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달을 다녀온 26㎏ 방사선 조끼…태양폭풍 피폭량 최대 60.7% 감소 예측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8.23 07:35
여성형 마네킹 실측으로 계산모형 검증…유방 75% 줄었지만 뇌는 3.1%에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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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NASA/Frank Michaux, NASA Images and Media Usage Guidelines —)

20㎏ 쌀 한 포대에 6㎏을 더한 조끼가 달 너머까지 다녀왔다. 입은 사람은 없었다. 대신 사람의 폐와 위, 유방, 골수 위치까지 본뜬 여성형 몸통 마네킹이 2022년 무인 오리온 우주선에 탔다. 연구진이 알고 싶었던 것은 단순했다. 달이나 화성으로 가는 도중 태양이 고에너지 입자를 쏟아낼 때, 이렇게 무거운 조끼가 우주비행사의 몸을 얼마나 지킬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르테미스 1이 태양폭풍을 직접 만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비행 중 밴앨런대를 통과하며 얻은 방사선 실측자료로 계산모형을 검증한 뒤, 1972년 8월과 1989년 10월의 역사적 태양폭풍 스펙트럼을 입력했다. 그 결과 조끼는 조직가중 유효선량을 조건에 따라 36.9~60.7% 줄이는 것으로 예측됐다. 조직가중 유효선량은 각 장기가 방사선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반영해 합산한 전신 위험지표다. ‘최대 60.7%’는 실제 태양폭풍에서 측정한 숫자가 아니라 달 비행 실측을 토대로 한 시뮬레이션 결과다.

사람 대신 2.5㎝ 몸통 단면 38장을 보냈다

아르테미스 1은 2022년 11월 16일부터 12월 11일까지 25.5일 동안 진행된 무인 달 왕복 시험비행이었다. 오리온 3번 좌석에는 조끼를 입은 ‘조하르’, 4번 좌석에는 입지 않은 ‘헬가’가 앉았다. 두 팬텀은 성인 여성의 몸통을 모사한 같은 형식으로, 높이 약 95㎝, 질량 약 36㎏이었다. 각각 두께 25㎜인 절편 38개를 쌓아 만들었다. 조끼까지 입은 조하르의 질량은 약 62㎏이었다.

여성형 팬텀을 택한 이유는 현재 사용하는 방사선 암 위험모형이 여성을 더 높은 위험 집단으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여성의 실제 위험이 몇 배 더 크다는 임상결과를 뜻하지는 않는다. 연구진은 컴퓨터단층촬영 자료를 이용해 261개 해부구조와 22개 조직형을 구분한 XCAT 디지털 팬텀도 만들었다. 비행한 것은 몸통 팬텀 두 개뿐이며, 키 163㎝·질량 62.0㎏의 전신 여성모형은 컴퓨터 안에서만 계산됐다.

몸통 안팎에는 수천 개의 수동 검출기와 34개의 능동선량계가 배치됐다. 능동선량계는 독일항공우주센터의 M-42 16개와 미국 항공우주국의 CAD 18개였고, M-42는 5분 간격으로 방사선을 기록했다. 수동 검출기는 임무 전체 누적량을 남겼기 때문에 밴앨런대 구간만 따로 떼어 장기별로 살피는 작업에는 능동선량계와 계산모형을 함께 사용했다.

밴앨런대 실측 25.8%, 태양폭풍 계산은 60.7%

비행 중 큰 태양입자사건(SPE)은 일어나지 않았다. SPE는 태양이 양성자를 비롯한 입자를 대량 방출해 우주 방사선 환경을 급격히 바꾸는 사건이다. 연구진은 대신 오리온이 밴앨런대를 지날 때 기록한 능동선량계 자료를 이용해 GEANT4 몬테카를로 방사선 수송모형을 점검했다. 몬테카를로 모형은 가상 입자들의 이동과 충돌을 반복 계산해 몸속 어느 위치에 에너지가 쌓이는지 추정하는 방법이다.

이 실측자료로 검증한 3차원 선량지도에서 조끼를 입지 않은 몸통의 유효선량은 1.61±0.005mSv, 입은 몸통은 1.19±0.006mSv로 재구성됐다. 감소율은 25.8±0.4%였다. 그러나 두 팬텀은 서로 다른 좌석에 앉았고 좌석별 국소 차폐조건도 달랐다. 따라서 25.8%를 조끼만의 순수한 실측효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검증된 모형에 1972년 8월형 태양폭풍을 넣자 몸통 팬텀의 유효선량은 조끼를 입지 않았을 때 222.3mSv, 입었을 때 87.5mSv로 계산됐다. 감소율은 60.7%였다. 전신 여성 디지털 팬텀에서는 204.2mSv에서 85.3mSv로 58.2% 줄었다. 1989년 10월형은 고에너지 성분이 더 커 차폐하기 어려웠다. 몸통 팬텀은 233.5mSv에서 143.6mSv로 38.5%, 전신모형은 219.0mSv에서 138.2mSv로 36.9% 감소했다.

