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마다 다른 열설비, 골라주는 플랫폼 나왔다···기계연 '맞춤 처방'으로 탄소 44% 감축

임형광 기자 · 입력 2026.07.23 16:31 · 수정 2026.09.07 13:54
한국기계연구원, 21종 열공급 설비를 비교해 최적 조합 짜주는 'iTOP'과 태양열 히트펌프 'SoHProtes' 개발···투자비 3년이면 회수
공장마다 다른 열설비, 골라주는 플랫폼 나왔다···기계연 '맞춤 처방'으로 탄소 44% 감축
(사진=한국기계연구원 제공)

같은 공장이라도 어떤 라인은 60도의 온수면 충분하고, 어떤 라인은 200도 가까운 고온 증기가 필요하다. 부지 넓이도, 버려지는 폐열이 있느냐도 제각각이다. 산업 현장이 화석연료 보일러를 친환경 설비로 바꾸려 할 때 번번이 발목을 잡던 것이 바로 이 '제각각'이었다. 정답이 하나가 아니어서, 무엇을 깔아야 할지부터가 난제였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이 선택의 문제를 대신 풀어주는 설계 플랫폼과, 폐열이 부족한 현장에서도 쓸 수 있는 태양열 히트펌프 시스템을 함께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박창대 탄소중립기계연구소 책임연구원 연구팀의 성과다.

사업장 조건 넣으면 21종 설비 비교해 최적안 제시

플랫폼의 이름은 'iTOP(산업용 열설비 설계 플랫폼)'이다. 위치와 부지 면적, 필요한 온도, 열 사용량, 폐열 유무, 설비 가동 패턴 같은 사업장 정보를 입력하면 가스보일러부터 열병합발전, 히트펌프, 축열조까지 21종 이상의 열공급 설비를 비교·분석해 그 현장에 가장 잘 맞는 조합을 제시한다. 설비 선택을 감이 아니라 데이터로 하도록 바꾼 셈이다.

함께 개발한 'SoHProtes'는 태양열과 고온 히트펌프를 결합한 열공급 시스템이다. 히트펌프는 적은 전기로 주변의 열을 끌어모아 더 높은 온도로 끌어올리는 장치인데, 기존 고온 히트펌프는 열원으로 쓸 공장 폐열이 넉넉해야 제 성능을 냈다. SoHProtes는 이 열원을 태양열 집열기에서 확보하고, 햇빛이 부족할 때는 열을 저장해 둔 축열조와 히트펌프를 함께 돌려 공백을 메운다. 폐열이 부족한 현장에서도 고온 열공급을 가능하게 한 것이 핵심이다.

가스보일러 대비 탄소 44% 감축, 투자비는 3년이면 회수

연구팀이 경기 김포에 300킬로와트급 실증 설비를 설치해 확인한 결과, 기존 산업용 가스보일러를 쓸 때보다 탄소 배출량이 44% 줄었다. 규모를 키워 시간당 1톤급 가스보일러를 이 시스템으로 대체하면 이산화탄소를 연간 4000톤 이상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는 승용차 수천 대가 1년간 내뿜는 배출량에 맞먹는 수준이다.

친환경 설비로 갈아탈 때 기업이 가장 먼저 따지는 것은 결국 비용이다. 연구팀은 이 시스템의 투자비 회수 기간을 약 3년으로 제시했다. 60도 이상의 열을 공급할 수 있어, 200도 이하의 열을 쓰는 식품·화학·제지·섬유 등 폭넓은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26년 연구원 창업 추진···"AI 접목해 고도화"

박창대 책임연구원은 "iTOP과 SoHProtes는 산업 현장에 최적화된 열공급 시스템을 설계하고 실제 고온 열에너지 공급까지 가능한 통합 솔루션"이라며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산업 열에너지 분야의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2026년 연구원 창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실험실 실증과 다양한 현장으로의 확산은 별개의 과제인 만큼, 산업별로 다른 조건에서 성능과 경제성을 얼마나 폭넓게 입증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설계 플랫폼을 더욱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자료: 한국기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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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광 기자 hg.lim@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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