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천문사진 훼방꾼을 ‘우주 자’로…인공위성 별가림의 반전

밤하늘을 오래 찍은 사진에 인공위성이 흰 줄을 남기면 천문학자에게는 지워야 할 방해물이 된다. 그런데 그 위성의 모서리를 별 앞을 빠르게 훑고 지나가는 ‘우주 자’로 쓸 수 있다면 어떨까. 위성이 별빛을 가리는 찰나에 남는 밝고 어두운 무늬를 읽어 별이 하늘에서 얼마나 크게 보이는지 재자는 모의연구가 나왔다. 긴 노출을 망치던 물체를 초고속 스캐너로 뒤집어 쓰겠다는 발상이다.
더럼대학교와 토론토대학교 던랩 천문천체물리연구소 등의 연구진 4명은 2026년 8월 11일 이러한 방법을 담은 프리프린트를 제출했다. 다만 연구진이 실제 인공위성 별가림을 관측해 별의 크기를 측정한 것은 아니다. 이론으로 계산한 빛의 변화를 바탕으로 가상 광자 자료를 만들고, 그 안에 넣어둔 별의 크기를 통계적으로 되찾을 수 있는지 시험한 모의 타당성 연구다. 조사 기준일인 8월 13일 현재 학술지 게재와 동료심사, 독립 재현은 확인되지 않았다.
별빛이 남기는 ‘우주 바코드’
위성이 별을 가린다고 해서 별빛이 계단처럼 곧바로 꺼지는 것은 아니다. 빛은 위성 가장자리에서 휘어 퍼지며 프레넬 회절무늬, 즉 밝고 어두운 잔물결을 만든다. 시간에 따라 센 빛과 약한 빛이 번갈아 기록되므로 일종의 바코드처럼 보인다. 별이 점 하나에 가까우면 무늬가 또렷하지만, 별의 원반이 크면 원반의 여러 지점에서 출발한 무늬가 서로 포개져 진폭이 약해진다. 연구진은 이 ‘번짐’의 정도를 별의 각지름과 연결했다.
각지름은 별의 실제 반지름이 아니라 지구에서 볼 때 별이 차지하는 각도다. 연구가 제시한 대표 기준인 2밀리각초(mas)는 1각초의 1,000분의 2이자 1도의 180만분의 1이다. 0.1㎜ 굵기의 물체를 약 10.3㎞ 밖에서 바라볼 때와 비슷한 각도다. 여기서 별의 실제 반지름까지 구하려면 Gaia 시차와 같은 거리 자료가 추가로 필요하다.
별가림 회절로 별 크기를 알아내려는 생각 자체는 새롭지 않다. 달을 이용하는 방안이 1908년 제안됐고, 1909년에는 회절의 영향이 지적됐다. 1939년에는 회절무늬가 담은 별지름 정보를 이론과 관측으로 발전시킨 연구가 나왔다. 광학 간섭계와 소행성 별가림도 이미 1밀리각초보다 작은 별을 측정했다. CHARA 간섭계는 한 별의 각지름을 0.342±0.008밀리각초로 측정했고, VERITAS는 소행성 별가림으로 두 별을 각각 0.125밀리각초와 0.094밀리각초 수준에서 측정했다. 새 제안의 의미는 최고 정밀도를 처음 달성하는 데 있지 않고, 수많은 인공위성을 이용해 관측 사건을 크게 늘릴 가능성에 있다.
1마이크로초마다 광자를 세어 지름을 역산한다
관측 절차는 먼저 위성 궤도와 별 목록을 대조해 둘이 겹칠 시각을 예측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어 위성 가장자리에서 생기는 무늬를 연속 광자계수기로 기록한다. 무늬 사이의 시간 간격으로 프레넬 척도와 하늘에 투영된 이동속도를 추정하고, 두 번째 이후 무늬가 얼마나 약해졌는지 분석해 별의 각지름을 역산한다.