1972년의 대형 태양폭풍은 아폴로 16 귀환과 아폴로 17 발사 사이에 발생했다. 달 탐사 일정과 태양폭풍이 겹칠 가능성을 보여주는 역사적 장면이다. 다만 이번 연구가 계산한 것은 1972년형과 1989년형 두 스펙트럼뿐이다. 미래 태양폭풍이 같은 강도와 에너지 분포를 보인다는 보장은 없다.

갑옷이 아니라 민감한 장기를 가리는 비대칭 방패

AstroRad는 StemRad와 Lockheed Martin이 공동개발하고 StemRad가 제조했다. 수소 함량이 높은 고밀도 폴리에틸렌을 수천 개의 맞물린 육각형 막대로 구성했으며, 부위에 따라 두께가 13~65㎜로 달라진다. 같은 두께로 온몸을 감싸는 갑옷이라기보다 유방·폐·위·대장·적색골수·난소처럼 방사선에 민감한 조직 쪽에 약 26㎏의 차폐재를 몰아놓은 비대칭 방패에 가깝다.

이 설계의 성격은 장기별 결과에서 분명해진다. 1972년형 태양폭풍의 몸통 모형 계산에서 유방 선량은 75.0%, 위는 66.5%, 대장은 65.3%, 폐는 61.4% 줄었다. 골반·요추 적색골수는 57.5%, 난소·자궁은 50.5% 감소했다. 반면 직접 덮지 않은 뇌는 3.1%, 눈은 3.8%에 그쳤다. ‘전신 모든 부위가 60% 보호됐다’는 해석이 틀리는 이유다.

같은 약 26㎏의 차폐재를 16.4㎜ 두께로 전신에 균등하게 배치한 보조 시뮬레이션과 비교하면 장기 집중형 조끼의 유효선량 감소 효과가 약 30% 높았다. 이는 감소율이 30%포인트 더해졌다는 뜻이 아니라, 균등 배치 결과를 기준으로 한 상대적 개선율이다. 제한된 질량을 모든 곳에 얇게 나누기보다 보호할 장기를 선택한 설계가 유효선량을 줄이는 데 유리했다는 의미다.

60%가 ‘암 위험 60% 감소’는 아니다

계산모형은 검출기 집단별 측정값과 −11.4~+2.0%의 평균편차를 보였고, 피어슨 상관계수는 0.974~0.993이었다. 전체 평균편차는 −4.7%였지만 개별 검출기에서는 최대 29.5%의 절대편차가 났다. 실제 오리온도 알루미늄·폴리에틸렌 혼합 구형 외피로 단순화됐고 일부 화물 차폐와 실제 방향성이 생략됐다. 평균적으로 잘 맞았다는 사실과 특정 위치에서 큰 오차가 있었다는 사실을 함께 봐야 한다.

실물 팬텀은 두 개뿐이었고 조끼를 서로 바꿔 입히는 교차착용 시험도 없었다. 사람의 암 발생률이나 암 사망률, 급성방사선증후군 발생률을 측정한 연구도 아니다. 유효선량 60.7% 감소를 암 위험 60.7% 감소로 옮겨 말할 수 없는 이유다. 조끼는 비교적 낮은 에너지의 태양 양성자에 초점을 맞춘 비상대책이며, 투과력이 더 강하고 장기간 누적되는 은하우주선에 대한 효과는 제한적이다.

26㎏이라는 질량도 과제다. 무중력에서는 아래로 누르는 무게감이 사라지지만 물체의 관성과 발사질량은 남는다. 예비 인간공학 시험에서 우주인은 과제 약 75%를 수행했지만 엉덩이·어깨·목의 운동범위 제한이 보고됐다. 오리온 화물칸을 폭풍대피소로 활용하는 대안도 있지만, 논문이 소개한 1989년형 선량 36% 감소치는 공개 원자료가 아닌 내부 분석값이어서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논문 저자 가운데 4명은 조끼 개발·제조사인 StemRad 직원이며, 공동교신저자는 공동창업자·최고경영자이자 소수지분 보유자다. 관련 특허 발명자도 저자에 포함돼 이해상충이 공개됐다. 결과 발표 후 11일인 2026년 8월 23일 기준 독립 재현이나 직접 반박, 정정·철회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를 ‘반론이 없다’고 해석하기에는 검증기간이 짧다.

연구진은 이번 MARE 실험을 저궤도 밖에서 인체형 팬텀의 장기선량을 지도화하고 착용식 차폐 효과를 평가한 첫 사례로 규정했다. 핵심 의의는 조끼의 상품성이 확정됐다는 데 있지 않다. 심우주를 다녀온 인체형 장기선량 자료로 착용식 차폐 계산을 시험했다는 데 있다. 한국도 저궤도 방사선 계측과 달 표면용 계측기 개발을 진행하고 있지만, 사람용 방사선 조끼를 심우주 비행에서 검증한 국내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자료: 미국 항공우주국·독일항공우주센터·이스라엘우주국·우주항공청·한국천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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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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