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에어컨·냉장고 속 희토 자석, 국내 산업 원료로 되살린다

유일혁 기자 · 입력 2026.08.31 05:29 · 수정 2026.08.31 05:28
냉매압축기 자석 분리·회수 실증…전국 확대 시 연 120톤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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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에너지환경부 기후에너지환경부 본부가 입주한 정부세종청사 6동 전경(2014년 촬영 당시 환경부 표기) (사진 출처=Wikimedia Commons, Minseong Kim (IMKSv), CC BY-SA 4.0)

버려진 에어컨과 냉장고의 압축기에서 꺼낸 희토 영구자석이 새 자석을 만드는 국내 산업 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그동안 강한 자력 때문에 고철과 함께 처리되던 자석을 별도로 회수해 핵심광물 공급망과 자원안보를 강화하려는 사업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8월 27일 경기도 용인 수도권자원순환센터에서 LG전자, 이순환거버넌스와 폐에어컨·냉장고 냉매압축기의 희토 영구자석을 분리·회수하는 시범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실증 기간은 2026년 5월부터 2028년 5월까지다.

냉매압축기는 냉매를 압축해 순환시키는 에어컨과 냉장고의 핵심 부품이다. 압축기 내부에서 회전하는 로터에는 약 120g의 희토 영구자석이 들어 있다. 영구자석은 외부 전원이 없어도 자성을 유지하는 자석으로, 모터가 회전하는 데 필요한 힘을 만든다.

문제는 자석의 힘이 강해 수작업으로 떼어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종전에는 냉매압축기에서 구리를 선별한 뒤 자석이 붙은 로터를 고철로 처리했다. 시범사업에서는 이순환거버넌스가 폐가전에서 압축기와 로터를 차례로 분리하고, LG전자가 자체 설비를 이용해 자석의 자성을 낮춘 뒤 로터에서 떼어낸다.

정부는 이 기술이 자기장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자성을 낮추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로터를 부순 뒤 자석을 선별하거나 높은 온도로 가열해 자성을 없애는 방식보다 자석의 훼손이 적고 에너지 효율이 높다는 설명이다. 회수품은 새 자석의 원료로 바꾸는 기술개발에 활용된다.

정부가 예상한 초기 회수 규모는 연간 폐에어컨·냉장고 약 4만대에서 희토 영구자석 1600kg이다. 사업을 전국에서 발생하는 약 300만대로 확대하면 연간 회수량이 120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번 사업은 회수와 원료화 기술을 실증하는 단계다.

이번 사업은 폐컴퓨터에서 시작한 희토 자석 회수 범위를 생활가전으로 넓힌 것이다. 정부는 2026년 5월 폐컴퓨터 9만5000대에서 영구자석 약 2톤을 회수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자석의 네오디뮴 함량을 30%로 적용하면 약 600kg에 해당한다. 네오디뮴은 강한 영구자석을 만드는 데 쓰이는 희토류 원소다.

국내 폐자원에 이미 상당량의 희토 영구자석이 들어 있다는 추산도 나왔다. 정부가 2026년 2월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국내에서 발생한 폐자원에 포함된 희토 영구자석은 약 111톤이다. 분야별 추정치는 자동차 26톤, 영구자석 모터 20톤, 전기·전자제품 27톤, 승강기 32톤, 풍력발전기 5톤이다.

제도 정비도 실증 과제에 포함된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에서는 폐가전에서 자석을 회수하려면 폐기물 재활용업 허가가 필요하다. 정부는 이번 사업에 순환경제 규제특례를 적용해 공정을 실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재활용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제도는 새로운 순환경제 기술을 일정 조건에서 먼저 시험할 수 있도록 2024년 1월 도입됐으며, 2026년 2월 기준 21건이 승인됐다.

정책적으로는 2025년 발표된 핵심광물 재자원화 활성화 방안의 연장선에 있다. 정부는 이 방안에서 2030년까지 10대 전략 핵심광물의 재자원화율을 2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번 실증은 폐가전을 단순한 고철이 아니라 핵심광물이 남아 있는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공정과 기준을 마련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자료: 기후에너지환경부, 산업통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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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혁 기자 ih.yoo@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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