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빅뱅 6억6000만 년 뒤, ‘블랙홀 별’ 후보 MoM-BH*-1의 정체

태양에서 명왕성 궤도까지 이어지는 약 60억㎞의 공간을, 수소가 빽빽한 가스 외피가 채우고 그 중심에서 블랙홀이 빛을 낸다면 어떤 모습일까.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이 빅뱅 뒤 약 6억6000만 년에 존재한 점광원 MoM-BH*-1에서 이와 닮은 빛의 지문을 포착했다. 다만 태양계 크기의 외피를 직접 촬영한 것은 아니다. 관측된 것은 일반적인 별 집단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스펙트럼이며, 10∼100AU의 외피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선택된 모형의 결과다. ‘블랙홀 별’ 역시 새로 확인된 천체 분류가 아니라 초기 프리프린트에서 붙인 해석적 별칭이다.
밝기가 스무 배 뛰는 ‘빛의 절벽’
MoM-BH*-1의 분광 적색편이는 7.7569로 측정됐다. 적색편이는 빛의 파장이 얼마나 길어졌는지를 나타내는 값으로, 연구진이 채택한 우주론에서는 이 천체를 빅뱅 뒤 약 6억6000만 년 시점에 놓는다. F356W 영상에서는 하나의 점처럼 보였고, 직접 관측으로 제한한 크기는 95% 신뢰수준에서 100pc 미만이다. 그러나 이 상한만으로 천체 내부의 세부 구조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3∼4㎛ 구간의 극단적인 발머 단절이었다. 발머 단절은 수소의 에너지 상태가 빛에 남기는 밝기 변화의 경계다. 원래 3646Å 부근에 있는 이 경계가 MoM-BH*-1에서는 약 3.19㎛까지 이동했다. F444W와 F277W 광대역 밝기의 비는 20을 넘었다. 천문학적 등급으로는 3.25등급 이상 차이로, 파장대 하나를 건너자 밝기가 스무 배 넘게 달라진 셈이다.
연구진이 좁은 파장 구간에서 계산한 발머 단절의 크기는 7.7이었다. 오차 범위는 위로 2.3, 아래로 1.4였으며, 청색 쪽 신호대잡음비가 낮아 불확실성도 크다. 그래도 비교에 사용한 일반적인 먼지 없는 별 집단의 최대치인 약 3을 크게 웃돌았다. 모든 별을 A형별로 채운 극단적인 집단조차 5 미만이었다. 이는 통상적인 별 집단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뜻이지만, 가능한 모든 단일 초거대별까지 관측으로 배제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수소선도 단순하지 않았다. Hβ 방출선은 여러 봉우리로 갈라졌고 폭은 초속 3036㎞에 달했다. 빛의 속도의 약 1%이며, 지구와 달 사이 거리를 약 2분에 지날 속도다. 같은 적색편이에서는 Hβ와 Hγ 흡수선도 나타났고, [O III] 이중선은 3.5시그마 수준으로 약하게 검출됐다. 특히 수소 흡수선은 1㎤당 수소 입자가 적어도 10억 개 이상인 가스를 시사했다.
100만 개 모형이 가리킨 초고밀도 가스 외피
관측은 세 차례의 JWST 프로그램을 통해 쌓였다. 2023년에는 MIRI와 NIRCam 영상이 확보됐고, 같은 해 12월에는 NIRSpec G395M으로 1.5시간 분광했다. 2024년 12월에는 NIRSpec 프리즘으로 4.5시간 더 관측했다. Hβ는 약 4.26㎛로 이동해, 발머 단절과 함께 NIRSpec의 관측 범위 안에 들어왔다.
연구진은 약 100만 개의 Cloudy 광이온화 모형을 탐색했다. 광이온화 모형은 강한 빛을 받은 가스가 어떤 이온과 스펙트럼을 만드는지 계산하는 도구다. 기본 조건을 통과한 모형은 수천 개였으며, 연구진은 연속광의 형태를 잘 설명하는 하나를 대표 모형으로 선택했다. 이 모형에서는 블랙홀 강착원반을 거의 먼지가 없는 고밀도 수소 가스가 둘러싼다. 먼지가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며, 가시광 소광량은 0.15등급으로 설정됐다.
