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100㎞ 이동하는 해충…농진청, 아시아 10개국 공동 대응

하룻밤에 최대 100㎞를 이동하고 80종 이상의 작물을 먹는 해충에 맞서 아시아 10개국이 공동 방어망을 구축한다. 농촌진흥청은 열대거세미나방과 벼멸구의 발생 정보를 국가 간에 공유하고, 각국 환경에 맞는 종합방제 기술을 개발해 식량작물 피해를 줄이는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스리랑카 농업청과 함께 스리랑카 캔디에서 ‘아시아 주요 이동성 해충 발생 진단 및 종합 방제 시스템 구축’ 과제의 최종평가회를 열었다고 16일 밝혔다. 네팔, 라오스, 방글라데시, 부탄, 베트남,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태국, 필리핀 등 10개국이 지난 3년간 수행한 조사와 기술개발 성과를 공유했다.
이번 협력은 농촌진흥청이 주도하는 한-아시아 농식품 기술협력 협의체인 AFACI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AFACI는 한국을 포함한 17개국이 참여하는 협의체이며, 이번 과제에 참여한 10개국은 전체 회원국 가운데 일부다. 과제 기간은 2023년 10월부터 2026년 9월까지다.
참여국들은 열대거세미나방과 벼멸구가 언제,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자주 나타나는지 조사했다. 친환경 생물학적 방제제의 효과도 시험하고 각국 여건에 맞는 해충 방제 표준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종합방제는 한 가지 농약에만 의존하지 않고 예찰, 재배관리, 천적과 생물학적 방제 등을 함께 적용하는 방식이다.
열대거세미나방은 아메리카 원산 해충이다. 2018년 7월 인도에서 아시아 최초 발생이 확인된 뒤 약 18개월 만에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대부분으로 확산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성충은 하룻밤에 최대 100㎞를 이동하고 80종 이상의 작물을 먹이로 삼는다. 빠르게 국경을 넘기 때문에 한 나라의 사후 방제만으로 대응하기보다 발생 단계부터 정보를 나누는 예찰이 중요하다.
농촌진흥청은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와 협력해 수집한 해충의 유전체를 분석하고 사전 예찰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유전체는 생물이 지닌 유전정보 전체를 뜻한다.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는 이 분석을 통해 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확산의 핵심지역으로 지목했으며, 기존 통념과 달리 아시아에서 아프리카로 여러 차례 이동한 흔적도 확인했다.
벼멸구는 직접 벼를 해칠 뿐 아니라 바이러스도 옮긴다. 국제미작연구소에 따르면 벼멸구는 벼오갈병과 벼위축병 바이러스를 전파한다. 벼오갈병은 논 안에서 식물의 최대 75%에 영향을 주고 수량을 최대 80% 줄일 수 있다. 살충제를 지나치게 사용하면 벼멸구의 천적까지 줄어 오히려 대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방제 과정에서 고려해야 한다.
국제미작연구소는 벼멸구 대응책으로 저항성 품종, 같은 시기 재배, 휴경기 확보, 질소비료 조절 등을 결합하는 방식을 제시한다. 농촌진흥청도 AFACI를 통해 2012년부터 벼 병해충 발생정보 감시체계인 AMIVS를 운영해 왔다. 유엔식량농업기구와 아시아태평양식물보호위원회는 2019년 아시아 11개국 회의에서 FAMEWS 기반 공동 감시와 국가 간 자료 교환, 종합적 해충관리, 생물학적 방제를 공동행동으로 채택했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평가회에서 각국 연구 결과를 비교하고 국가 간 이동성 해충의 공동 예찰과 방제 방안을 논의했다. 김민경 농촌진흥청 국제기술협력과장은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은 외래해충이 들어왔을 때 초기 대응 능력이 부족해 순식간에 큰 피해를 보기 쉽다”며 국제협력 체계를 넓혀 개발도상국의 식량안보를 지키고 한국의 농업기술 연구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자료: 농촌진흥청, 유엔식량농업기구(FAO),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국제미작연구소(IR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