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해마 뉴런 12.61~19.30%에 ERBB4 켰더니…2주 만에 회로 병리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8.27 07:03
젊은 야생형 생쥐에서 과흥분·선택적 시냅스 포식·기억 수행 저하…아밀로이드와 맞물린 증폭 고리 제시
기사 대표 이미지
(사진 출처=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 Margaret I. D, Public domain (미국 연방정부 저작물, PDM 1.0))

뇌의 기억 회로를 이루는 뉴런 100개 가운데 약 13~19개의 ‘스위치’를 바꾸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생후 2개월 야생형 생쥐의 해마 CA1 피라미드 뉴런 일부에 ERBB4를 강제로 발현시켰더니, 불과 2주 뒤 뇌의 청소세포가 흥분성 연결을 골라 더 많이 삼키고 기억시험 수행도 떨어졌다. 연구진이 목표로 삼은 발현 범위는 5~15%였지만 실제 측정값은 12.61~19.30%, 평균 15.59%였다.

이 생쥐는 알츠하이머병 유전자를 넣어 만든 모델이 아니었다. 뇌 정위수술을 거쳐 AAV9 바이러스를 주입받은 야생형 생쥐였다. 연구진은 흥분성 뉴런에서 잘 작동하는 CaMKIIα 프로모터를 이용해 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해마 CA1 피라미드 뉴런 일부에서만 ERBB4가 만들어지도록 했다. 행동시험에는 양쪽 해마를 처리했다.

브레이크 계통의 부품이 가속페달 쪽에서 켜졌다

ERBB4는 평소 주로 억제성 뉴런에서 작동하는 단백질이다. 억제성 뉴런은 회로가 지나치게 흥분하지 않도록 제동을 거는 세포다. 이번 현상은 브레이크 계통의 부품이 흥분성 뉴런이라는 가속페달 쪽에 잘못 붙은 상황에 비유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런 ERBB4 양성 흥분성 뉴런을 EREN, 즉 ‘초기반응 흥분성 뉴런’이라고 불렀다.

ERBB4가 켜진 피라미드 뉴런은 스스로 더 쉽게 발화했다. 활동한 뉴런을 표시하는 FOS 양성 피라미드 뉴런 비율은 2.44%에서 4.77%로 늘었다. 반면 억제 회로 가운데 SST 뉴런의 FOS 양성 비율은 59.71%에서 31.36%로 떨어졌다. 또 다른 억제성 세포인 PV 뉴런에서는 뚜렷한 활동 변화가 확인되지 않았다. 회로 전체가 똑같이 들뜬 것이 아니라 특정 흥분성 세포와 억제성 세포 사이의 균형이 달라진 셈이다.

더 크게 울리는 뉴런, 하나씩 빠지는 연결선

더 눈에 띄는 변화는 별아교세포와 미세아교세포에서 나타났다. 두 세포는 뇌 환경을 유지하고 불필요한 연결을 정리하는 교세포다. 별아교세포의 흥분성 시냅스 포식지수는 대조군 1.00에서 2.44로, 미세아교세포는 공개 원자료 기준 1.00에서 1.94로 높아졌다. 시냅스는 뉴런끼리 신호를 주고받는 접점이고 포식은 교세포가 그 접점을 내부로 삼켜 처리하는 과정이다.

반대 방향의 변화도 동시에 일어났다. 별아교세포의 억제성 시냅스 포식지수는 1.00에서 0.35로 낮아졌고, 두 교세포 모두 억제성 시냅스를 덜 삼키는 경향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구조적인 흥분성 시냅스는 줄고 억제성 시냅스는 늘었다. 무차별적인 청소가 아니라 연결의 종류를 가려 먹는 ‘시냅스 편식’이었다.

여기에는 역설이 있다. ERBB4 양성 뉴런 자체는 더 쉽게 불을 뿜었지만 주변에서 들어오는 흥분성 연결과 기능적 입력은 감소했다. 개별 흥분성 입력을 전기적으로 포착하는 mEPSC, 즉 미니어처 흥분성 시냅스후전류의 빈도는 줄었고 진폭은 달라지지 않았다. 고장 난 확성기는 더 크게 울리는데 연결된 전선은 하나씩 빠지는 모습에 가깝다. 구조적으로 늘어난 억제성 접점도 기능 증가로 곧장 이어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 억제성 입력을 보여주는 mIPSC 빈도의 차이는 P=0.0504로 통상적인 유의성 기준을 넘지 못했다.

GFAP·S100β·IBA1·AXL 같은 반응성 교세포 지표도 증가했다. 그러나 뚜렷한 세포사멸 증가는 cleaved caspase-3 측정에서 검출되지 않았다. 이는 뉴런이 대규모로 죽어서 기억 수행이 떨어진 실험이라기보다, 살아 있는 회로의 흥분성과 연결 정리 방식이 급격히 재편된 결과에 가깝다.

행동시험에서도 차이가 이어졌다. Y-maze 자발적 교대율은 62.62%에서 53.64%로, 새 위치 물체 선호지수는 59.74%에서 49.96%로 낮아졌다. 새 물체 인식지수도 62.58%에서 53.02%로 떨어졌고 Barnes maze 수행 역시 저하됐다. 50%대는 두 선택 가운데 우연히 고르는 수준에 가까워졌다는 감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이 결과는 생쥐가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다는 뜻이 아니라 두 집단 사이에 기억 수행 차이가 생겼다는 의미다.