대표 모형의 수소 밀도는 1㎤당 약 1000억 개였다. 우주 공간에서는 극단적으로 조밀하지만 해수면의 공기보다는 약 2억5000만 배 희박하다. 기둥밀도는 1㎠의 시선 방향으로 쌓인 입자 수를 뜻하며, 대표값은 약 6.3×1025㎠당 개였다. 난류속도는 초속 500㎞, 철 함량은 태양 대비 지수값으로 -2가 입력됐다.
이 조건에서 요구되는 외피 규모는 약 10∼100AU였다. 도식의 대표 기둥 길이인 40AU는 약 60억㎞로, 태양에서 명왕성의 평균 궤도까지 거리와 비슷하다. 빛도 이를 가로지르는 데 약 5시간30분이 걸린다. 그러나 이 숫자는 JWST 영상에서 잰 크기가 아니라 모형에서 추론한 값이다. 연구진은 별도의 COLT 복사전달 껍질 모형으로 Hβ의 다중 봉우리도 시험했다. 주요 봉우리의 간격과 세기는 재현했지만, 선의 넓은 날개 전체까지 맞추지는 못했다.
블랙홀의 ‘무게’보다 흔들리는 ‘저울’
이번 결과의 핵심은 블랙홀 질량 하나를 확정한 데 있지 않다. 같은 스펙트럼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중심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의 약 100만 배에서 2억 배까지 달라진다. 통상적인 국부 활동은하핵 환산식을 적용하면 먼지와 흡수를 보정했을 때 약 2억 태양질량, 흡수만 보정하면 약 5000만 태양질량이 나온다. 반면 관측된 Hβ 폭의 상당 부분이 가스의 중력운동이 아니라 전자산란으로 넓어진 것이고 산란 전 선폭이 초속 600㎞라고 가정하면 약 100만 태양질량까지 낮아진다.
에딩턴비도 같은 문제를 드러낸다. 에딩턴비는 블랙홀이 복사압으로 물질을 밀어내는 한계 밝기에 얼마나 가까운지를 나타내는 값이다. 일반적인 환산에서는 약 0.16∼0.25지만, 극단적인 산란 가정에서는 약 5∼10이 된다. 따라서 초에딩턴 강착이 관측으로 확인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 진짜 쟁점은 초기 블랙홀의 무게가 아니라 그 무게를 재는 발머선 ‘저울’이 가스 산란 앞에서 얼마나 정확한가에 있다.
2023년 NIRCam과 2024년 NIRSpec 프리즘 관측 사이에는 천체 고유시간 56일 동안 30±7% 밝아진 듯한 단서도 있었다. 하지만 동일 장비의 반복관측이 아니고 분광 모드 사이에도 계통적 차이가 있을 수 있어 변광은 잠정적이다. 찬드라 X선 관측에서도 검출되지 않았지만, 모형처럼 기둥밀도가 크다면 블랙홀이 있어도 X선이 막힐 수 있다. 비검출만으로 블랙홀의 존재나 부재를 판정할 수 없는 이유다.
초거대별이라는 경쟁자, 단일 천체라는 한계
직접적인 경쟁 가설도 있다. 비회전·금속 0의 100만 태양질량 Population III 초거대별 하나가 연속광과 Hβ 폭을 재현할 수 있다는 제안이다. Population III는 초기 우주의 금속이 없는 별을 뜻한다. 이 계산은 Hβ 폭을 4% 이내로 맞췄다고 보고했지만, 1차원 정상상태 구조와 극단적인 강착률, 별 진화와 복사전달을 분리한 계산, 현상론적인 선 펌핑에 의존한다는 한계가 있다.
