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116번 관측을 27년 영상으로…신경장 AI가 읽은 블랙홀 제트의 흐름

이번에 27년 영상으로 복원된 대상은 블랙홀 자체가 아니라 3C 345의 전파 제트다. 몇 달에 한 장씩 남은 CCTV 기록만으로 화면 속 모든 지점의 움직임을 되살린다면 어떨까. 미국 초장기선배열(VLBA)이 1995년부터 2022년까지 15GHz에서 116회 관측한 자료를 신경장 알고리즘 ‘kine’이 한꺼번에 분석했다. 그 결과 나온 ‘연속 영상’은 실제 연속 촬영본이 아니라 116회 불규칙 관측을 공동 역산해 관측 사이를 보간한 복원 영상이다. 관측 간격은 짧게는 6일, 길게는 1년 이상이었다.
3C 345는 제트가 지구의 시선과 약 3°~6.8°만 이루는 블레이저다. 거의 정면에서 길게 뻗어오는 제트를 보는 셈이다. 복원 영상에 담긴 제트의 투영 길이는 약 13밀리각초(mas), 실제 거리 척도로 약 86.3파섹 또는 282광년에 해당한다. 인간이 27년 동안 듬성듬성 모은 자료로 수백 광년 규모 구조의 변화를 읽은 것이다.
사진이 아닌 ‘푸리에 조각’에서 시작했다
문제는 원자료가 116장의 사진조차 아니라는 데 있다. 초장기선전파간섭계(VLBI)는 멀리 떨어진 안테나들이 같은 천체에서 오는 전파를 함께 받아, 하늘 밝기를 이루는 푸리에 성분인 복소 가시도를 측정한다. 푸리에 성분은 완성된 그림을 만드는 주기와 방향별 조각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VLBA는 10개의 지름 25m 안테나로 구성되며 안테나 사이 거리는 약 200~8,600km다. 이 거대한 가상 망원경도 모든 조각을 빠짐없이 얻지는 못한다.
따라서 영상 복원은 빈칸이 많은 퍼즐에서 원래 모습을 추론하는 역문제다. 폐쇄위상은 절대 위치정보를 잃는다. 연구진은 각 프레임을 중심 코어에 맞춰 사후 정렬해야 했다. 기존 분석은 주로 제트 안에서 유난히 밝은 몇 개의 ‘매듭’을 골라 위치 변화를 추적했다. 이 방식으로는 매듭 사이의 흐름이나 순간적으로 달라지는 국소 운동을 온전히 지도화하기 어려웠다.
외부 사진을 배운 AI가 아니라 관측값에 맞춘 함수
kine은 외부 천체사진을 학습한 생성형 AI가 아니다. 적경과 적위에 해당하는 공간좌표 x·y, 시간 t를 입력하면 그 지점의 밝기와 편광을 출력하는 다층퍼셉트론, 즉 여러 계산층으로 이뤄진 신경망을 해당 관측자료에 직접 맞췄다. 쉽게 말하면 116개 관측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시공간 함수를 찾은 것이다. 원하는 시각을 함수에 넣으면 관측이 없던 때의 화면도 계산할 수 있지만, 그 장면은 측정 기록이 아니라 함수가 앞뒤 자료의 관계를 이용해 채운 값이다.
연구진은 신경망이 예측한 영상을 다시 푸리에 변환한 뒤 실제 가시도·폐쇄위상·폐쇄진폭과 비교했다. 두 값의 차이를 나타내는 χ²가 작아지도록 약 2만 회 최적화했다. 처리는 200×200 격자와 75마이크로각초(μas) 간격으로 이뤄졌다. 총세기 복원에는 4층, 전편광 복원에는 6층의 신경망을 사용했고 각 층에는 256개 노드를 뒀다. 저자 보고로는 NVIDIA A100 4장에서 116개 관측시기를 처리하는 데 약 1.3시간이 걸렸다.
합성자료 검증에서 동적 kine의 유효 해상도는 평균 113±8μas, 전체적으로 약 100~125μas였다. 기존 평균 명목 CLEAN 해상도 475μas와 비교하면 합성자료에서 검증한 계산적 초해상도가 약 4배 높아진 셈이다. 3C 345의 거리 척도로는 약 10.3광년 규모에서 약 2.45광년 규모로 세분화한 것에 해당한다. 망원경이 물리적으로 커진 것은 아니다. 여러 시점의 정보와 모형의 규칙성을 결합해 더 작은 구조를 계산한 결과다.
이 자료의 평균 동적범위도 CLEAN의 3.6×10³에서 정적 kine 4.9×10⁴, 동적 kine 5.1×10⁵로 높아져 전체적으로 약 140배가 됐다. 동적범위는 한 영상에서 가장 밝은 신호와 구별할 수 있는 약한 신호의 폭이지, 망원경 감도가 140배 높아졌다는 뜻은 아니다. 해상도 향상으로 밝은 피크가 커진 효과와 여러 관측시기의 정보가 공유된 효과가 함께 들어 있으며 다른 자료에서도 같은 배수가 보장되지 않는다. 실제 하늘에는 정답 영상이 없어 동적 kine의 106μas는 간접 추정값이며, 기사에서는 보수적인 113μas를 결론값으로 썼다.
