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입 헹군 물에서 위암·대장암 신호 찾나…‘미생물 전이 지수’의 가능성과 한계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8.28 07:00
구강·대변의 같은 미생물 DNA 표지를 수치화…암 확진검사가 아닌 보조 선별검사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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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CDC), , Public Domain (CDC PHIL, copyright restr)

아침 공복에 작은 약컵 한 잔 정도인 생리식염수 10mL로 30초간 입을 헹군다. 간단한 채취이지만, 그 물속에는 입안 미생물이 남긴 DNA 표지가 들어 있다. 한국 연구진은 이 표지가 같은 사람의 대변에서도 얼마나 겹치는지를 숫자로 만들었다. 건강인보다 위암·대장암 환자군에서 평균값이 높았고, 입안 시료의 미생물 특징만으로 환자군을 가려내는 기계학습 모델도 시험했다.

다만 집에서 색이 변하는 즉석 가글검사가 나온 것은 아니다. DNA를 추출해 염기서열을 읽고 컴퓨터로 분석해야 한다. 더욱이 연구진이 만든 구강-분변 미생물 전이 지수, 즉 MF 지수 자체를 계산하려면 한 사람의 구강과 대변 시료가 모두 필요하다. 구강 시료만 사용하는 분류기는 짝지은 두 시료에서 암 관련 후보 미생물을 먼저 학습한 뒤, 새로운 사람의 입안에서 그 특징을 찾는 별도 모델이다.

‘세균의 이동’을 직접 본 것이 아니라 DNA 바코드의 중첩을 셌다

연구진은 2021년 9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세브란스병원과 세브란스 헬스체크업센터에서 모집한 507명을 분석했다. 건강 대조군 129명, 대사질환군 215명, 위암 환자 77명, 대장암 환자 86명이었다. 구강 505개와 대변 505개 등 1,010개 시료가 분석됐고, 502명에게서는 두 시료를 모두 확보했다. 암 환자의 시료는 치료·수술과 진단 내시경·장정결 전에 받았다.

참여자는 검사 전 최소 6시간 동안 음식 섭취와 흡연, 구강위생을 피한 뒤 아침 공복에 0.9% 멸균 생리식염수로 입을 헹궜다. 최근 3개월 안에 항생제를 사용한 사람은 제외했다. 연구진은 16S rRNA 유전자의 V3–V4 구간을 읽고, 염기서열이 한 글자까지 100% 같은 ASV를 구강과 대변에서 찾았다. ASV는 미생물 DNA의 짧은 구간을 기준으로 구분한 염기서열 표지라고 이해할 수 있다.

MF 지수는 구강과 동일한 ASV가 대변의 전체 미생물 읽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대변 읽기 수를 1만5,000칸으로 맞춘 명단에 비유하면, 구강과 같은 표지가 차지한 칸은 건강군 평균 약 179칸, 위암군 545칸, 대장암군 464칸이었다. 실제 세균 179마리나 545마리를 셌다는 뜻은 아니다.

이 지수는 세관의 통과 기록에 가깝고 이동 장면을 찍은 폐쇄회로 화면은 아니다. 짧은 16S 구간이 같다고 해서 전장유전체가 같은 균주라고 단정할 수 없다. 살아 있는 세균이 입에서 장까지 이동해 정착했는지, 죽은 세균의 DNA만 남았는지도 구분하지 못한다. 이동 방향이나 암과의 인과관계 역시 이번 분석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암 환자군 평균은 높았지만 개인별 값은 크게 겹쳤다

건강 대조군의 MF 지수는 평균 1.19%, 위암군은 3.63%, 대장암군은 3.09%였다. 건강군과 비교하면 각각 약 3.0배와 2.6배다. 집단 평균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지만, 표준편차는 건강군 2.44%, 위암군 5.61%, 대장암군 7.01%로 세 집단 모두 평균보다 컸다. 환자 사이의 편차가 크고 건강인과 암 환자의 분포가 상당히 겹쳤다는 의미다.

MF 지수가 7.3333%를 넘는 전체 최상위 사분위에 들어간 비율도 위암군 44.2%, 대장암군 33.7%, 건강군 14.3%였다. 위암 환자 100명 중 약 44명, 대장암 환자 약 34명만 이 높은 구간에 들어가는 한편 건강인도 약 14명이 포함되는 셈이다. 이 비율은 진단률이나 해당 구간에 든 사람의 암 확률이 아니다.