광자가 적은 짧은 구간에서는 흔히 쓰는 정규분포나 카이제곱 근사가 맞지 않을 수 있다. 연구진은 일정 시간 동안 몇 개의 광자가 검출될지를 다루는 포아송 우도와, 자료를 본 뒤 가능한 별 크기의 확률을 갱신하는 베이지안 분석을 사용했다. 모의 조건은 파장 500±50나노미터, 유효구경 8m, 처리효율 30%였고 대상 별은 Gaia G등급 약 12 이하로 제한했다.
여기서 세 종류의 시간을 구별해야 한다. 검출기는 프레임 사이 공백 없이 약 1마이크로초 이하 간격으로 광자를 읽어야 한다. 별 크기에 특히 민감한 차이가 나타나는 구간은 한 모의 예에서 약 10마이크로초였다. 그러나 위성 회절신호 전체의 대표 시간척도는 저궤도위성 430마이크로초, 중궤도위성 460마이크로초이며, 위성 본체가 별 앞을 통과하는 대표 시간은 각각 약 16.5밀리초와 2.9밀리초다. 별가림 전체가 수 마이크로초 만에 끝난다는 뜻은 아니다.
논문의 ‘2밀리각초 해상도’도 ±2밀리각초의 측정오차를 뜻하지 않는다. 실제 크기를 사실상 0으로 둔 모의 점광원을 분석했을 때 각지름 사후분포가 95% 확률로 넘지 않는 상한이다. 작은 별에서는 정확한 지름을 얻기보다 ‘이 값보다 작다’는 단측 제한을 얻게 될 가능성이 크다.
‘별 1만 개’ 아닌 ‘별가림 약 1만 건’
연구진은 이상화한 조건에서 달과 인공위성을 합쳐 연간 약 1만 건의 별가림 사건을 2밀리각초 미만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0.5밀리각초 미만의 고정밀 사건 전망은 연간 약 10~100건이다. 같은 별이 여러 번 포함될 수 있으므로 이를 서로 다른 별 1만 개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 계산은 고도 550㎞에 저궤도위성 1만 기, 고도 2만㎞에 중궤도위성 100기가 있다고 놓은 모형에 기반했다. 12시간의 밤, 원궤도, 위성 궤적의 비중첩, 일정한 고정밀 각속도와 무데드타임 등도 가정했다. 날씨와 위도, 지평고도, 계절, 태양·달의 위치, 다른 관측 프로그램과의 시간 경쟁은 구체적으로 반영하지 않았다. 따라서 계산된 후보 사건 수는 실제 성공 관측 수와 같지 않다.
표적을 자유롭게 고르기 어렵다는 점도 특징이다. 위성과 별의 정렬은 준무작위여서 원하는 외계행성 모항성이나 특정 진화단계의 별을 골라 보기 어렵다. 초기에는 개별 유명 표적보다 우연히 걸린 밝은 거성·초거성이나 쌍성의 비율을 대량으로 모으는 ‘인구조사형 관측’에 가까울 수 있다.
큰 거울은 빛을 모으지만 무늬도 지울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검증 공백은 8m 망원경 자체가 회절무늬를 평균낼 수 있다는 점이다. 큰 거울은 많은 광자를 모아 통계오차를 줄이지만, 가까운 위성이 만든 여러 프레넬 띠를 동시에 받아 무늬를 흐릴 수 있다. 취재진 계산에서 8m 구경과 물리적 프레넬 척도의 비는 저궤도위성 약 31배, 중궤도위성 약 5.2배, 달 약 1.3배였다. 별 원반 때문에 무늬가 흐려진 것인지 망원경 입구 때문에 흐려진 것인지 섞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만으로 연구 전망이 틀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동공 분할이나 보정 모형을 포함한 재계산이 필요하다.
궤도 예측도 넘어야 할 문턱이다. 공개 궤도자료를 이용한 2022년 실측에서 위성 통과시각 오차는 0.30±0.28초였다. 수초 동안 계속 기록하면 진행방향 오차 일부는 흡수할 수 있지만, 수미터 폭 망원경 위로 실제 그림자가 지나가는지를 좌우하는 횡방향 위치와 위성 자세는 더 어렵다. 실제 위성은 완전 불투명한 직선 모서리가 아니라 본체와 태양전지판, 안테나가 결합된 복잡한 형상이다. 그 윤곽의 오차가 별 크기 신호와 섞일 수 있다.
