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구리산화물 한 층만 남겨도 초전도…원자 한 장서 드러난 ‘중간의 금속’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8.17 07:33 · 수정 2026.08.20 14:46
약 1.3나노미터 Bi-2201에서 31 K 0저항 관측…산소 조절하자 절연체와 초전도체 사이 비정상 금속 나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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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SPat; photographed at Lawrence Berkeley National L, CC BY-SA 3.0 Unported)

샌드위치를 속재료 한 겹만 남을 때까지 얇게 만든 뒤에도 원래의 맛이 유지될까. 초전도체에서도 비슷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전류가 저항 없이 흐르는 성질의 핵심 구조를 단 한 면만 남기면 초전도는 살아남을까. 푸단대학교 중심 국제연구진은 CuO₂ 평면 하나를 포함한 Bi-2201 반 단위격자에서 약 31 K의 측정 한계 내 0저항을 관측했다. 31 K는 약 영하 242도다. 일상적으로는 극저온이지만 기존 저온 초전도체와 비교해 ‘고온 초전도체’로 분류되는 구리산화물에서, 초전도의 최소 단위를 가늠하게 하는 결과다.

더 뜻밖의 상태는 같은 단층의 산소량을 바꾸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냉각할수록 저항이 급격히 작아졌지만 0까지 떨어지지 않고, 그렇다고 절연체처럼 계속 커지지도 않았다. 연구진은 이를 비정상 금속(anomalous metal·온도가 0에 가까워질 때 저항이 0이나 무한대로 가지 않고 유한값에 머무는 저온 상태)으로 해석했다. 절연체가 추워질수록 막히는 도로이고 초전도체가 통행료 없는 도로라면, 비정상 금속은 통행료가 크게 낮아지지만 끝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 도로에 가깝다.

약 1.3나노미터 샌드위치에 남은 초전도

이번 연구의 ‘원자 한 장’은 구리와 산소만으로 된 CuO₂ 막이 진공에 홀로 떠 있다는 뜻이 아니다. 여러 Bi·Sr·O 원자층 사이에 전도와 초전도의 핵심인 CuO₂ 평면이 정확히 하나 들어 있는 Bi-2201의 반 단위격자다. 전체 두께는 약 1.3나노미터다. 머리카락 굵기를 70마이크로미터로 가정하면 약 5만4000분의 1에 해당한다. 머리카락 굵기에 따라 달라지는 비교지만, 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얇기를 짐작하게 한다.

연구진은 이 단층에서 서로 다른 초전도 증거를 함께 확보했다. 전기수송 측정에서는 저항이 측정 한계 안에서 0이 됐다. 주사터널링현미경과 분광법인 STM·STS에서는 초전도 에너지갭을 관측했다. 에너지갭은 초전도 상태가 되면서 전자가 가질 수 없는 에너지 구간이 생기는 현상이다. 보골류보프 준입자 간섭도 나타났다. 이는 초전도 상태에서 전자와 정공의 성질이 섞인 들뜸이 물질 안에서 간섭하는 무늬다. 전류와 전압의 관계에서는 BKT형 거동도 확인됐다. BKT는 매우 얇은 2차원 계에서 소용돌이와 반소용돌이가 짝을 이루며 위상결맞음, 즉 전자쌍들이 한 박자로 움직이는 질서가 생기는 전이를 뜻한다.

최적 도핑 단층의 전이온도는 약 31 K로 벌크의 약 35 K보다 3~4 K, 약 10% 낮았다. CuO₂ 면 하나만으로도 초전도가 존재할 수 있지만, 주변층과의 상호작용이 전이온도를 몇 K 높이거나 안정화할 가능성이 남은 셈이다. 2009년에는 계면 초전도가 한 CuO₂ 면에 국한된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물리적으로 박리한 독립 수송 단층은 아니었다. 2019년 박리형 Bi-2212 단층에는 CuO₂ 면이 두 개 있었다. 이번 연구의 경계는 한 CuO₂ 면을 가진 박리형 Bi-2201에서 전역적인 0저항과 산소량에 따른 수송 상도를 함께 얻었다는 데 있다.

