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시간의 시청보다 중요한 로봇의 한 시간

다이나 로보틱스가 인간 영상 100만 시간으로 학습한 로봇 모델을 공개했다는 소식에서 필자가 주목한 것은 숫자의 크기보다 학습 재료의 변화다. 로봇이 세상을 배우는 교과서가 로봇 전용 시범에서 인간의 일상 영상으로 넓어지고 있다. 이는 로봇 개발의 병목을 푸는 유력한 방향이지만, 많이 보았다는 사실이 곧 제대로 행동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영상은 풍부하지만 행동의 감각은 비어 있다
지금까지 범용 로봇을 훈련하려면 사람이 로봇을 직접 조종해 동작 데이터를 모으거나, 가상환경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하게 하는 방식이 주로 활용됐다. 두 방법 모두 비용이 많이 들고 현실과 학습환경 사이의 차이를 줄이기 어렵다. 반면 인간 영상에는 물건을 집고, 옮기고, 도구를 쓰는 장면이 방대한 규모로 축적돼 있다. 로봇이 행동의 순서와 목적을 익히는 데 매력적인 자원인 이유다.
하지만 카메라 영상에는 손끝에 걸리는 무게, 미끄러지는 정도, 충돌할 때의 힘 같은 정보가 충분히 담기지 않는다. 이를 ‘체화의 간극’, 즉 화면으로 이해한 행동과 실제 몸으로 수행하는 행동 사이의 차이라고 풀어 말할 수 있다. 같은 컵을 잡더라도 사람의 손과 로봇 집게는 관절 구조와 힘의 범위가 다르다. 영상에서 능숙해 보이는 모델도 낯선 조명이나 가려진 물체, 예상 밖의 접촉 앞에서는 실패할 수 있다.
규모 경쟁을 검증 경쟁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이번 공개를 범용 로봇으로 가는 중요한 신호로 평가하면서도, ‘100만 시간’ 자체를 성능의 증명처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본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학습량보다 전이 능력이다. 처음 보는 공간과 물체에서도 임무를 수행하는지, 실패를 스스로 감지하고 멈추는지, 사람 가까이에서 힘과 속도를 안전하게 조절하는지가 핵심이다. 데이터의 출처와 편향, 평가 조건도 함께 설명돼야 한다.
우리 산업 역시 더 큰 영상 묶음을 확보하는 데만 매달려서는 곤란하다. 제조·물류·돌봄처럼 국내 현장에 필요한 작업을 정하고, 영상 학습과 실제 로봇의 촉각·힘 데이터를 연결하는 시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공통 안전평가와 실패 사례를 축적하는 일도 필요하다. 로봇의 미래를 가르는 것은 얼마나 오래 보았느냐가 아니라, 본 것을 얼마나 안전하게 현실의 행동으로 옮기느냐라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