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달 남극의 ‘우주인 발자국’도 미생물 피난처가 될까…NASA가 그린 생존지도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8.25 07:50
미생물 내성값과 달의 지형·온도·자외선 모델 결합…검은곰팡이는 세 후보지 일부에서 7일째에도 기준 충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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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NASA/JSC, NASA Media Usage Guidelines — 미국 내 저작권 비)

NASA 연구진의 이번 결과는 달에서 미생물을 발견하거나 현장 생존실험을 한 것이 아니라, 기존 미생물 내성 실험값과 달의 지형·온도·자외선 자료를 겹친 계산모델의 결과다. 그 계산이 던진 질문은 뜻밖이다. 우주인이 달 남극을 걸으며 남긴 부츠 자국처럼 작은 그늘도 지구에서 따라간 미생물의 단기 피난처가 될 수 있을까.

답은 ‘조건에 따라 가능할 수 있다’였다. 다만 여기서 생존은 미생물이 자라고 번식하거나 군집을 만든다는 뜻이 아니다. 적어도 지구 시간 하루 동안 포자나 휴면 상태, 또는 생존 가능한 세포로 남을 조건을 충족한다는 의미다. 액체 물과 대기, 온화한 온도가 없는 현재의 달 표면은 배양기보다 냉동고에 가깝다. 미생물이 번성하기 좋은 곳이 아니라 죽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는 차갑고 어두운 저장고라는 얘기다.

태양이 지평선을 스치면 작은 턱도 긴 그늘이 된다

달 남극이 특별한 이유는 햇빛이 들어오는 각도에 있다. 달의 자전축 기울기는 1.5424도에 불과하다. 탁자 위에 손전등을 거의 눕혀 비춘 것처럼 태양이 지평선 가까이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작은 지형의 요철도 긴 그림자를 만든다. 햇빛이 거의 또는 전혀 닿지 않는 영구음영지역(PSR)이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늘에서는 미생물의 유전물질을 손상시키는 자외선 누적량이 크게 줄어든다.

NASA 고더드우주비행센터가 주도한 연구진은 달 정찰궤도선 LRO가 수집한 지형·온도 자료와 광선추적 모델을 결합했다. 달의 18.6년 세차주기까지 반영한 광역 자외선 지도는 한 픽셀이 60m였고, Nobile Rim 2·Connecting Ridge·De Gerlache Rim 등 세 후보지는 5m 간격의 정밀 지형·자외선 지도로 다시 계산했다. 온도 자료의 해상도는 240m였다.

이 지도에 연구진은 세균인 Bacillus subtilis, Deinococcus radiodurans, Staphylococcus aureus와 곰팡이인 Aspergillus niger, Fusarium 속 등 5개 미생물군의 조건을 대입했다. 판정 기준 가운데 하나는 ‘6로그 치사선량’이었다. 미생물 100만 개가 있었다면 생존 가능한 수가 평균적으로 1개 수준으로 감소하는 누적 자외선량을 뜻한다. 실제 달에 미생물 100만 개를 놓고 세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지도 픽셀을 생존 가능 조건과 그렇지 않은 조건으로 나누는 문턱이다.

검은곰팡이가 가장 넓게 남은 까닭

세 후보지 모두에서 5개 미생물군 각각이 최소 24시간 생존 조건을 만족하는 픽셀이 나타났다. 가장 넓은 면적에서 기준을 충족한 것은 욕실이나 환기계통에서도 볼 수 있는 검은곰팡이 A. niger였다. 모델이 사용한 이 곰팡이 포자의 6로그 자외선 치사선량은 ㎡당 3만560J이었다. 방사선 내성으로 알려진 D. radiodurans 영양세포의 2280J/㎡보다 약 13배, B. subtilis 포자의 410J/㎡보다 약 75배 큰 입력값이다.

이는 서로 다른 실험과 생활사 단계에서 얻은 값을 비교한 것이므로 검은곰팡이 자체가 언제나 정확히 13배 또는 75배 강하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모델에서 더 많은 자외선을 누적해야 같은 감소 기준에 도달하도록 설정됐다는 의미다. Fusarium에는 영양세포 값이 아닌 포자의 3360J/㎡가 사용됐다.

겨울철 A. niger의 24시간 생존 조건을 만족한 면적은 세 후보지별 지도 전체 표면의 15.43~30.26%였다. 봄·가을에는 12.51~16.75%, 여름에는 2.75~9.23%였다. 이 수치는 달 남극 전체에서 곰팡이가 산다는 뜻도, 생존확률이 30.26%라는 뜻도 아니다. 각 후보지 지도에서 영구음영지역은 따로 처리하고, 비영구음영지역에 있으면서 모델 임계값을 넘지 않은 픽셀의 면적 비율이다.