산소를 조절하자 물질의 상태가 차례로 바뀌었다

연구진은 서로 다른 시료를 한 번씩 비교하는 대신, 한 단층 소자를 진공 또는 오존에서 반복 열처리해 산소량을 넣고 뺐다. 산소가 전하 운반자의 상태를 바꾸는 조광기 역할을 한 것이다. 그 결과 모트 절연체, 유사갭, 전하질서, 초전도 돔 등 벌크 Bi-2201에서 알려진 주요 상관전자 현상이 단층에서도 이어졌다. 모트 절연체는 단순한 띠 구조만 보면 전기가 통해야 하지만 전자끼리의 강한 반발 때문에 전류가 막히는 상태다. 유사갭은 완전한 초전도 전이 전부터 전자 상태의 일부가 줄어드는 현상이며, 전하질서는 전자 밀도가 공간에서 일정한 주기를 이루는 상태다.

절연 상태와 초전도 상태 사이에서는 비정상 금속이 나타났다. 저항은 냉각 초기에 초전도 전이처럼 급감했지만 약 0.1~0.3 K 구간에서 유한값에 포화됐다. 이는 높은 온도에서 저항이 온도에 비례하는 ‘스트레인지 메탈’과는 구별되는 저온 상태다. 포화 시트저항은 도핑에 따라 약 10~10만 옴 매 제곱 범위로 네 자릿수 이상 달라져 하나의 보편적인 저항값으로 말할 수 없다.

저자들은 이 거동이 ‘실패한 초전도체’, 보스 금속 또는 양자 와류 액체와 부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실패한 초전도체라는 표현은 전자쌍이 형성되더라도 계 전체가 하나의 위상으로 결맞지 못해 작은 저항이 남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측정이 특정한 미시 이론을 입증한 것은 아니다. 무질서한 초전도 섬들이 연결된 망도 경쟁하는 해석으로 남아 있다.

0.1 K 냉각과 0~12 T 자기장으로 가짜 포화를 걸러냈다

실험은 벌크 결정을 기계적으로 박리하는 데서 시작했다. 연구진은 285나노미터 SiO₂/Si 기판 위에 놓인 박편을 광학 대비와 원자힘현미경으로 확인하고, 저온 공정으로 인듐·금 전극을 연결했다. STM·STS로 원자격자와 초전도갭, 유사갭, 전자구조를 살핀 뒤 같은 소자의 산소량을 반복 조절했다. 이어 희석냉동기에서 약 0.1 K, 섭씨로는 영하 273.05도까지 내리며 시트저항을 측정했다. 자기장은 0에서 최대 12 T까지 바꿨다. 12 T는 지구 자기장을 50마이크로테슬라로 가정할 때 약 24만 배지만, 전체 측정 범위의 상한일 뿐 12 T에서만 현상이 발견됐다는 뜻은 아니다.

비정상 금속 연구에는 외부 전파 잡음이나 측정전류가 전자를 데워 가짜 저항 포화를 만들 수 있다는 오래된 반론이 따른다. 연구진은 희석냉동기의 은-에폭시 필터와 실온 5차 RC 필터를 사용하고, 필터 유무와 차단주파수를 비교했다. 교정용 InOₓ 박막과 전류·전압 측정으로 가열 임계전류도 확인했으며 실제 측정전류를 그보다 낮게 설정했다. 이 통제는 전자 가열 가능성을 크게 낮추지만, 비정상 금속의 미시적 정체까지 독립적으로 확정하지는 않는다.

한 면이면 충분했지만 결론은 아직 한 장 더 남았다

가장 중요한 결론은 구리산화물 특유의 초전도와 여러 상관전자 현상이 개별 CuO₂ 면에서도 살아남았다는 점이다. 초전도가 존재하려면 여러 CuO₂ 면이 반드시 겹쳐 있어야 한다는 그림은 약해졌다. 반면 단층의 전이온도가 벌크보다 약 10% 낮다는 사실은 층간 조지프슨 결합이나 변형률 결합이 전이온도를 높일 가능성을 남긴다. 다만 기판 변형률과 산소 배열·분포도 완전히 배제되지 않아 감소 원인은 확정되지 않았다.