블랙홀 가스 외피 모형도 유일한 답은 아니다. 일정한 밀도의 1차원 구조를 가정했으며 실제 외피가 구형인지, 원반인지, 덩어리와 구멍을 가졌는지는 알 수 없다. 외피의 덮임률과 광원까지의 거리, 처음 넣은 활동은하핵 스펙트럼도 서로 맞바꿔 비슷한 결과를 낼 수 있다. 10∼100AU 영역에 이 정도 가스와 난류를 어떻게 만들고 복사압 속에서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도 설명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대상은 하나뿐이다. 다른 LRD인 A2744-QSO1에서는 동역학적으로 약 5000만 태양질량의 중심 점질량이 측정돼 기존 발머선 질량 추정과 맞았다. 반대로 별도의 연구에서는 고신호대잡음비 천체 12개와 적층자료 18개를 분석해 전자산란과 10만∼1000만 태양질량 블랙홀을 제안했다. 다만 12개 중 기존 색 기준으로 LRD에 해당하는 것은 3개뿐이었다. 어느 한 결과를 LRD 전체에 곧바로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MoM-BH*-1이 던진 질문은 ‘새로운 별을 발견했는가’가 아니라 ‘초기 우주의 블랙홀을 무엇으로 식별하고 어떻게 질량을 잴 것인가’다. 같은 장비로 되풀이하는 분광관측과 더 높은 신호대잡음비 자료가 먼저 필요하다. X선·전파·ALMA 후속 관측까지 더해져야 블랙홀을 감싼 고밀도 외피와 단일 초거대별 가운데 어느 설명이 살아남는지 가를 수 있다.
한국이 잡은 자리는 JWST가 아니라 그 앞뒤에 있다
JWST를 운영하는 것은 미국·유럽·캐나다 우주기관이고 한국은 그 지분에 이름이 없다. 대신 한국천문연구원은 2025년 3월 11일 발사된 미국항공우주국 적외선 탐사위성 SPHEREx의 기기·과학 파트너로 참여한다. SPHEREx는 하늘 전체를 0.75∼5.0마이크로미터에서 분광한다. MoM-BH*-1의 발머 단절이 나타난 3∼4마이크로미터도, Hβ가 옮겨간 4.26마이크로미터도 그 창 안에 있다. 다만 JWST가 좁은 하늘을 깊게 겨냥한다면 SPHEREx는 하늘 전체를 훑는 탐사다. 겨냥하는 표적의 깊이가 다르다.
지상에서는 거대마젤란망원경(GMT)이 후속 분광의 무대다. 운영 주체인 GMTO는 이 망원경을 16개 대학·연구기관 컨소시엄이 이끈다고 밝히고 있으며, 한국천문연구원이 그 16곳 가운데 하나다. GMTO 설명에 따르면 건설은 40% 진행됐고 작업은 미국 36개 주와 4개국에 걸쳐 있다.
표본은 하나에서 241개로 늘어나는 중이다
대상이 하나뿐이라는 조건은 이미 흔들리고 있다. 안드레아 바이벨과 로한 나이두 등은 2026년 6월 공개한 동료평가 전 프리프린트에서 JWST 영상 약 1,000제곱각분, 보름달이 덮는 하늘의 1.3배 남짓한 영역을 뒤져 '블랙홀 별' 성분이 지배하는 후보 241개를 추렸다. 적색편이는 z≈1.7∼9.3에 걸쳤고, 발머 단절 크기의 중앙값은 약 3, 일부는 10을 넘었다.
이 표본에서 개수밀도는 z≈5∼6에서 정점을 찍고 z≈2로 오면서 10분의 1로 줄었다. 저자들은 블랙홀 별이 지배하는 천체가 초기 우주만의 현상이 아니라 적어도 우주 정오까지 이어진다고 결론지었다. 우주 정오는 별 형성이 가장 활발했던 약 100억 년 전을 가리킨다. 저자들은 후보 목록을 공개하며 학계의 후속 관측을 요청했다. 질문의 무게중심이 '이 하나가 무엇인가'에서 '이 집단이 언제 얼마나 있었나'로 옮겨간다는 뜻이다. 발머선 저울의 눈금 문제도 이제 한 천체가 아니라 수백 개에서 되풀이 검증받게 됐다.
자료: NASA·ESA·CSA,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 MIT 카블리 천체물리·우주연구소, 오스트리아 과학기술원·한국천문연구원·캘리포니아공과대학·거대마젤란망원경기구(GMT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