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 결함 나눠 잡았다…역구조 페로브스카이트 효율 24.61%

유일혁 기자 · 입력 2026.08.29 05:40
PDAI는 결정립계, 4TF는 표면 안정화…0.096㎠ 실험셀서 계면 제어 가능성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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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Dennis Schroeder / National Renewable Energy Labor, Public domain — 미국 연방정부 저작물)

크기와 성질이 다른 두 분자가 태양전지 박막의 안쪽과 표면을 나눠 맡아, 빛을 전기로 바꾸는 효율을 24.61%까지 끌어올렸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홍성준 박사 연구진은 울산과학기술원 박영석 교수, 국립군산대학교 이경구 교수 연구팀 등과 함께 역구조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서로 다른 결함을 순차적으로 제어하는 쌍분자 패시베이션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만들 수 있고 가볍고 유연하다. 역구조 방식은 다른 태양전지 위에 쌓는 탠덤 구조의 상부 셀로 활용하기 좋아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페로브스카이트·CIGS 탠덤 전지의 후보로 꼽힌다. 탠덤은 서로 다른 빛을 잘 흡수하는 전지를 층층이 쌓아 태양광을 더 폭넓게 이용하는 구조다.

문제는 페로브스카이트 박막을 만들 때 결정과 결정 사이 경계인 결정립계와 표면에 미세한 결함이 생긴다는 점이다. 빛이 만든 전자와 정공이 이 결함에 붙잡히면 외부 회로로 흐르지 못한 채 사라진다. 이를 재결합 손실이라고 하며 전압과 효율을 떨어뜨린다. 기존 패시베이션은 분자로 결함을 안정화하는 기술이지만, 한 종류의 분자만으로 내부와 표면의 서로 다른 결함을 함께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작은 분자인 프로판-1,3-디암모늄 디아이오다이드(PDAI)를 먼저 처리했다. PDAI는 박막 내부로 들어가 결정립계의 결함과 구조적 왜곡을 안정화한다. 이어 크기가 큰 (E)-[(4-트리플루오로메틸)스티릴]포스폰산(4TF)을 적용했다. 4TF는 박막 위쪽에 머물며 불안정한 납 원자 등 남은 결함과 결합하고 표면 쌍극자를 형성해 페로브스카이트와 C60 전하수송층 사이의 계면을 조절했다.

두 분자를 함께 사용한 최고 소자의 광전변환효율은 24.61%였다. 광전변환효율은 들어온 빛 에너지 가운데 전기로 바뀐 비율이다. 표면을 처리하지 않은 대조군은 21.21%, 4TF만 처리한 소자는 22.71%, PDAI만 처리한 소자는 23.17%였다. 병용 소자의 단락전류밀도는 25.26 mA/㎠, 개방전압은 1.153V, 충전율은 0.845로 측정됐다.

시간분해 광발광 분석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빛으로 만들어진 전하가 사라지기까지의 평균 수명은 대조군 123.5나노초에서 두 분자를 함께 처리했을 때 172.3나노초로 약 40% 길어졌다. 이는 결함에 의한 재결합이 줄었다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연구진은 두 분자가 서로의 결합을 방해하지 않도록 농도와 처리 시간, 온도를 조절해 각각의 목표 결함에 작용하는 공정 조건을 마련했다.

다만 두 분자를 이용한 패시베이션 개념 자체가 처음 제시된 것은 아니다. 우한대학교 연구진은 2025년 서로 다른 두 분자를 조합해 1.78eV 광대역갭 셀 효율 20.47%와 전(全)페로브스카이트 탠덤 효율 28.36%를 보고했다. 이번 연구의 차별점은 PDAI의 결정립계 침투와 4TF의 납 결함 결합·표면 쌍극자 형성을 순차적으로 결합한 특정 분자 조합과 작동 원리에 있다.

이번 결과는 면적 0.096㎠인 단일접합 실험셀에서 얻었으며 기술성숙도는 TRL 3~4 단계다. 연구진은 앞으로 슬롯다이 코팅 같은 대면적 공정과 모듈 기술을 접목할 계획이다. 미국 에너지부가 상용화 평가에서 내구성, 대면적 효율, 제조성, 독립 검증을 핵심 과제로 제시한 만큼 이번 최고 효율은 계면 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로 봐야 한다. 대면적 셀·모듈과 탠덤 전지 적용, 장기 운전 안정성, 외부 독립 인증은 이번 성과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에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와 케냐타대학교 소속 연구자도 참여했다. 논문은 미국화학회 학술지 18권 17호 24752~24761쪽에 실렸으며 2026년 4월 24일 온라인 공개됐다. 연구진은 향후 건물 지붕과 벽면, 창호, 자동차 선루프, 휴대용 기기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대면적 고효율 기술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료: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울산과학기술원, 국립군산대학교,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케냐타대학교, 미국화학회, 미국 에너지부, 우한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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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혁 기자 ih.yoo@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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