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탄소 둘을 붙일까, 끊을까…폐PET 성분의 운명을 가른 0.6V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8.26 08:02
경상국립대, 동일한 NiMo-DA/PdNS 촉매에서 1.0V는 글리콜레이트·1.6V는 포메이트 경로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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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B. Sutliff/NIST, NIST 공개정보—복사·배포 가능, 사진 크레디트 표기 요청)

탄소 원자 두 개가 서로 손을 잡은 분자에서 그 손을 그대로 둘까, 끊을까. 경상국립대학교 연구진은 폐PET를 분해해 얻을 수 있는 에틸렌글리콜(EG·HO–CH₂–CH₂–OH)을 전기화학적으로 산화하면서 이 선택을 전극 전위로 조절했다. 동일한 조성의 NiMo-DA/PdNS 촉매를 각기 다른 고정전위에서 시험한 결과, 1.0V에서는 탄소 두 개가 이어진 C2 글리콜레이트가, 1.6V에서는 가운데 C–C 결합이 끊어진 C1 포메이트가 주생성물이 됐다. 전위 차이는 0.6V지만 건전지 전압처럼 이해해서는 안 된다. 두 값은 전해조 전체 단자전압이 아니라 RHE(가역수소전극이라는 전기화학 기준점) 대비 양극 전위다.

폐PET를 전극에 바로 넣은 실험은 아니다

이 성과를 ‘페트병에 전압만 걸어 원하는 물질을 골라 만드는 기술’로 받아들이면 실제 공정을 놓치게 된다. 연구진은 먼저 PET 35g이 표시된 배치를 6.0M 수산화칼륨 용액에서 80℃로 72시간 가수분해했다. 다만 전기분해·비용 계산은 40mL 배치 기준이며, 두 양의 완전한 질량수지 연결은 불명확하다. 긴 PET 사슬을 화학적으로 풀어 테레프탈산(TPA)과 EG를 얻고, 그 가운데 EG를 다시 전기산화하는 순서다. 공정 지도로 쓰면 ‘폐PET→강알칼리 가수분해→TPA와 EG→EG 전기산화→글리콜레이트계 또는 포메이트계 결정’이다.

대표 성능 역시 실제 폐PET 가수분해액이 아니라 1.0M 수산화칼륨과 0.5M 시약급 EG를 넣은 깨끗한 용액에서 1시간 동안 측정했다. 따라서 논문에 제시된 81%와 78% 안팎의 수치를 폐PET 질량의 전환율로 읽어서는 안 된다. 이 수치는 패러데이 효율(FE·흐른 전하 가운데 목표물 형성에 사용된 비율)이다. FE가 81%라는 말은 PET 100개 중 81개가 제품이 됐다는 뜻이 아니라, 전자 100개 분량의 전하 중 약 81개 분량이 목표 반응에 쓰였다는 뜻이다.

폐플라스틱을 다른 화학물질의 원료로 바꾸려는 배경에는 커지는 폐기물 문제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가 집계한 전체 플라스틱 생산량은 2000년 2억3400만t에서 2019년 4억6000만t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폐기물은 1억5600만t에서 3억5300만t으로 증가했다. 최종적으로 재활용된 비율은 9%였다. 이는 PET만의 통계는 아니지만, 단순 폐기를 넘어 분자를 다시 원료로 쓰려는 연구가 필요한 이유를 보여준다.

1.0V에서는 C2, 1.6V에서는 C1

시약급 EG 시험에서 1.0V 조건의 글리콜레이트 FE는 81.02±1.11%, 생성속도는 1.14±0.01mmol·h⁻¹·cm⁻²였다. 산의 분자량으로 단순 환산하면 약 87mg·h⁻¹·cm⁻²에 해당하지만, 분리·정제를 마친 회수제품 무게는 아니다. 이 조건에서는 EG의 두 탄소 사이 C–C 결합을 유지하면서 C–H 결합을 산화하는 경로가 우세했다.

1.6V에서는 C–C 결합이 절단되며 포메이트가 주로 형성됐다. FE는 77.96±0.69%, 생성속도는 0.389±0.03mmol·h⁻¹·cm⁻²였다. 단순 질량 환산값은 약 18mg·h⁻¹·cm⁻²다. 연구진은 높은 전위에서 C–C 절단 경로의 반응 자유에너지가 낮아진다고 해석했다. 다만 글리콜알데하이드와 이산화탄소 같은 부산물도 확인돼 목표물만 100%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실제 PET 가수분해액에서는 방향 전환은 유지됐지만 성능이 크게 낮아졌다. 1.0V에서 50시간 후 글리콜레이트 FE는 약 76%, 생성속도는 약 0.039mmol·h⁻¹·cm⁻²였다. 시약급 EG의 대표값보다 생성속도가 약 29배 낮다. 1.6V에서 포메이트 FE는 약 44%, 생성속도는 약 0.027mmol·h⁻¹·cm⁻²로, 생성속도가 약 14배 낮았다. 이 값들은 원도표를 읽은 값이어서 소수점까지 확정된 측정값처럼 해석할 수 없다.

장기 운전에서도 간극이 드러났다. 실제 PET 가수분해액의 전류밀도는 1.0V에서 약 20mA·cm⁻²로 시작해 50시간 뒤 약 3mA·cm⁻²로, 1.6V에서는 약 80mA·cm⁻²에서 약 2mA·cm⁻²로 감소했다. 순수 EG를 사용한 시험은 각 전위에서 100시간 진행됐지만 10시간마다 새 양극액으로 교체했다. 실제 PET 가수분해액 시험은 전위별로 50시간 연속 운전했다. 따라서 ‘100시간 동안 실제 폐PET 성능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할 근거는 없다.

