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를 예측하는 AI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

인공지능이 자폐 특성을 얼마나 잘 찾아내느냐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다. 그 판단이 당사자의 삶을 실제로 나아지게 하는가다. KIST 국제공동연구팀이 AI를 활용해 자폐 특성을 평가하고 치료 경과를 예측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소식에서 필자가 주목한 것도 기술의 영리함 자체가 아니다. 진단 이후 각자에게 맞는 지원을 찾는 긴 과정을 얼마나 세심하게 바꿀 수 있느냐는 점이다.
평균에서 벗어난 개인을 보는 도구
자폐는 같은 이름 아래에서도 의사소통 방식, 감각 반응, 반복 행동, 일상 적응의 모습이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평가는 행동 관찰과 면담, 보호자와 당사자가 전하는 정보를 함께 살피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치료 경과 역시 한 줄의 점수로 설명하기 어렵다. 여기서 AI의 장점은 사람이 놓치기 쉬운 여러 변수의 관계를 찾아내는 데 있다. 쉽게 말해 수많은 퍼즐 조각 가운데 특정 개인에게 반복되는 무늬를 찾아주는 보조 도구가 될 수 있다.
의료 AI의 흐름도 이제 질환의 유무를 한 번 판별하는 단계에서, 시간에 따른 변화를 읽고 다음 경과를 예상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예측이 충분히 검증된다면 효과가 낮을 가능성이 큰 개입을 오래 반복하는 일을 줄이고, 관찰과 지원의 우선순위를 더 일찍 조정할 수 있다. 자폐를 획일적인 범주가 아니라 서로 다른 필요를 지닌 개인들의 스펙트럼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이번 가능성은 반갑다.
정확도 밖의 질문이 더 어렵다
그러나 가능성이 곧 임상적 유용성을 뜻하지는 않는다. 학습 자료가 특정 연령, 성별, 언어·문화권에 치우치면 AI는 그 집단의 특징을 보편적 기준처럼 오해할 수 있다. 예측의 이유를 의료진과 가족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높은 정확도도 중요한 결정을 맡길 근거가 되기 어렵다. 한 기관에서 잘 작동한 모델이 다른 병원과 생활환경에서도 같은 결과를 내는지 확인하는 외부 검증도 필요하다. 민감한 행동·건강정보를 어떻게 보호할지도 연구 성능과 동등하게 다뤄야 한다.
무엇보다 자폐를 제거해야 할 결함으로만 보는 관점은 경계해야 한다. 치료 경과라는 말도 누구의 목표를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사회가 요구하는 겉모습에 가까워지는 것보다 불안과 감각 부담을 줄이고, 의사소통과 자기결정권을 넓히는 변화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는 의료진뿐 아니라 자폐 당사자와 가족이 평가 지표를 설계하는 과정부터 참여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가 준비할 것은 만능 판정기가 아니다. AI가 제안한 가능성을 임상가가 검토하고, 당사자가 설명을 들은 뒤 선택하며, 결과가 맞지 않을 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체계다. 이번 연구가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되려면 경쟁의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누가 더 잘 맞히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책임 있게 개인을 돕는가를 물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