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폭발 약 한 시간 뒤 바다가 다시 움직였다…훙가 칼데라 침강·함몰이 만든 후기 쓰나미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9.05 07:09
18~40m는 파도벽 아닌 처오름 높이…해저의 ‘소리’ T파는 조기경보 단서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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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Japan Meteorological Agency / NASA SPoRT, CC BY 4.0 (일본 공공데이터 라이선스 1.0과 호환))

큰 폭발이 지나가고 첫 파도까지 잦아들었다면 이제 해안으로 돌아가도 될까. 2022년 훙가 화산에서는 그 판단이 위험할 수 있었다. 세계적으로 감지된 대폭발이 끝난 약 한 시간 뒤, 바닷속 화산 중심부가 여러 단계로 내려앉기 시작했고 뒤이어 초기 파도보다 훨씬 높은 쓰나미 흔적이 남았다. 카노쿠폴루에서는 초기 폭발과 연결된 처오름 높이(run-up)가 1~4m였지만 후기 쓰나미의 흔적은 18m에 이르렀다. 처오름 높이는 바닷물이 육지 비탈을 타고 올라가 도달한 최고 고도다. 18m짜리 수직 파도벽이 바다를 달려왔다는 뜻은 아니지만, 층고를 3m로 잡으면 약 6층 높이까지 물이 올라간 셈이다.

오클랜드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22명의 연구진은 2026년 9월 2일 공개한 논문에서 가장 파괴적인 근거리 쓰나미의 주원인을 초기 대폭발이 아니라 뒤이어 일어난 급격한 해저 칼데라 침강·함몰로 해석했다. 노무카이키에서는 현장 측정값이 20.5m, 약 21m였고 토푸아 남서안에서도 20m를 넘는 흔적이 확인됐다. 토푸아에서 언급되는 최대 40m급 값은 현장 계측이 아닌 원격추정이라는 제한이 붙는다. 연구진의 결론은 침강 순간을 직접 촬영한 결과가 아니라 서로 다른 기록의 시간을 맞춰 사건을 거꾸로 복원한 결과다.

통신탑이 보이지 않는 사건의 초시계가 됐다

연구진이 구성한 사건 시간표에서 분화는 약 04:00 UTC에 시작됐고, 세계적으로 관측된 주요 폭발은 04:15~04:25 UTC에 일어났다. 첫 대규모 침강의 대표 역산시각은 05:28 UTC, 여러 자료를 합친 종합 추정범위는 05:28~05:30 UTC다. 주요 폭발 뒤 약 63~75분에 해당하므로 ‘정확히 한 시간 뒤’가 아니라 ‘약 한 시간 뒤’라고 해야 한다.

침강은 화산 외벽 전체가 옆으로 쓰러진 사면붕괴와 다르다. 연구진은 약 4km 규모의 중앙부가 둥근 테두리 모양의 환상단층을 따라 여러 단계, 최소 2회 이상 내려앉은 것으로 해석했다. 분화 뒤 지형은 폭 약 3.6km, 해수면 아래 약 860m 깊이였고 공간 부피는 약 6.85㎦로 제시됐다. 리터로 바꾸면 약 6.85조 리터에 해당하지만, 그만큼의 암석이 한순간에 통째로 자유낙하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시간표를 고정한 핵심 단서 가운데 하나는 카노쿠폴루 통신탑이었다. 이 탑은 해안에서 약 180m 안쪽, 해발 약 13m에 있었다. 통가통신공사가 확인한 데이터 트래픽은 05:45:24 UTC에 끊겼다. 연구진은 이를 구조물이 파괴된 시각을 초 단위로 좁히는 자료로 이용했다. 05:28 UTC를 침강의 대표 시각으로 보면 약 17분 뒤다. 기상관측소의 마지막 정기 전송 시각인 05:00 UTC와는 성격이 다른 기록이다.

해저의 ‘종소리’를 육상 지진계로 들었다

바닷속에서 일어난 변화를 알려준 또 다른 단서는 T파였다. T파는 쓰나미 자체가 아니다. 해저 붕괴나 단층운동, 해저질량류가 바닷물에 낸 음향에너지가 SOFAR 음향채널을 따라 이동하다가 섬이나 대륙 가장자리에서 지진파로 바뀌어 육상 지진계에 기록된 신호다. SOFAR 채널은 소리가 멀리 이동하기 쉬운 깊은 바닷속 통로로, 이번 연구에서는 대략 수심 600~1800m 범위와 약 750m 중심 깊이로 설명됐다.

연구진은 전용 수중청음기 14대를 설치한 것이 아니라 남서태평양의 육상 지진관측소 14곳에 기록된 T파를 분석했다. 가장 강한 신호는 14곳 모두에서 확인됐고, 잡음이 크거나 기록이 불완전한 2곳을 제외한 12곳에서 정량적인 도착시각을 판독했다. 자동 시스템이 아니라 연구진이 파형과 스펙트럼을 직접 살핀 결과다.

신호는 두 계열로 나뉘었다. A형은 1~5분간 이어지는 펄스성·방향성 신호로, 분화 물질이 해저 사면을 내려간 밀도류와 연결됐다. B형은 1~10Hz에서 더 오래 지속되고 여러 방향으로 퍼졌으며, 칼데라 환상단층 운동과 중앙부 침강, 동반 산사태가 함께 만든 복합 신호로 해석됐다. 05:28 UTC 기원 T파의 가장 강한 부분은 약 5분이었고 전체 신호는 방향과 거리에 따라 약 10~30분 이어졌다. 연구진은 이를 한 번의 순간적인 낙하보다 계단식 침강을 가리키는 근거로 보았다.