연구의 차별점은 새로운 암세균 한 종을 발견했다는 데 있지 않다. 구강 미생물로 암 환자를 분류하는 연구는 이미 발표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개인별 구강과 대변에서 겹치는 미생물 표지를 연속된 숫자로 만들고, 그 지수를 구성하는 ASV를 기계학습의 특징으로 사용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대장암 성능이 더 높았다…‘민감도 92.9%’의 분모는 28명

연구진은 의사결정나무 500개로 구성된 랜덤포레스트 분류기를 만들었다. 국내 자료를 여러 차례 70% 학습용과 30% 시험용으로 나눠 평가한 결과, 구강 모델의 AUC는 위암 0.66, 대장암 0.82였다. AUC는 환자와 건강인을 얼마나 잘 구별하는지 나타내는 값으로 0.5면 무작위 분류, 1.0이면 완전한 분류에 해당한다.

조기 선별에 더 중요한 초기암만 보면 성능은 낮아졌다. 0∼2기 구강 모델의 AUC는 위암 0.65, 대장암 0.73이었다. 반면 3∼4기에서는 각각 0.76과 0.85였다. 전체 암에서 얻은 수치를 조기암 발견 성능으로 바꿔 말할 수 없는 이유다.

외부자료에서도 암종에 따라 차이가 컸다. 대장암 코호트별 AUC는 구강 모델 0.73∼0.81, 대변 모델 0.71∼0.81, ASV의 존재 여부만 쓴 모델 0.76∼0.85였다. 외부 위암에서는 구강 0.62, 대변 0.61, 존재 여부 모델 0.65에 그쳤다. 특히 외부자료의 국가와 채취부위, 장비, 분석한 16S 구간이 달라지자 성능이 크게 흔들렸다.

눈에 띄는 민감도 92.9%는 국내 507명이나 위암 검증에서 나온 값이 아니다. 중국 외부자료 가운데 대장암 환자 28명과 건강인 38명, 총 66명을 분석한 결과다. 구강 시료도 생리식염수로 헹군 물이 아니라 양쪽 볼 안쪽을 문지른 면봉이었다. 구강 모델은 대장암 환자 28명 중 약 26명을 잡고 약 2명을 놓쳤으며, 건강인 38명 중 약 35명을 음성으로 분류했다. 민감도의 95% 신뢰구간은 76.5∼99.1%로 넓었다.

더구나 이 대장암 환자 가운데 16명, 57.1%가 3∼4기였다. 초기암만의 민감도는 제시되지 않았다. 비교된 분변잠혈검사의 제품과 정량 면역화학검사 여부, 판정 농도도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 결과만으로 한국 국가검진의 분변잠혈검사나 대장내시경보다 우수하다고 결론 내릴 수 없다.

확진검사 대체보다 ‘누가 추가검사를 받을지’ 가리는 후보

이 연구는 이미 진단된 치료 전 암 환자와 건강인 등을 비교한 단면 관찰형 환자–대조군 개념증명 연구다. 암이 생기기 전부터 무증상 일반인을 추적한 선별검사 연구가 아니다. 용종·전암병변, 위축성 위염·장상피화생, 염증성 장질환 등이 섞인 실제 검진환경에서도 시험되지 않았다.

교란요인도 남아 있다. 최근 항생제 사용자는 제외했지만 치주질환과 충치, 구강위생,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위산억제제, 상세 식단·약물·면역상태를 체계적으로 측정하고 조정했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암이 구강 유래 미생물의 검출을 늘렸는지, 공통된 염증·식생활·약물이 입과 장의 미생물군을 함께 바꿨는지도 구분해야 한다.

한국에서 2023년 신규 대장암 환자는 3만2,610명, 위암 환자는 2만8,943명이었다. 국가암검진은 위암의 경우 40세 이상에게 2년마다 시행하고, 대장암은 50세 이상에게 매년 분변잠혈검사를 한 뒤 양성이면 대장내시경으로 이어진다. 구강 시료의 장점은 채취가 간단하다는 데 있지만, 현재 증거로는 내시경을 대신하는 확진검사보다 추가검사를 먼저 받을 사람을 가려내는 보조 선별도구 후보에 가깝다.

다음 단계에서는 검사 절차와 분석모델, 양성 판정선을 사전에 고정한 뒤 무증상 검진인구를 전향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샷건 메타게놈처럼 더 넓은 유전체 정보를 읽는 방법으로 같은 균주인지 확인하고, 살아 있는 세균의 이동과 암의 관계도 따져야 한다. 연구는 2026년 8월 20일 온라인 공개됐으며 9월 9일자 정규호 수록을 앞두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나 건강보험 등재, 판매 중인 국내 검사와 등록된 전향 임상시험은 확인되지 않았다.

자료: 연세대학교·세브란스병원·충남대학교·한국연구재단·국립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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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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