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수백만 신소재 후보의 ‘화학적 첫 관문’부터 지킨다

인공지능이 수백만 개의 신소재 설계안을 빠르게 내놓더라도 화학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운 후보가 섞이면 다시 걸러내야 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연구진은 이 병목을 줄이기 위해 생성 단계부터 원자가 균형을 반영하는 인공지능 프레임워크 CrysVCD를 개발했다.
CrysVCD는 ‘원자가 제약 기반 결정 구조 생성기’라는 뜻이다. 여기서 원자가와 산화수는 원소가 화합물 안에서 전자를 주고받은 상태를 나타내는 화학적 기준이다. 각 원소의 산화수 합이 0이 되도록 조성을 구성하면 전체 전하가 치우치지 않는 전하중성 조건을 만족할 수 있다.
연구진은 소재의 조성과 구조를 한꺼번에 만들지 않고 두 단계로 나눴다. 먼저 GPT-2 기반 원소 언어모델이 산화수 합이 0인 원소 조합을 만든다. 이어 DiffCSP 기반 확산모델이 원자들이 놓일 좌표와 결정의 반복 단위인 격자를 생성한다. 쉽게 말해 어떤 원소를 어떤 비율로 섞을지 정한 뒤, 그 원소들이 공간에 어떻게 배열될지를 그리는 방식이다.
조성을 만드는 과정은 통상 4~5단계로 진행됐다. 논문이 비교한 확산 생성 과정의 약 1,000단계보다 짧다. 무작위에 가까운 상태에서 구조를 반복해 다듬기 전에 화학 규칙으로 조성의 범위를 좁히는 설계다.
학습에는 MP-20-valence 파티션이 사용됐다. 이 자료는 합금 8,299개와 이온성 화합물 7,491개로 구성됐다. 연구진이 적용한 산화수 분해 규칙은 대상 MP-20 물질의 97.6%를 처리했다. 서로 다른 결합 특성을 지닌 소재를 다루면서도 전하 균형을 계산할 수 있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안정성 미세조정 뒤에는 에너지-볼록껍질 차이인 E_hull이 원자당 0.1전자볼트 미만인 준안정 후보의 비율이 85%를 넘었다. E_hull은 해당 구조가 경쟁 가능한 다른 상보다 에너지가 얼마나 높은지를 나타낸다. 값이 작을수록 에너지 측면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큰 후보로 볼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 실제 합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연구진은 포논 계산도 평가에 활용했다. 포논은 결정 속 원자 진동을 표현하는 개념이다. 허수 포논 주파수가 나타나는지 살피는 검사는 작은 진동을 가했을 때 구조가 무너지지 않는지를 계산으로 확인하는 절차다. 전하중성은 화학적으로 가능한 조성을 거르는 필요조건일 뿐, 열역학적·동역학적 안정성과 합성 가능성을 모두 대신하지는 않는다.
AI로 결정 후보를 넓혀 온 선행 연구도 있다. Google DeepMind의 GNoME 연구는 기존 기준의 볼록껍질 아래에 놓이는 구조 220만 개를 찾았다. 기준을 갱신한 뒤 남은 신규 안정 구조는 약 38만1,000개였고, 이 가운데 736개는 별도 연구에서 실험적으로 관찰된 구조와 일치했다.
Microsoft Research의 MatterGen은 원하는 물성을 조건으로 붙여 소재를 생성하는 확산모델의 사례다. 연구진은 생성 후보 TaCr₂O₆를 합성했으며, 측정된 벌크탄성률은 목표값과 20% 이내에서 일치했다. 벌크탄성률은 물질이 사방에서 압력을 받을 때 부피 변화에 얼마나 저항하는지를 나타낸다.
CrysVCD의 의미는 모든 생성물을 안정 소재로 확정했다는 데 있지 않다. 수많은 조합을 만든 뒤 화학적으로 맞지 않는 후보를 제거하는 대신, 전하 균형을 생성 규칙에 넣어 탐색의 출발점을 좁혔다는 데 있다. 이번 결과는 계산 단계의 후보 생성과 안정성 평가에 관한 것으로, 실제 신소재 합성 성공이나 산업 적용을 입증한 결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자료: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Nature Computational Science, arXiv, Google DeepMind, Microsoft Research, U.S. Department of Energ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