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1.36Å 원자 기둥쌍이 만든 ‘이중슬릿’…627℃에서 읽어낸 함께 흔들림

섭씨 약 627도로 달군 실리콘 안에서도 두 원자 기둥은 서로의 움직임을 얼마나 맞추고 있을까. 원자를 동영상으로 찍는 대신, 연구진은 두 기둥이 만든 희미한 전자파 줄무늬를 읽었다. 도쿄대학교·빈대학교·일본 파인세라믹스센터 연구진은 1.36Å 떨어져 보이는 실리콘 원자 기둥쌍을 전자파의 두 출구점으로 이용했다. 1.36Å은 0.136㎚, 즉 136pm다. 약 1㎜ 간격의 전형적인 슬릿과 비교하면 약 735만분의 1에 불과하다. 900K에서는 세 번째 밝은 무늬가 사라졌지만 희미한 두 번째 최대점은 남았다. 연구진이 읽은 것은 포논 자체의 간섭무늬가 아니라, 전자파 간섭무늬에 기록된 두 원자 기둥의 상대적인 열진동 상관성이었다.
구멍 대신 두 개의 원자 기둥을 출구로 삼았다
이번 실험의 ‘슬릿’은 구멍도, 고립된 원자 두 개도 아니다. 실리콘을 [110] 방향으로 바라볼 때 전자빔 방향으로 여러 원자가 겹쳐 보이는 두 줄, 즉 인접한 원자 기둥쌍이다. 두 줄의 투영 간격이 1.36Å이라는 뜻이며 실제 3차원 실리콘 원자 사이의 결합길이를 가리키지는 않는다.
연구진은 FWHM 기준 폭 1.1Å의 300kV 전자 탐침을 두 기둥의 중간에 놓았다. 탐침 폭은 기둥 간격의 약 81%였다. 들어온 전자파는 양전하를 띤 원자핵의 퍼텐셜에 끌려 두 기둥을 따라 채널링됐다. 채널링은 파동이 두 초미세 통로를 따라 안내되는 현상이다. 시료의 출구면에는 전자파 세기가 높은 두 점이 생겼고, 이 두 점이 서로 결이 맞는 전자파원으로 작동해 검출기에 간섭무늬를 만들었다.
검출된 것은 CBED, 즉 수렴된 전자빔이 만든 회절무늬였다. 무늬의 역공간 주기 0.736Å⁻¹은 1.36Å의 역수와 일치했다. 연구진이 탐침을 두 기둥 사이가 아니라 한 기둥 위로 옮기자 해당 주기의 무늬가 사라졌다. 두 기둥이 동시에 전자파 출구로 작동해야 줄무늬가 나타난다는 것을 위치 변화로 확인한 셈이다.
원자 동영상 대신 위치마다 회절사진을 모았다
측정에는 4D-STEM이 쓰였다. 4D-STEM은 시료 위에서 탐침을 이동시키며 각 위치마다 회절사진 한 장씩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순도 99.999%의 무도핑 실리콘 단결정을 300·500·900K에서 측정했다. 섭씨로는 각각 약 26.9·226.9·626.9도다. 실공간 스캔 간격은 12pm였고 온도별로 통상 10∼15회 반복 스캔했다.
한 기둥쌍 위치에서도 간섭무늬는 관찰됐다. 다만 대표적인 고신호대잡음 무늬와 정밀 상관계수는 356개의 동등한 위치에서 약 3천300만 전자의 신호를 합쳐 얻었다. 따라서 단 하나의 기둥쌍에서 높은 정밀도의 수치를 곧바로 읽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공개 심사에서도 수십㎚ 영역의 동등한 위치를 평균한 현재 결과를 엄밀한 국소 측정이라고 부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온도 비교에도 조건 차이가 있다. 분석한 시료 두께는 300K에서 12.7㎚, 500K에서 10.8㎚, 900K에서 10.4㎚로 서로 달랐다. 900K 역시 가열홀더의 설정점이며 국소 시료온도를 별도 온도계로 직접 확인한 값은 아니다. 연구진은 7.4㎚와 30.3㎚ 두께에서 추가 실험을 했지만, 계산의 상한인 60㎚까지 실험으로 입증한 것은 아니다.
