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16년 궤도 추적이 포착한 화성의 두 얼굴…남부 맨틀 200~400℃ 열 이상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8.27 07:28
특정 3차 계절 중력계수, 구대칭·대기 모델 예측서 최대 300% 이탈…반구 규모 강성 차이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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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NASA/JPL-Caltech/ASU, NASA Images and Media Usage Guidelines —)

화성 땅속에 온도계를 넣지 않고도 남쪽과 북쪽의 온도차를 알아낼 수 있을까. 연구진은 화성 주위를 돌던 궤도선 세 대의 미세한 속도 변화를 약 16년 동안 겹쳐 읽는 방법을 택했다. 그 결과 특정 3차 계절 중력계수가 구대칭 화성과 대기 하중을 합친 모델의 예측에서 최대 약 300% 벗어나는 신호를 발견했다. 이 차이를 화성 내부 암석의 성질로 역산하자 남부 고지 맨틀은 북부 저지 맨틀보다 부드러웠고, 온도차로 환산하면 약 200~400℃ 더 따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300%는 화성 전체 중력이 세 배나 네 배로 강해졌다는 뜻이 아니다. 화성의 계절에 따라 변하는 여러 중력계수 가운데 하나가 단순한 내부 구조와 대기 이동을 가정한 계산값에서 벗어난 정도다. 실제 관측한 것은 궤도선의 전파 주파수 변화와 그로부터 계산한 중력계수다. 맨틀의 강성과 온도는 그 신호를 설명하기 위해 모델로 추론한 결과다.

화성의 ‘계절 중력 맥박’을 8번 반 포갰다

연구진은 미 항공우주국 심우주통신망이 수신한 Mars Global Surveyor, Mars Odyssey, Mars Reconnaissance Orbiter의 X밴드 도플러 자료를 다시 처리했다. 도플러 편이는 움직이는 물체가 내는 소리의 높낮이가 달라지는 것처럼, 궤도선과 지구 관측소 사이의 상대운동에 따라 전파 주파수가 달라지는 현상이다. 이를 이용하면 두 지점 사이의 거리 변화율, 곧 시선 방향 속도를 정밀하게 구할 수 있다.

자료는 대체로 1998년부터 2015년 사이에 축적된 약 16년분이다. 화성의 1년은 687지구일이므로 계절 주기를 약 8.5회 관측한 셈이다. 연구진은 자료를 2.5~8일 길이의 구간으로 나누고 정적 중력장은 120차까지, 시간에 따라 변하는 중력장은 3차까지 함께 추정했다. 짧은 구간 하나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느린 계절 신호를 여러 화성년에 걸쳐 포개어 찾아낸 것이다.

핵심값은 3차·1차 성분의 연주기 코사인 계수인 ΔC₃₁ᴬ였다. 측정값은 −2.5084×10⁻¹⁰±4.86×10⁻¹¹로 제시됐으며, 구대칭 내부와 대기 하중을 합친 예측과의 차이는 최대 약 300%, 신뢰도는 99.99%를 넘었다. 이 계수는 화성 중력장의 극히 작은 계절 변화를 표현하는 4π 정규화 무차원 수다. 숫자 자체는 작지만 오랜 자료에서 같은 주기로 되풀이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대칭인 종에서 예상 밖의 배음이 울린 까닭

태양은 화성을 주로 2차 조석 형태로 잡아당긴다. 조석은 태양의 인력이 화성의 가까운 쪽과 먼 쪽에 다르게 작용해 행성을 미세하게 변형시키는 현상이다. 화성 내부가 방향에 관계없이 완전히 같다면 이 힘에 대한 반응도 비교적 단순해야 한다. 그러나 반구 규모의 1차 강성 비대칭이 있으면 주된 2차 조석과 결합해 3차 중력 응답이 만들어진다.

이는 완벽히 대칭인 종을 두드렸는데 예상하지 못한 배음이 함께 울리는 것과 비슷하다. 연구진은 이 ‘모드 결합’, 즉 서로 다른 형태의 변형이 섞여 새로운 중력 성분을 만드는 현상을 이용해 내부의 단단함을 역산했다. 2025년에는 달의 월주기 조석을 이용해 앞면 맨틀이 뒷면보다 100~200K 따뜻하다는 연구가 먼저 나왔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외계 천체 최초라는 데 있지 않고, 같은 조석단층촬영 개념을 화성으로 확장했다는 데 있다.

계산 결과 계절 주기에서 나타나는 맨틀의 유효 전단탄성률은 반구 규모로 최소 20% 이상 달라야 관측값을 설명할 수 있었다. 전단탄성률은 옆으로 미는 힘을 받았을 때 물질이 형태 변화를 얼마나 버티는지를 나타내는 값이다. 값이 크면 더 단단하고, 작으면 더 쉽게 변형된다. 북부 저지 아래 맨틀은 상대적으로 단단했고 남부 고지 아래 맨틀은 상대적으로 부드러웠다.