아밀로이드의 대체 원인 아닌 ‘증폭 고리’

ERBB4 단백질이 존재하기만 하면 같은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인산화효소 기능을 없앤 K751M 변이는 동일한 교세포·시냅스 변화를 만들지 못했다. ERBB4와 함께 Rptor를 제거해 세포 성장과 대사를 조절하는 신호 복합체 mTORC1을 차단하자 과흥분, SST 뉴런 저활성, 교세포 반응과 시냅스 변화가 억제됐다. 연구진이 제시한 경로는 ‘흥분성 뉴런 ERBB4→mTORC1→과흥분과 시냅스·교세포 변화’다.

반대 방향의 실험도 이 경로를 뒷받침했다. 빠르게 아밀로이드가 쌓이는 5×FAD 생쥐의 CA1 흥분성 뉴런에 CRISPR–SaCas9을 전달해 Erbb4를 줄이자 과흥분과 SST 저활성, 비정상적 시냅스 포식, 반응성 교세포증, 플라크와 인지행동 이상이 완화됐다. ERBB4 양성 세포는 평균 10.41%에서 4.20%로 감소했으며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다. 3개월령이나 8개월령에 개입한 장기·후기 실험에서도 이후 교세포 반응과 플라크가 줄었다.

이 결과를 ‘아밀로이드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야생형 생쥐의 CA1에 Aβ 올리고머, 즉 플라크로 굳기 전 작은 아밀로이드 덩어리를 주입하자 2일 만에 흥분성 뉴런의 ERBB4가 증가했다. 5×FAD에서 Erbb4를 줄이면 플라크도 감소했다. 현재 가능한 신중한 해석은 Aβ가 일부 흥분성 뉴런의 ERBB4를 켜고, ERBB4가 회로·교세포·아밀로이드 병리를 다시 키우는 악순환이다.

젊은 야생형 생쥐는 원래 눈에 보이는 플라크가 생기지 않는 조건이다. 그런 조건에서도 경보기와 배선, 청소 시스템에 해당하는 회로·교세포 이상이 나타났다는 점은 중요하다. 그러나 핵심 강제발현 실험에서 플라크와 가용성 Aβ, 올리고머를 별도로 정량하지 않았으므로 ‘아밀로이드가 전혀 없었다’고 확대해서는 안 된다. 화학유전학으로 과흥분을 급성 억제했을 때 활동성과 시냅스 포식은 교정됐지만 교세포증과 플라크는 줄지 않았다는 점도 ERBB4에 활동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경로가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에게도 원인인가…아직은 관찰 단계

사람 자료는 훨씬 조심스럽게 봐야 한다. 서울대학교병원 뇌은행의 사후 해마에서 비치매 대조군 4명과 알츠하이머병 4명을 비교하자 SLC17A7 양성 흥분성 뉴런의 ERBB4 RNA 신호가 평균 1.00 대 2.94로 높았다. ROSMAP 참여자 446명의 사후 배외측 전전두피질 자료에서는 ERBB4가 높은 흥분성 세포군이 플라크 정도를 반영하는 CERAD 점수와 양의 관계, 인지기능을 평가하는 MMSE 점수와 음의 관계를 보였다. 그러나 사후 단면자료의 상관관계와 통계적 매개모형은 ERBB4가 사람의 질병을 일으켰다는 인과 증명이 아니다.

실험 자체의 경계도 분명하다. 이번 강제발현은 2주 동안 나타난 급성 변화이며 타우 신경섬유매듭, 광범위한 신경세포 사멸, 뇌 위축, 혈관병리와 수십 년에 걸친 노화를 재현하지 않았다. ERBB4 양성 세포 비율은 질환 모델 범위에 맞췄지만 세포 한 개당 단백질량이 5×FAD와 같다는 정량도 없다. 초기 단일핵 RNA 분석은 수만 개의 핵을 조사했어도 조건당 생쥐가 2마리였고, 5×FAD와 APP/PS1은 빠른 아밀로이드 축적에 치우친 모델이다.

ERBB4의 효과가 세포 종류와 활성 방식에 따라 반대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연구가 겨냥한 것은 흥분성 뉴런에서 비정상적으로 생긴 ERBB4다. 따라서 뇌 전체의 ERBB4를 무차별 차단하는 전략으로 곧바로 넓힐 수 없다. 2026년 8월 27일 기준 ERBB4·HER4와 알츠하이머병 또는 치매를 함께 검색한 등록 임상시험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세영·정원석 연구자는 연구 기반 특허를 출원했으며, 국제출원은 KAIST와 일리미스테라퓨틱스를 출원인으로 두고 공개·계류 중이다. 공동저자 박상훈은 일리미스테라퓨틱스 소속이고 정원석 연구자는 회사가 소개한 과학 공동창업자다. 이는 연구 결과의 오류를 뜻하지 않지만 치료제 가능성을 평가할 때 함께 공개돼야 할 이해관계다.

이번 연구가 던진 핵심 질문은 ‘나쁜 단백질이 새로 생겼는가’만이 아니다.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단백질이 어떤 세포에서, 어떤 시점에 켜졌는지가 질병 회로를 바꿀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일부 흥분성 뉴런의 ERBB4는 새로운 표적 후보로 떠올랐지만, 사람에서의 인과성과 안전성, 실제 치료효과를 확인하는 일은 이제부터 남은 과제다.

자료: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과학기술원(KA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서울대학교병원 뇌은행, 보건복지부

저작권자 © 한국R&D신문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화학·물리·의학·생명 — 신소재·촉매·양자·물성, 의학·제약·바이오
댓글 0 최신순 추천순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0 / 400 · 회원 로그인 시 닉네임으로 작성 · 비회원 수정은 작성 후 1분 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