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탄소 0.48% ‘임시 비계’로 루테늄 결정립 키웠다…2㎚ 노드급 배선 저항 45.4% 낮춰

작은 방이 끝없이 이어진 복도를 걷는다고 생각해 보자. 방과 방 사이의 문턱이 많을수록 걸음은 자주 끊긴다. 반도체 안에서 전기가 흐르는 배선도 비슷하다. 금속을 이루는 작은 결정들이 촘촘히 나뉘면 전자는 결정립계(grain boundary·작은 결정이 맞닿는 경계)를 거듭 만나 산란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과 삼성전자 SAIT,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연구진은 원자 1,000개당 약 5개꼴인 0.48원자%의 탄소를 잠시 끼워 넣었다가 대부분 빠져나가게 하는 방법으로 이 ‘문턱’을 크게 줄였다.
연구진은 이 방법으로 루테늄(Ru) 결정립을 GIST 공식 발표 기준 13㎚에서 91.7㎚로 약 7.05배 키웠다. 이어 연구진이 만든 탄소 무촉진 루테늄 시험선과 비교해 선저항을 45.4% 낮췄다고 보고했다. 저항이 100Ω이었다면 약 54.6Ω이 된 것과 같은 감소 폭이다. 그러나 이는 구리 배선이나 상용 반도체와의 비교가 아니며, 스마트폰의 소비전력이나 칩의 처리시간이 곧바로 45.4% 개선됐다는 뜻도 아니다.
배선이 가늘어질수록 커지는 ‘경계의 방해’
반도체의 계산 소자가 작아지면 이들을 연결하는 금속 배선도 더 촘촘해져야 한다. 배선이 가늘어질수록 전자가 금속 표면과 결정립계에 부딪히는 비율이 커져 저항이 급격히 높아진다. 현재 주력인 구리는 주변으로 퍼지는 것을 막는 확산방지막과 접착을 돕는 라이너가 필요하고, 이 층들이 제한된 배선 내부에서 실제 도체가 차지할 공간을 잠식한다. 산업 로드맵은 구리가 적어도 2029년까지 주력 배선 금속으로 남을 것으로 보면서도, 루테늄과 코발트를 M0 같은 칩 내부의 짧고 미세한 국부 배선 후보로 제시했다.
루테늄으로 금속을 바꾼다고 문제가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루테늄도 작은 결정립이 많은 다결정막에서는 전자가 결정립계를 통과할 때 산란한다. 결정립을 크게 키우고 각 결정의 방향까지 가지런히 맞추는 일이 중요하지만, 에피택시(epitaxy·기판의 결정 방향을 따라 결정을 자라게 하는 방식)나 격자 정합 기판 없이 일반적인 비정질 절연막 위에서 이를 구현하기는 쉽지 않았다.
탄소는 완성품의 재료가 아니라 공사 중 ‘비계’
연구진이 택한 해법은 탄소를 루테늄 안에 영구히 남기는 도핑 원소가 아니라 재결정화 때만 작동하는 촉진제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대표적인 최적 시편에서는 탄소를 포함한 유기금속 전구체를 이용해 300℃에서 원자층증착(ALD·표면 반응을 반복해 매우 얇은 막을 쌓는 공정)으로 루테늄을 형성했다. 이후 진공에서 450℃로 20분간 열처리했다. 이 조건은 최적 시편의 대표 공정이며 모든 시편에 똑같이 적용된 조건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열처리가 시작되면 탄소는 결정립계로 이동한 뒤 막 밖으로 빠져나간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일시적 자유부피, 즉 원자들이 움직일 수 있는 빈 공간이 루테늄 원자와 결정립계의 이동을 촉진했다. 작은 결정들이 서로 병합하고 방향을 다시 맞출 수 있도록 잠시 공간을 내주는 셈이다. 공사가 끝나면 철거하는 비계와 비슷하지만, 탄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열처리 뒤 웨이퍼 9개 지점에서는 0.12~0.18원자%가 남았다.
탄소는 많을수록 좋은 첨가물도 아니었다. 최적 초기 농도는 0.48원자%였고, 이를 1.13원자%와 2.03원자%로 높이면 결정의 성장과 배향이 다시 나빠졌다. 효과가 원자 단위의 좁은 공정창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실시간 가열 투과전자현미경으로 열처리 중 결정립이 성장하고 재배열되는 과정도 관찰했다.
열처리 뒤 루테늄 막은 면외 <001> 방향, 즉 기판 바깥쪽을 향한 결정축이 거의 같은 방향을 보도록 99%대 배향됐다. 비정질 절연막 위에서 별도의 격자 정합 기판 없이 얻은 결과다. 다만 결정립과 배향 수치는 자료의 집계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다. GIST 발표값은 결정립 13㎚에서 91.7㎚, 배향 99.3%였지만 공개 원자료의 대표값은 13.3㎚에서 114.3㎚, 배향 99.8%였다. 두 결과의 정확한 표본·집계 차이는 확인되지 않아 어느 한쪽으로 통일하기보다 함께 살펴야 한다. 웨이퍼 9개 위치에서 측정한 결정립은 85.21~96.69㎚, 배향은 98.5~99.9% 범위였다.