시간을 늘려 계산해도 일부 면적은 남았다. 봄·가을 조건에서 A. niger의 기준을 충족한 면적은 7일째 Nobile Rim 2에서 3.68%, Connecting Ridge에서 3.67%, De Gerlache Rim에서 2.88%였다. 계산표가 7일까지 제시됐고 그 시점에도 면적이 남았으므로 ‘최장 7일’이 아니라 ‘최소 7일’ 또는 ‘7일째에도 조건을 만족했다’고 표현해야 한다.

지도는 자동차 크기, 발자국은 신발 크기

가장 주의해서 읽어야 할 대목은 발자국이다. 5m급 지도는 한 픽셀이 자동차 한 대 크기 정도여서 부츠 자국을 직접 보여주지 못한다. 더구나 사용된 지형자료는 약 90%의 픽셀이 보간값이며, 관심구역 높이 오차의 중앙값도 약 0.30~0.50m로 발자국보다 크다. 연구진이 실제 부츠 자국의 온도와 자외선량, 미생물을 측정한 것도 아니다.

발자국 주장은 작은 충돌구가 극지의 낮은 태양각에서 그늘을 만든다는 기하학을 부츠 자국·로버 바퀴 자국·삽질로 생긴 함몰까지 확장한 추론이다. 별도 학술회의 계산에서는 아폴로 부츠 자국의 대표 깊이 0.7~1cm와 폭 12.5cm를 적용해 남위 약 87~88.3도 이남에서 음영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동료심사된 이번 생존지도가 발자국을 직접 계산했다는 증거가 아니다.

생물학적 입력값에도 빈틈이 있다. A. nigerD. radiodurans의 치사선량은 3로그 감소 자료에서 6로그까지, 나머지 세 미생물군은 주로 1로그 감소량에서 6로그까지 외삽했다. 사멸이 일정한 지수곡선을 따른다고 가정했고 초기 지연구간, 두 단계 사멸, 빛을 이용한 DNA 복구도 제외했다. 생존온도 자료가 부족해 최대 성장온도를 대리값으로 썼으며, 진공·저온·입자방사선·건조·달 토양이 동시에 작용할 때의 복합효과도 달과 비슷한 환경에서 검증되지 않았다.

사람이나 우주선이 실제로 몇 마리의 미생물을 어느 위치에 떨어뜨리는지, 발자국 안에 정착하는지, 다시 햇빛에 노출되거나 먼지에 묻히는지도 계산 밖이다. 표본 역시 5개 미생물군에 한정됐다. 실제 우주복·인체·우주선에 존재하는 다양한 균주와 세포 덩어리, 먼지나 소재 내부의 차폐 효과를 모두 대표하지는 못한다.

감염보다 먼저 걱정할 것은 달의 ‘과학수사’

이 연구가 제기한 위험은 달에서 곰팡이가 번식하거나 사람을 감염시키는 상황이 아니다. 우주인이 남긴 생물·DNA·유기물이 달에 원래 있던 오래된 유기물과 얼음, 휘발성 물질의 기록에 섞일 가능성이다. NASA 설명에 따르면 연필 지우개 크기의 피부 면적에도 평균 약 100만 마리의 세균이 있을 수 있다. 로봇 장비처럼 사람을 고온 처리해 멸균할 수 없다는 점이 유인탐사를 무인탐사와 다르게 만든다.

2020년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은 기존 무인 착륙선이 영구음영지역을 미생물로 오염시킬 위험을 무시할 수준으로 판단했다. 이번 연구는 그 결론을 달 표면 실험으로 뒤집은 것이 아니다. 사람과 극지 미세지형을 함께 고려하면 국소적인 예외가 생길 수 있다고 제안한 것이다. 현행 NASA 기준에서도 달 극지와 영구음영지역 표면임무는 Category IIb로 분류되지만, 달의 Category II·IIa·IIb 임무는 미생물 부하 관리 요건에서 제외돼 있다. 대신 유기물과 추진제 관련 기록을 요구하며 유인임무 기준은 지식 공백을 반영해 갱신할 예정이라고 명시했다.

한국의 달 관측자료도 후속 연구의 연결점이 될 수 있다. 다누리의 ShadowCam은 약 1.7m 해상도로 달 극지 영구음영지역을 촬영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는 다누리 자료가 사용되지 않았고 이 해상도 역시 부츠 자국보다 크므로, 발자국 속 미생물 피난처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향후 더 정밀한 음영지형 모델과 한국 달 착륙선의 오염 기준을 설계할 때 참고할 관측자산이 될 수 있다.

결국 남은 질문은 달에 지구 생물이 ‘살 수 있느냐’보다, 인간이 남긴 흔적과 달이 오랫동안 보존해 온 기록을 어떻게 구별할 것이냐다. 발자국은 탐사의 증거인 동시에 새로운 오염 경로가 될 수 있다. 그 가능성을 실제 달 복합환경 실험과 더 높은 해상도의 지형·온도 자료로 얼마나 좁혀 갈지가 다음 과제다.

자료: NASA, 미국과학진흥협회, 메릴랜드대학교,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 우주항공청,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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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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