 있다. 논문은 한국의 국가별 +1℃ 보정 손실률을 제시하지 않았다. 세계 평균 8.1%를 한국 생산량에 곱할 수 없는 이유다. 국내 포장시험 499건을 분석한 별도 연구에서는 현재 기후에서 등숙기와 생식생장기의 고온이 큰 제약으로 나타나 방향성은 일치했지만, 이번 세계 보정값을 검증한 결과는 아니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세계 쌀이 곧 8.1% 사라진다는 선언에 있지 않다. 생육단계별 고온시간과 수확지수, 공기온도와 다른 이삭온도, 품종별 개화시각을 작물모델에 더 정교하게 넣어야 한다는 경고에 가깝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사후 보정값을 실제 생리과정에 반영한 모델을 만들고, 중국과 관개 논에 치우친 관측 범위를 넓혀 다시 검증하는 일이다.
지난해 한국 논에서도 낟알은 줄었다
이 계산 논쟁은 남의 나라 밥상 이야기가 아니다. 통계청의 2024년 쌀 생산량조사에서 국내 생산량은 358만5,000t으로 전년보다 3.2%, 11만7,000t 줄었다. 재배면적이 1.5% 준 데다 10a당 생산량이 523㎏에서 514㎏으로 1.8% 내려앉은 결과다. 기사 첫머리의 비유로 옮기면 100가마 논이 98가마 논이 된 한 해였다.
물론 한 해 단수의 등락을 고온 하나로 자를 수는 없다. 일조와 강우, 병해충과 재배 관리가 함께 움직이는 값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통계는 규모감을 준다. 전국 단위에서 2% 남짓한 단수 변화가 곧 10만t대의 쌀이라면, 기존 모델이 온도 피해의 절반가량을 놓치고 있다는 이번 연구의 경고는 통계 소수점이 아니라 수급 계획의 단위로 읽어야 할 숫자가 된다.
'한국 계수'를 구할 밑재료는 깔리는 중이다
치우친 관측을 넓혀 다시 검증하라는 과제를 한국에서 받아안을 기반은 최근에야 놓이기 시작했다. 농촌진흥청은 2024년 8월 기상청 인증을 받은 표준 기후변화 시나리오 4종(SSP1-2.6~SSP5-8.5)을 전면 공개했다. SSP는 온실가스 배출 경로별로 미래 기후를 계산해 둔 자료로, 재배적지와 생산성 변화 연구의 공통 입력값이 된다.
신재훈 국립농업과학원 기후변화평가과장은 공개 취지를 "이 자료가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취약성 평가와 대응책 마련을 위한 기초자료로 많이 활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남은 것은 그 위에 올릴 논 위의 실측이다. 이번 세계 분석에 들어간 국내 가온실험이 한 곳의 관측에 그쳤다는 사실은, 시나리오는 공개됐으되 그것을 검증할 국내 데이터가 아직 얇다는 뜻이기도 하다. 세계 평균값을 그대로 들여올 수 없다면, 한국 논의 계수를 직접 구하는 일이 그다음 칸에 있다.
자료: 베이징대학교·헬름홀츠 환경연구센터·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전남대학교·농촌진흥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