같이 움직이면 뜨거워도 무늬가 덜 흐려진다
핵심은 두 기둥의 절대 움직임보다 상대 움직임이다. 두 무용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각자의 위치는 바뀌어도 서로의 간격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반대로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 간격과 두 출구를 잇는 축이 계속 달라져, 여러 순간을 평균한 간섭무늬가 흐려진다. 900K 계산에 입력된 명목 RMS 변위는 0.13Å으로 기둥 간격의 약 9.6%였지만, 두 기둥이 함께 움직인다면 상대거리가 그 비율만큼 변한다는 뜻은 아니다.
원자가 서로 독립적으로 진동한다고 가정한 아인슈타인 모형은 첫 번째보다 높은 차수의 무늬를 재현하지 못했다. 반면 실제 실리콘 포논에서 얻은 상관변위를 적용한 동결포논·다중슬라이스 계산은 고차 무늬를 재현했다. 포논은 결정 속 원자 진동을 파동의 단위로 다루는 개념이다. 온도마다 1천개의 동결포논 배치를 계산해 순간순간 다른 원자 배열을 평균했다.
계산상 간섭 가시도의 상당 부분은 잔류 탄성신호뿐 아니라 TDS에도 담겨 있었다. TDS는 열진동 때문에 생기는 확산산란이다. 이는 에너지를 나눠 직접 측정한 결과가 아니라 계산으로 성분을 분리한 것이다. 계산에서는 장파장 음향 포논이 이웃 기둥을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상대변위를 작게 만들었다. 광학 포논은 상대운동을 만들지만 주파수가 높아 열적 진폭이 작았다. 무늬가 흐려지는 데에는 브릴루앙존 경계 부근의 짧은 파장 음향 포논, 특히 L점과 X점의 부드러운 횡음향 모드가 크게 기여한 것으로 해석됐다.
새 발견은 ‘상관진동’보다 그것을 재는 방법이다
연구진은 결합축 방향을 x, 그 수직 방향을 y로 두고 상관계수, 즉 두 기둥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정도를 추정했다. 300K에서는 ρx=0.362±0.005, ρy=0.184±0.005였고 500K에서는 각각 0.402±0.012와 0.263±0.004, 900K에서는 0.418±0.009와 0.288±0.010이었다. 모두 95% 신뢰구간이다. 다만 온도에 따라 값이 커졌다는 이유만으로 원자 사이 결합이 강해졌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이 수치는 원시 회절무늬에서 바로 읽은 값도 아니다. 연구진은 두 방향의 상관계수를 각각 0부터 0.8까지 0.02 간격으로 바꾼 41×41 계산 격자를 만들고 실험무늬와의 평균제곱오차를 맞췄다. 표시된 오차도 전체 패턴을 다섯 부분집합으로 나눠 구한 통계적 변동을 주로 반영한다. 두께 추정과 퍼텐셜 선택, 조화근사, 온도와 격자상수 가정 등 모든 계통 불확실성을 포함한 종합오차는 아니다.
실리콘의 상관된 열진동을 계산에 넣어 열확산산란 구조를 설명한 연구는 2001년에도 있었다. 이번 연구의 새로움은 상관진동의 존재를 처음 발견한 데 있지 않다. 원하는 위치의 원자 기둥쌍을 전자파원으로 선택하고, 간섭 가시도에서 결합축과 수직 방향의 상관계수를 역산하는 방법을 보였다는 데 있다. 개별 포논의 에너지나 운동량, N/m 단위의 절대 결합강성을 직접 측정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샷노이즈를 외삽하면 약 30만개의 전자를 투여해 단일 기둥쌍의 상관계수를 ±0.05 수준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이는 저자 추정이며 결함이나 계면에서 실험으로 입증된 수치가 아니다. 현재의 정량 실증 대상은 완전한 고순도 실리콘이고, 독립 재현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국내에는 관련 4D-STEM 연구 기반이 있지만 같은 1.36Å 실리콘 기둥쌍 간섭계와 900K 결과를 재현했다는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뜨거운 결정 속 한 기둥쌍의 움직임을 어디까지 국소적으로 읽을 수 있는지는 이 방법이 다음에 답해야 할 질문으로 남았다.
자료: 도쿄대학교·빈대학교·일본 파인세라믹스센터·일본 과학기술진흥기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