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피부세포, 21계대 배양 가능한 간 유사세포로 전환

한 번 얻으면 여러 차례 키워 반복 실험에 활용할 수 있는 돼지 간 유사세포가 개발됐다. 농촌진흥청은 돼지 피부세포를 간의 기능을 일부 수행하면서 장기간 배양할 수 있는 전구세포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간은 몸에 들어온 영양소와 약물을 분해하거나 다른 물질로 바꾸고, 해로운 물질을 제거하는 장기다. 어떤 물질이 간에서 어떻게 대사되고 독성을 일으키는지 확인하려면 간세포를 이용한 실험이 필요하다. 그러나 간에서 직접 분리한 세포는 실험실에서 여러 번 배양하면 증식 능력이 떨어지고 간세포의 특성도 약해져 반복 연구에 쓰기 어렵다.
연구진은 생후 1개월 된 수컷 GGTA1 결손 돼지의 귀에서 피부 섬유아세포를 얻었다. 이어 인간 HNF1A·HNF4A·FOXA3 전사인자를 세포에 전달했다. 전사인자는 세포 안에서 특정 유전자가 작동하도록 조절하는 단백질로, 피부세포가 간세포와 비슷한 성질을 갖도록 방향을 바꾸는 역할을 한다.
전사인자 전달에는 비통합성 에피솜 벡터가 사용됐다. 세포의 염색체에 들어가 작동하는 바이러스 전달 방식과 달리, 에피솜 벡터는 염색체 밖에서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이렇게 만든 유도세포를 21계대까지 배양했다. 계대는 늘어난 세포를 새 배양 용기로 옮겨 다시 키우는 과정으로, 21계대는 이 과정을 반복하며 증식 상태를 관찰했다는 뜻이다.
세포의 증식 한계를 보여주는 지표인 텔로미어도 추적했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을 보호하는 부분으로, 세포 분열이 이어지면 대체로 짧아진다. 대조군 피부세포의 텔로미어 길이는 5계대 382±30에서 21계대 265±21로 감소했다. 반면 전사인자의 코돈을 최적화해 만든 세포는 21계대에서 453±25로 측정됐다.
간세포와 닮은 기능도 여러 시험에서 확인됐다. 유도세포에서는 알부민·알파1항트립신·트랜스페린·E-카드헤린이 발현됐다. 에너지원인 글리코겐을 저장했고, 간 기능 검사에 쓰이는 색소인 인도시아닌그린을 흡수한 뒤 배출했다. 단백질 대사 과정에서 생기는 암모니아를 처리한 결과물인 요소도 분비했다.
다만 이 세포를 완전히 성숙한 간세포로 볼 수는 없다. 알부민 발현은 실제 간 조직보다 낮았고, 약물 대사 효소인 CYP1A2의 변화도 미미했다. 돼지의 CYP3A29 발현은 증가했지만 연구진은 개발한 세포를 간 기능을 부분적으로 재현하는 간 유사 전구세포로 규정했다.
실험에 사용된 돼지는 GGTA1 유전자가 제거된 개체다. GGTA1 결손은 사람의 자연항체가 인식하는 α-Gal 항원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해 면역반응을 줄이려는 이종이식 연구용 돼지의 특성이다. 이번 연구는 이런 돼지에서 피부세포를 확보해 간 유사세포로 전환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2021년 선행연구에서도 돼지 섬유아세포에 CEBPα·FOXA1·HNF4α2를 전달해 간 유사세포로 직접 전환하고 알부민 분비와 지질·글리코겐 저장, CYP1A2·CYP2C33 활성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 대신 비통합성 에피솜 벡터를 사용하고, 21계대까지 텔로미어와 염색체 안정성을 함께 추적했다는 차이가 있다.
국립축산과학원의 2026년 중점 추진계획에는 돼지 간·담관세포 유래 오가노이드 구축과 아플라톡신·푸모니신의 시험 농도·처리시간 설정이 포함됐다. 오가노이드는 세포를 입체적으로 키워 장기의 일부 구조와 기능을 모사한 조직 모델이다. 이번 간 유사세포 연구는 돼지 유래 간 모델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사료 독성 대체시험 기반으로 확장하려는 연구 흐름과 맞닿아 있다.
자료: 농촌진흥청,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