남극점 아닌 헬라스 인근, 지상의 경계와 겹친 지하 패턴

강성 이상의 중심은 남극점이 아니었다. 가장 단단한 북쪽 중심은 북위 45도·서경 138도의 바스티타스 보레알리스 부근, 가장 부드러운 남쪽 중심은 남위 45도·동경 42도의 헬라스 분지 인근으로 역산됐다. 3차 조화의 대표적인 전체 파장은 약 7100㎞다. 따라서 헬라스 인근이라는 결과는 국지적인 열원을 직접 촬영했다는 뜻이 아니라, 행성 규모로 펼쳐진 패턴의 중심을 가리킨다.

특히 단단한 북쪽과 부드러운 남쪽 사이의 경계가 지표에서 관찰되는 고지와 저지의 이분선 굴곡을 대체로 따라갔다. 화성의 남북 이분성은 1971년 궤도에 진입한 마리너 9호가 표면의 85%를 촬영하면서 전 지구적 규모로 뚜렷해졌다. 남쪽은 높고 충돌구가 많은 오래된 고지인 반면 북쪽은 낮고 평탄한 저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그동안 주로 표면과 지각의 문제로 다뤄진 이 대비가 현재의 깊은 맨틀 구조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관측 근거가 나온 셈이다.

연구진은 감람석의 장주기 점탄성 모델과 화성의 질량중심·형상중심 차이를 적용해 강성 차이를 온도로 바꿨다. 점탄성은 암석이 짧은 시간에는 단단한 고체처럼 버티지만 긴 시간에는 매우 느리게 흐르는 성질이다. 이 환산에서 남부 고지 맨틀은 북부 저지보다 약 200~400℃ 따뜻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는 남부 맨틀의 절대온도가 200~400℃라는 뜻도, 전 깊이에 걸쳐 온도차가 균일하다는 뜻도 아니다.

직접 측정은 중력 신호…온도와 기원은 남은 질문

모델은 지각 0~50㎞와 맨틀 50~1560㎞를 나눴지만, 현재 관측값은 맨틀 구간을 깊이별로 분리하기보다 평균적으로 반영한다. 여러 층을 따로 계산하면 각 층의 이상 크기가 서로 맞바뀌어도 비슷한 중력 신호를 만들 수 있다. 열 이상이 암석권 아래나 핵과 맨틀의 경계 부근에 집중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온도 환산에도 불확실성이 있다. 연구진은 700~1200℃의 감람석 실험에 맞춘 관계식을 훨씬 긴 687일 주기까지 연장했다. 여러 비탄성 법칙이 온도가 높을수록 부드러워지는 같은 방향을 가리키지만, 정확한 200~400℃ 범위는 선택한 법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초기 원고에서 제시됐던 남부 맨틀 전체의 부분용융 해석도 최종 논문에서는 철회됐다. 높은 온도가 국지적인 마그마 주머니를 만들 가능성은 남지만 연속적인 용융층은 확인되지 않았다.

계절마다 이동하는 대기와 극관의 이산화탄소도 같은 종류의 중력 변화를 만든다. 모델에는 북극 약 6.2조 톤, 남극 약 8.4조 톤의 계절 질량 진폭과 2시간 간격의 표면기압장이 반영됐다. 그럼에도 극단적인 저온·고온·고먼지 대기모델을 적용하면 추정한 강성 분포가 최대 20% 이동했다. 이 변화는 논문의 주된 오차막대에 직접 합산되지 않았다. 비중력 가속도 등 미처 모델링하지 못한 오차를 고려해 형식오차를 일률적으로 15배 키운 처리 역시 완전한 확률 오차모형은 아니다.

역산에 사용하지 않은 2017년 궤도 구간에서는 3차 계절항을 더해도 개별 구간의 RMS, 즉 관측과 계산의 평균적인 어긋남이 1% 미만 줄었다. 장기간 누적해야 드러나는 신호라는 설명은 가능하지만, 별도 자료에서 선명하게 재현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원 도플러 자료와 순방향 모델, 최대사후 구조의 계산 예제는 공개됐으나 원자료 처리부터 전체 베이지안 역산까지 자동으로 되풀이하는 완전한 파이프라인은 제공되지 않았다. 출판 직후인 2026년 8월 27일 현재 독립 재현이나 직접 반박 연구도 확인되지 않았다.

열 비대칭의 원인으로는 반구 규모의 맨틀 상승과 대류, 두꺼운 남부 지각의 단열과 방사성 가열, 거대충돌 이후 대류와 단열이 이어진 혼합 시나리오가 남아 있다. 현재의 강성 차이가 남북 이분성을 만든 원인인지, 이분성이 생긴 뒤 남은 결과인지도 구분되지 않았다. 전자기 탐사와 여러 지점의 지진계, 전용 중력 임무가 더해져야 깊이와 기원을 가를 수 있다. 이번 연구가 확실히 발견한 것은 화성의 계절 중력 신호다. 그 신호가 보여주는 따뜻한 남쪽 맨틀의 모습은 강력한 해석이지만, 아직 검증해야 할 행성 내부 지도이기도 하다.

자료: 애리조나대·미 항공우주국 고더드우주비행센터·캘리포니아공대 등 공동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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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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