대기 섬광과 구름·연무, 별의 실제 스펙트럼, 검출기 파장반응, 주변감광, 흑점, 자전으로 찌그러진 별과 쌍성도 모형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광자 사건을 8나노초 단위로 기록한 장비 실험은 있었지만, 1마이크로초 이하에서는 검출기 누화로 높은 문턱이 필요했고 실제 하늘의 광량변동은 예상 포아송 잡음보다 한 자릿수 이상 컸다. 이 장비 역시 위성 프레넬 무늬를 검출한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는 한국천문연구원의 OWL-Net이 저궤도위성을 추적하지만, 공개된 2018년 성능은 최대 50Hz와 1밀리초 시간기록 단위였다. 새 제안의 약 1MHz 표본보다 2만 배 느리고 시간 단위도 1,000배 길다. 브라헤 광학감시시스템과 우주항공청 K-SSA 사업은 궤도 감시 기반과 관련될 수 있지만, 마이크로초 광자계수나 별지름 측정사업은 아니다.
인공위성을 관측 도구로 활용하더라도 긴 노출사진의 궤적과 전파간섭, 전체 하늘 밝기 증가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번 제안은 위성 광공해의 피해를 상쇄한다는 주장이 아니라 제한된 조건에서 부수적인 과학자료를 얻을 수 있는지 묻는 연구다. 방해물을 자로 바꾼 발상은 분명 흥미롭지만, 연간 약 1만 건이라는 전망은 실제 위성 별가림 관측과 독립 재현, 망원경·대기·검출기를 포함한 검증을 통과한 뒤에야 관측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8.4m의 하늘이 한국 연구자 책상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이 제안이 전제한 8m급 거울은 한국 땅에 없다. 대신 접근권이 열리는 중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올해 7월 10년 탐사를 시작한 베라 루빈 천문대 LSST — 구경 8.4m 망원경으로 남반구 밤하늘 전체를 반복 촬영하는 사업 — 의 국내 유일 자료접근기관이다. 관측 인력을 보내고, 자체 망원경망 KMTNet으로 후속 관측을 맡고, 지역거점 데이터센터를 운영한다.
건설 중인 거대마젤란망원경(GMT)에는 국제 파트너로 참여해 분광기 등 관측기기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고 있다. 하늘을 오래 찍는 쪽과 찰나를 읽는 쪽은 방향만 반대일 뿐 요구하는 것은 같다. 큰 거울, 그리고 그 거울이 모은 빛에 닿을 자격이다.
'움직이는 하늘'은 이미 한국 천문학의 의제에 올라 있다
천문연이 LSST 개시를 알리며 쓴 표현은 '우주 타임랩스'다. 하늘을 정지 사진이 아니라 시간축으로 다루는 관측이 세계 천문학의 주력 사업이 됐고, 한국도 그 데이터 흐름에 자리를 확보했다는 뜻이다. 신윤경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천문연은 국내 유일의 LSST 자료접근기관으로서 연구자들이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위성 별가림은 그 흐름의 극단에 있다. LSST가 10년에 걸쳐 반복해 찍는 하늘의 변화를, 별가림은 100만분의 1초 단위로 읽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 제안이 실관측 검증을 통과하는 날, 필요한 재료는 한국이 이미 투자해 온 두 갈래 — 위성 궤도를 정밀하게 추적하는 감시 기반과 대구경 관측 자료에 접근하는 권리 — 가 만나는 지점에서 나온다. 훼방꾼을 도구로 바꾸는 일 역시, 결국 준비된 쪽의 몫이다.
자료: 더럼대학교·토론토대학교 던랩 천문천체물리연구소·홍콩과학기술대학교·래드바우드대학교·애리조나대학교·유럽남방천문대·한국천문연구원·우주항공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