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엔 4륜, 서오릉엔 2족…AI 순찰로봇이 국가유산 지킨다

김동현 기자 · 입력 2026.09.07 15:26
8월부터 11월까지 자율주행·화재·침입·응급상황 탐지 능력 비교 실증
덕수궁엔 4륜, 서오릉엔 2족…AI 순찰로봇이 국가유산 지킨다
국가유산청이 덕수궁에 배치한 4륜구동형 AI 순찰로봇. (사진 출처=국가유산청)

평탄한 궁궐에는 바퀴 달린 로봇을, 숲과 경사가 있는 왕릉에는 두 발로 걷는 로봇을 투입하는 국가유산 안전관리 실험이 시작된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2026년 8월부터 11월까지 덕수궁과 서오릉에서 인공지능(AI) 순찰로봇의 현장 실증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하는 ‘AI 순찰로봇 실증사업’에 선정돼 마련됐다. 궁능유적본부가 올해 2월부터 두 달 동안 자체 예산으로 창덕궁에서 AI 순찰로봇 1대를 시범 운영한 데 이은 후속 실증이다. 앞선 운영이 한 장소에서 가능성을 살펴보는 단계였다면, 이번에는 사양과 주행방식이 다른 로봇을 서로 다른 환경에 배치해 궁궐과 왕릉에 맞는 유형과 기능을 비교한다.

덕수궁에는 평탄한 지형을 이동하는 4륜 구동 로봇 1대가 들어간다. 험지와 경사 구간이 있는 서오릉에는 사람처럼 두 발로 이동하는 2족보행 로봇 1대를 배치한다. 궁궐과 왕릉에는 좁고 굽은 길, 경사로, 비포장 구간, 수목과 문화유산 시설물이 함께 있어 일반적인 평지 주행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로봇이 실제 동선을 안정적으로 지나고 장애물에 대응할 수 있는지가 주요 확인 대상이다.

두 로봇은 라이다와 비전AI를 기반으로 정해진 구역을 자율주행한다. 라이다는 레이저를 이용해 주변 물체까지의 거리와 공간 형태를 파악하는 장치이며, 비전AI는 카메라 영상에서 상황을 분석하는 기술이다. 열화상 카메라와 AI 영상분석 기술을 이용해 화재와 침입자를 찾고, 관람객이 쓰러지는 응급상황도 실시간으로 감지한다. 이상 상황이 확인되면 관제상황실과 연계해 안내나 경고 방송을 내보내 현장 대응을 보조할 예정이다.

서오릉은 로봇의 험지 대응력을 살피기에 규모와 지형 조건이 뚜렷한 장소다. 유네스코 자료에 따르면 서오릉 세계유산 구역은 183.3㏊, 완충구역은 349.6㏊이며 창릉·명릉·익릉·홍릉·경릉 등 5개 왕릉으로 구성된다. 서오릉이 포함된 ‘조선왕릉’ 세계유산 전체는 1408년부터 1966년까지 조성된 18개 지역 40기다.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입지를 택한 만큼 숲과 경사지도 안전관리 범위에 들어간다.

화재 조기 탐지를 실증 항목에 넣은 배경도 현장 조건과 맞닿아 있다. 궁능유적본부는 2026년 3월 서오릉에서 산불이 앵봉산에서 익릉으로 번지는 상황을 가정한 훈련을 실시했다. 이 훈련에는 고양·파주·김포·양주시와 소방·경찰이 참여했다. 이번 로봇 실증은 이런 위급 상황에서 기계가 사람의 순찰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보조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실외이동로봇의 보도 운행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돼 있다. 2023년 11월부터 운행안전인증을 받은 실외이동로봇에는 보행자 지위가 부여돼 보도에서 배송과 순찰을 할 수 있다. 인증 대상은 무게 500㎏ 이하, 최고속도 시속 15㎞ 이하이며 16개 안전항목 검증과 보험 가입이 요구된다. 다만 이 규정이 궁능 내부 운행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궁능유적본부는 개별 로봇의 성능만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주행성능, 장애물 대응능력, 감시·탐지 기능을 함께 비교할 계획이다. 화재·침입·안전사고 상황에서 국가유산과 관람객의 안전 확보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도 살핀다. 올해 성과에 따라 실증을 내년까지 연장할 수 있으며, 결과는 AI 로봇을 활용한 국가유산 안전관리 체계를 고도화하는 기초 자료로 쓰일 예정이다.

자료: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산업통상자원부, 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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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 dh.kim@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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