밝은 매듭보다 넓은 ‘흐름의 지도’
연구진은 복원 영상 전체에 광학흐름을 적용했다. 광학흐름은 연속 화면에서 밝기 무늬가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이동했는지를 계산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몇 개 매듭의 궤적만 잰 것이 아니라 위치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2차원 투영 속도장을 만들었다. 중심에서 약 0.5mas 바깥부터 신뢰할 수 있는 속도장으로 제한했으며, 위치별 속도의 표준편차는 3~6c였다. 연구진은 이를 난류와 시간변화의 표시로 해석했다.
중심에서 1~3mas 떨어진 남쪽 영역의 최고 평균 겉보기 속도는 12±0.2c였다. c는 빛의 속도다. 그러나 물질이 실제로 빛보다 12배 빠르다는 뜻은 아니다. 거의 정면으로 다가오는 상대론적 제트에서는 방출된 빛의 도착시간 간격이 압축돼 화면상의 이동이 초광속처럼 보일 수 있다. 시선각을 적용한 실제 환산 속도는 약 0.997c, 초속 약 29만8,900km다. 지구 적도를 1초에 약 7.5바퀴 도는 속도에 해당한다. 첫 5mas 구간의 겉보기 속도는 (9~11)±0.2c였고, 외곽의 확산 영역에서는 (5~8)±0.2c로 낮아졌다.
더 흥미로운 결과는 밝은 매듭의 정체다. 밝은 성분의 겉보기 속도는 10~13c였고 같은 영역 주변 흐름은 9~12c였다. 밝은 성분이 주변보다 뚜렷하게 빠르지 않았으며, 그 위치와 선형 편광률 봉우리도 공간적으로 겹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밝은 매듭을 빠르게 이동하는 강한 충격파로 보는 설명보다, 국소적으로 자기압이 커지고 도플러 증폭이 강해져 밝아진 방출 영역으로 해석했다. 이는 충격파 일반론을 폐기한 결과가 아니라 3C 345의 강한 이동 충격파 해석을 약화한 것이다.
편광은 자기장의 방향과 질서를 추적하는 단서다. 제트 중심축에서는 전기벡터 위치각이 제트와 나란했고 가장자리에서는 수직인 구조가 반복됐다. 연구진은 이 패턴이 장기간 지속된 토로이달 자기장, 즉 제트를 고리처럼 감싸는 자기장이나 토로이달 성분이 우세한 대규모 나선 자기장과 양립한다고 해석했다. 다만 시간평균 편광 분석은 자료가 있는 2001년 6월 이후에 한정된다. 제트의 투영 분출 방향은 약 60° 범위를 불규칙하게 오갔고 유의한 주기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엄격히 주기적인 세차 모형에는 불리하지만 쌍성 블랙홀이나 디스크 불안정, 제트 내부 불안정과 주변 매질의 영향을 구분하지는 못했다.
8개월의 빈칸에서는 주요 구조를 놓쳤다
복원 영상의 가장 중요한 한계는 관측되지 않은 시간에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신경망은 낮은 공간주파수, 즉 크고 부드러운 구조부터 배우는 스펙트럼 편향을 잡음 억제용 암묵적 규제로 사용했다. 잡음을 줄이는 대신 빠르고 불연속적인 실제 변화까지 매끄럽게 만들 수 있다. 광학흐름도 플라스마 입자를 직접 추적하지 않고 밝기 무늬의 이동을 잰다. 완전히 균일한 층류는 실제로 흘러도 화면이 변하지 않아 속도 0으로 계산될 수 있다. 남은 프레임 정렬 오차 역시 순간 속도 불확도의 주요 원인이다.
관측 일부를 가린 시험에서는 최근접 관측으로부터 약 6개월까지 보간이 양호했다. 6.5개월부터 χ²가 나빠졌고 7개월 뒤에는 상관도가 낮아졌으며, 8개월 공백에서는 주요 구조 복원에 실패했다. 앞뒤 장면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더라도 그 사이 새 매듭이 생겼다가 사라졌다면 알아낼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 속도 분석에 사용한 최장 보간 거리는 5.7개월이었다.
결과는 한 천체와 한 주파수에서 얻은 것이며 독립 재현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른 블레이저나 주파수, 약한 충격파에 그대로 일반화할 근거는 없다. 그럼에도 새 망원경을 세우지 않고 장기 보관된 불완전한 관측을 공동 분석해, 과거에는 몇 개 점의 궤적으로만 보던 제트를 시공간 속도장으로 바꿨다는 데 의미가 있다. kine이 보여준 것은 잃어버린 장면을 확정하는 능력이 아니라, 관측자료가 허용하는 범위와 실패하는 경계를 함께 드러내며 오래된 전파 기록에서 새로운 물리량을 꺼내는 방법이다.
자료: 안달루시아 천체물리연구소(IAA-CSIC),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h), 토론토대학교, 미국 국립전파천문대(NRAO), 한국천문연구원(KAS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