8㎚ 막의 낮은 비저항, 시험선에서는 45.4% 감소
구조 변화는 전기적 특성으로 이어졌다. 두께 약 8㎚의 루테늄 박막에서 비저항은 11.2μΩ·㎝로 측정됐다. 비저항은 물질 자체가 전류의 흐름을 얼마나 방해하는지를 나타내는 값이다. 연구진은 박막 비저항이 무촉진 루테늄보다 29.0%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공개 원자료에서 가까운 무촉진 시편은 두께가 8.692㎚로 달라, 두 값의 단순 나눗셈만으로 29.0%의 산출 과정을 재현할 수는 없다.
단면적 330~1,100㎚²인 시험선에서는 연구진 발표 기준 선저항이 탄소 무촉진 루테늄 배선보다 45.4% 낮아졌다. 공개 원자료를 단면적별로 다시 계산하면 감소율은 43.4~50.0% 범위다. 따라서 45.4%를 ‘최대 감소율’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공식 발표값과 원자료 재계산값은 산출 기준을 구분해 읽어야 한다.
비교 조건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탄소 촉진 루테늄은 원자층증착으로 만들었지만 주된 무촉진 대조군은 물리기상증착(PVD·금속 원자를 물리적으로 날려 막을 입히는 방식)의 스퍼터링 공정으로 제조됐다. 연구진은 열 이력과 탄소 포함 여부를 살피는 추가 대조시험을 했지만, 핵심 비교를 탄소 농도만 바꾼 완전한 단일변수 실험으로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2㎚’는 실제 선폭 아닌 반도체 세대 이름
이번 결과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표현은 ‘2㎚ 배선’이다. 공개된 시험선의 단면적은 330~1,100㎚²이며, 실제 폭 2㎚인 선을 만들었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반도체에서 노드는 실제 부품 하나의 치수를 그대로 나타내기보다 기술 세대를 가리키는 이름으로 쓰인다. 2㎚ 노드급의 최소 금속 피치도 약 20㎚ 수준으로 제시돼 왔다. 이번 성과는 ‘폭 2㎚의 배선’이 아니라 ‘2㎚ 노드급 반도체를 겨냥한 루테늄 배선 기술’로 이해해야 한다.
연구진은 별도의 3차원 구조에서도 증착성을 시험했다. 깊이 5.1㎛, 종횡비 33인 트렌치에 두께 12㎚의 루테늄을 입혀 99.1%의 피복률을 얻었다. 폭을 1로 보면 깊이가 33인 좁고 깊은 우물의 안쪽까지 막을 고르게 형성한 셈이다. 다만 계산상 개구 폭은 약 155㎚이며, 이 시연은 앞선 초미세 시험선의 선저항 측정과 별개의 실험이다.
실험은 200㎜ 웨이퍼에서 이뤄졌다. 보충자료에는 한 웨이퍼 69개 위치와 23개 웨이퍼의 공정 재현성 평가가 제시됐지만, 현재 양산에 쓰이는 300㎜ 웨이퍼에서 검증된 것은 아니다. 450℃·20분의 열처리가 저유전막과 트랜지스터, 접합부, 여러 층의 배선이 이미 형성된 실제 후공정 전체와 호환되는지도 남은 질문이다.
300℃와 30MA/㎠ 조건에서 약 22시간 진행한 가속 전자이동 시험에서는 탄소 촉진 루테늄의 저항 변화가 대략 −0.05~-0.3%였다. 그러나 이는 고장시간과 수명분포를 측정한 장기 신뢰성 시험이 아니다. 완성 칩의 속도와 전력, 전체 RC 지연, 비아 저항, 식각·연마 손상, 다층 배선 통합, 장기 전자이동 수명과 300㎜ 웨이퍼 수율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논문 발표 뒤 18일이 지난 2026년 8월 31일 기준으로 독립 재현이나 재현 실패, 구체적인 외부 반박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비는 삼성전자 SAIT가 지원했고 저자 13명 가운데 11명이 삼성전자 소속이며 관련 특허도 삼성전자가 출원했다. 이는 연구 결과가 잘못됐다는 근거가 아니지만, 독립된 연구진의 반복 검증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특정 금속 하나의 저항 수치만이 아니다. 완성 막에 많이 남길 원소가 아니라, 결정이 움직이는 짧은 순간에만 공간을 제공할 미량 원소로 결정립계의 운동을 제어했다는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 이 원리가 실제 다층 칩과 대량생산 공정에서도 같은 효과를 내는지, 다른 금속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는 이제부터 확인해야 할 과제다.
자료: 광주과학기술원·삼성전자 SAIT·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