한계도 분명하다. 연구진은 절대영도인 0 K를 직접 측정하지 않고 약 0.1 K의 포화 거동을 바탕으로 온도가 0에 접근할 때의 바닥상태를 외삽했다. 넓은 도핑 상도와 핵심 저온 스케일링은 반복 산소화한 특정 단층 소자의 비중이 크다. 산소 열처리는 운반자 밀도뿐 아니라 결함과 무질서, 국소 불균일성도 바꿀 수 있으며 두 효과는 완전히 분리되지 않았다. 도핑 좌표 역시 직접 화학분석한 정공 수가 아니라 고온 시트저항에서 환산한 소자별 경험적 값이다. 단층 자체의 마이스너 자기차폐 측정도 공개 자료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서울대학교 연구진이 별도로 발표한 LSCO 단층 연구는 기판 위에 성장시킨 시료의 d파형 갭을 ARPES로 관측한 프리프린트다. Bi-2201을 박리해 전기수송과 STM·STS를 결합하고 0저항과 비정상 금속을 보고한 이번 연구의 독립 재현이나 같은 실험은 아니다. 이번 논문은 발표 후 닷새밖에 지나지 않아 외부 연구진의 직접 수송 재현이나 직접 반박도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의의는 곧바로 상용 초전도 소자를 만든 데 있지 않다. 구리산화물의 복잡한 양자상태를 CuO₂ 한 면 단위로 조절하고 시험할 수 있는 최소 실험계를 확보했다는 데 있다.

벗겨 쌓는 기술은 한국에도 있다, 판정의 잣대도

층상 물질을 벗겨 다루는 연구는 국내에도 자리를 잡았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반데르발스 양자 물질 연구단과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 연구단을 두고 있다. 전자가 물질 안에서 어떤 에너지와 방향을 갖는지 직접 들여다보는 각분해광전자분광에는 방사광 시설이 필요한데, 포항가속기연구소는 3세대 방사광가속기 PLS-II와 4세대 PAL-XFEL을 운영하며 빔라인 39기를 갖췄다.

무엇을 초전도로 인정할 것인가는 한국에서 한 차례 공개 논쟁이 됐다. 2023년 8월 2일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LK-99 검증위원회를 구성했다. 김창영 서울대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서울대·성균관대·포항공대 연구자가 참여한 이 위원회는 공개된 논문 두 편과 영상만으로는 LK-99를 초전도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인상적인 그래프 하나가 아니라 계통이 다른 측정들이 겹쳐야 판정이 선다는 원칙이 그때 국내에 각인됐다.

'실패한 초전도체'는 이름일 뿐 아직 설명이 아니다

비정상 금속은 이번에 처음 나온 상태가 아니다. 아하론 카피툴닉과 스티븐 키벨슨, 보리스 스피박은 2019년 게재한 리뷰논문(Rev. Mod. Phys. 91권 011002)에서 여러 2차원 초전도계를 한데 모았다. 온도를 내리면 저항이 초전도로 향하듯 떨어지다가, 금속의 통상적 기준값인 드루드 값보다 몇 자릿수나 낮은 유한값에 멈춘다는 공통점이었다. 세 사람은 이를 실패한 초전도체라 불렀다.

같은 논문은 이 현상이 넓은 조건에서 견고하게 관측된다는 점을 두고 기존의 어떤 이론적 처방과도 조화시키기 어렵다고 진단하며, 더 근본적인 이론 틀이 필요하다고 봤다. 진단이 나온 지 7년, 그 목록에 구리산화물 CuO₂ 면 하나짜리 시료가 더해졌다. 이번 결과는 답을 준 쪽이 아니라, 답을 물을 수 있는 가장 얇은 시험대를 하나 더 만든 쪽에 가깝다.

자료: 푸단대학교·중국과학기술대학교·중국과학원 물리연구소·서울대학교·기초과학연구원·포항가속기연구소·한국초전도저온학회·미국물리학회 리뷰스 오브 모던 피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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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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