이 해석은 T파 하나에만 기대지 않았다. 분화 전후 해저지형, 위성으로 본 분연주 높이와 번개, 누쿠알로파 조위계와 기상자료, 사진·CCTV·목격자 진술, 통신탑 데이터 중단과 해저 통신케이블 단절 시각을 같은 시간축에 놓았다. 태평양을 건넌 원거리 파동에는 대기 램파의 기여가 컸던 반면, 통가 가까이에서 뒤늦게 나타난 대형 처오름은 칼데라 침강과 해저질량이동 같은 국지적 물 변위로 설명했다.

쓰나미보다 빠른 소리, 그러나 ‘7분 경보’는 아니다

연구진이 가정한 수중음파 속도는 초속 약 1.49km, 시속 약 5360km다. 서울과 부산 사이의 직선거리를 약 4분에 이동할 정도이며, 같은 거리를 갈 때 쓰나미보다 약 7~10배 빠르다. 05:28 UTC에 시작한 것으로 역산된 신호는 약 750km 떨어진 두 관측소에 05:38 UTC 무렵 도착했다. 카노쿠폴루 통신탑이 파괴된 05:45:24 UTC보다 약 7분 앞선 시점이다.

하지만 이 7분은 주민에게 보장된 대피시간이 아니다. 당시 T파 경보가 발령된 것도 아니다. 자동 탐지와 발원지 판정, 오경보 제거, 경보 전달과 주민 행동에 필요한 시간을 전혀 빼지 않은 사후 시간차다. 음향 신호는 해산과 해령, 대륙붕에 가로막히거나 반사·우회해 이론값보다 1~11분 늦게 도착했고 극단적으로 37분 지연된 사례도 있었다. 센서 위치에 따라서는 해안에 쓰나미가 닿은 뒤 신호를 잡을 가능성도 있다.

T파의 크기만으로 처오름 높이를 계산할 수도 없다. T파는 주로 2Hz 이상의 고주파 충격에 민감하지만 쓰나미는 긴 주기의 물 변위다. 큰 소리가 반드시 큰 쓰나미를 뜻하지 않는다. 실제로 04:15~04:25 UTC의 대폭발은 카노쿠폴루에 1~4m 처오름을 만들었지만 지속적인 T파는 거의 남기지 않았다. 실용화하려면 실시간 자동분류 성능과 오경보·미탐률, 예상 처오름 환산법, 현장 경보 전파시험, 다른 해저화산에서의 검증이 필요하다.

침강설은 유력한 해석이지 마지막 결론은 아니다

다른 설명도 남아 있다. 2023년 연구는 04:56 UTC에 15메가톤 규모의 가상 폭발원을 넣은 모델로 후기 파도와 토푸아의 최대 44.9m 처오름을 재현했다. 다만 이 폭발원은 직접 측정된 사건이 아니라 관측에 모델을 맞추기 위한 가정이었고 원거리 지진기록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2024년 연구는 깊은 지형을 칼데라 붕괴보다 압축가스 폭발이 굴착한 분화구로 해석하며 구체적인 붕괴 증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연구는 주로 최초 대폭발의 원인을 다뤘고, 폭발 약 한 시간 뒤의 침강과 쓰나미 시간표를 직접 반박한 연구는 아니었다.

새 연구에도 한계가 있다. 칼데라 침강 순간을 해저카메라나 해저압력계, 연속 변위계로 관측하지 못했다. 강한 B형 T파도 환상단층 운동과 침강, 산사태 가운데 하나로만 특정할 수 없다. 침강원을 적용한 전면적인 쓰나미 수치모델로 18m 현장 흔적부터 토푸아 최대 40m급 원격추정까지 전부 다시 재현한 것도 아니다. 이번 결과는 여러 관측의 시간적 일치를 바탕으로 원인을 귀속한 해석이다.

한국에서는 극지연구소 박숭현 연구원이 공저자로 참여했다. 극지연구소 K-HEART 연구팀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로 분화 뒤 칼데라 안팎의 해저지형과 해수·지질자료를 확보했다. 국내 제도상 비지진 원인의 해일도 피해가 예상되면 지진해일주의보나 경보를 발표할 수 있다. 다만 공개 공식자료에서는 T파·수중음향에 기반한 화산쓰나미 전용 자동 조기경보 시스템이 국내에서 운용되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유네스코 정부간해양학위원회는 훙가 사건 뒤 임시 화산쓰나미 절차를 가동하고 이후 훙가 전용 절차를 상설화했다. 이는 조위계와 해저 수압을 측정하는 DART 등의 관측자료를 이용하는 절차이지 T파 자동판별 시스템의 실전 배치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번 연구가 남긴 가장 분명한 교훈은 화산 쓰나미가 한 번의 폭발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원인이 서로 다른 시각에 파도를 만들 수 있으므로 첫 파도가 지나갔다는 사실을 복귀 신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자료: 오클랜드대학교·극지연구소·통가통신공사·통가기상청·기상청·유네스코 정부간해양학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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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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