소수의 Ni–Mo 원자쌍, 대부분은 팔라듐

촉매의 정확한 이름은 NiMo-DA/PdNS다. 팔라듐 나노시트 위에 니켈과 몰리브덴 원자쌍을 올린 구조다. 금속 원자비는 팔라듐 96.89%, 니켈 1.61%, 몰리브덴 1.50%였다. 금속 원자 100개 가운데 니켈과 몰리브덴은 합쳐 약 3.1개이고 나머지 약 96.9개가 팔라듐인 셈이다. 값싼 NiMo 비귀금속 촉매라기보다, 소수의 Ni–Mo 원자쌍이 큰 팔라듐 바탕 위에서 반응을 조율하는 구조에 가깝다. EXAFS(원자 주변의 결합 거리와 이웃 원자를 읽는 X선 분석)로 추정한 Ni–Mo 거리는 약 2.60Å이었다.

연구진은 팔라듐 전구체와 아세트산을 일산화탄소 분위기에서 90℃로 1시간 처리해 나노시트를 만들었다. 이어 니켈·몰리브덴 전구체와 암모니아수, 에탄올, 물을 넣고 파장 10.6µm, 출력 7W의 이산화탄소 레이저를 10분 조사했다. 합성 직후 구조는 원자를 밝기 차이로 살피는 HAADF-STEM을 비롯해 EDS, ICP-OES, XPS, XANES, EXAFS로 분석했다. 생성물은 주로 수소 핵자기공명분광법으로 정량하고 탄소 핵자기공명분광법과 기체크로마토그래피로 부산물을 확인했다.

전위에 따라 EG의 생성물 분포가 달라진다는 현상 자체는 세계 최초가 아니다. 1990년 금 전극 연구에서도 전기분해 전위에 따라 글리콜레이트가 우세하거나 글리콜레이트와 포메이트 등이 섞이는 현상이 보고됐다. 이번 연구의 새로움은 최고 FE나 최고 생산속도 기록보다, 하나의 Ni–Mo 원자쌍·팔라듐 촉매에서 C–H 산화와 C–C 절단이라는 두 경로를 각 전위로 구현하고 이를 분광분석과 계산으로 연결했다는 데 있다.

흥미로운 선택성에서 실제 공정까지 남은 거리

이번 시험은 실험실 H형 셀 단계다. 같은 전극을 운전하면서 1.0V와 1.6V를 왕복해 제품을 즉시 바꾼 것이 아니라, 동일 조성 촉매와 같은 종류의 원료를 각 고정전위에서 별도로 비교했다. 흐름형 전해조와 막전극접합체, 여러 셀을 묶은 스택, 하루 kg급 이상의 실증도 제시되지 않았다. 실제 소비전력을 계산하려면 양극 전위뿐 아니라 음극 전위, 막과 전해질의 저항, 각종 과전압을 모두 더한 셀 전압이 필요하다.

촉매 구조와 비용도 과제다. 활성점은 희박한 Ni–Mo 원자쌍이지만 바탕 금속 대부분이 팔라듐이어서 귀금속 비용과 회수, 공급망, 대면적 나노시트 제조비를 검증해야 한다. 장기시험 뒤 구조 분석은 수행됐으나 운전 후에도 Ni–Mo 원자쌍이 그대로 유지됐음을 직접 보여주는 HAADF-STEM·EXAFS 또는 오페란도 분석, 즉 촉매가 작동하는 순간의 구조를 보는 측정은 확인되지 않았다.

전처리와 분리 과정도 가볍지 않다. 6.0M 강알칼리에서 72시간 가열한 뒤 산성화하고, 80℃ 감압농축과 이틀간의 결정화, 에탄올 세척을 거쳐야 한다. 전 과정의 에너지와 약품, 폐수, 탄소배출을 합친 전과정평가도 없다. 경제성 계산은 하루 PET 10t 처리, 가동률 90%, FE 100%, 낮은 전기료와 높은 제품가격 등을 둔 예비 시나리오이며 실측 수익이 아니다. 계산에서 RHE 기준 양극 전위를 셀 전압처럼 사용했고 포메이트의 전자 수 적용도 서로 달라 결과를 상용성의 증거로 쓰기 어렵다.

국내에서는 2026년 1월부터 무색 PET병을 연간 5000t 이상 사용하는 생수·비알코올음료 업체에 재생원료 10% 사용 의무가 적용된다. 그러나 이는 병과 섬유용 재생원료 정책이지 글리콜레이트나 포메이트 생산을 직접 지원하는 제도는 아니다. 이번 촉매의 국내 기술이전이나 특허 실시, 상업 플랜트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전위라는 조절변수로 한 촉매의 결합 절단 경로를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 촉매 설계 성과다. 동시에 실제 폐PET에서는 생산속도와 포메이트 FE가 낮아졌고 전류도 크게 감소했다. 강알칼리 전처리, 팔라듐 의존, 작동 중 원자쌍 안정성, 실제 셀 전압과 전력비, 혼합·오염 폐기물 시험이 다음 질문으로 남았다. 2026년 8월 26일 기준 독립 재현과 직접 반박, 정정·철회는 확인되지 않았다.

자료: 경상국립대학교·국립타이완과학기술대학교·태국 싱크로트론광연구소·기후에너지환경부·경제협력개발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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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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