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카시니 때 없던 ‘지속적 10각형’…토성 남극권서 선명해진 거대 대기파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9.05 07:48
시속 418㎞ 제트기류를 따라 열 번 굽이치는 무늬…형성 시점과 원인은 아직 미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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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NASA, ESA, STScI, Amy Simon (NASA-GSFC), Michael W, 퍼블릭 도메인(미국·NASA/STScI))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는 빠르지만 정체의 물결은 천천히 뒤로 번질 수 있다. 토성 남극권에서도 이와 닮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시속 약 418㎞로 부는 제트기류 위에서 열 개의 굴곡으로 이어진 거대한 무늬가 동쪽으로 시속 9.0±0.72㎞씩 이동하고 있다. 무늬는 하나의 폭풍이나 고체 구조물이 아니다. 제트가 토성을 한 바퀴 도는 동안 남북으로 열 번 굽이치는 ‘파수 10’의 대기파다.

연구진은 이 현상을 다룬 논문을 2026년 9월 2일 온라인 발표했다. 흔히 ‘남극 10각형’이라고 부르지만 실제 위치는 남극점인 90°S가 아니다. 행성기준위도 약 60.5~63°S의 동향 제트에 자리한다. 여기서 위도는 모두 토성의 형태를 기준으로 계산한 행성기준위도다.

발견은 2024년, 최초 흔적은 2023년

발견 과정은 시간의 역순으로 진행됐다. 연구진과 아마추어 관측자들은 2024년 PVOL 지상 영상에서 제트의 이상한 굴곡을 먼저 알아챘다. 이후 허블우주망원경 자료를 분석하고 과거 영상을 되짚어, 2023년 10월 22일 촬영된 영상에서 이미 희미한 직선 변과 굴곡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따라서 ‘2023년 흔적’과 ‘2024년 발견’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2024년 8월 22일에는 관측각이 좋아지면서 변과 꼭짓점이 한층 뚜렷해졌다. 다만 경도에 따라 명암이 고르지 않았다. 2025년 8월 29일과 9월 16~17일 허블 영상에서는 열 개의 꼭짓점을 모두 식별할 수 있었다. 그중 세 개는 매우 뚜렷하고 네 개는 약했으며, 나머지 세 개는 형태가 불명확했다. 컴퍼스로 그린 정10각형이라기보다 계속 형성되고 변형되는 물결에 가깝다.

여기서 ‘성장’의 뜻은 주의해서 읽어야 한다. 연구가 확인한 변화는 2023~2025년 영상에서 명암 대비가 강해지고 꼭짓점 형태가 선명해졌다는 것이다. 지름이나 폭이 해마다 커졌다는 측정 결과는 없다. 게다가 같은 기간 토성 남반구를 보는 관측각도 좋아졌다. 실제 대기파의 발달과 관측조건 개선이 각각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수치로 분리되지 않았다.

토성의 자전축은 26.73° 기울어 있다. 지구에서 남반구를 보기 좋은 시기는 2012년 중반 끝났다가 2023년 다시 돌아왔다. 이 긴 관측 공백 때문에 파동이 언제 처음 생겼는지는 알 수 없다. 2023년은 탄생 연도가 아니라 현재까지 영상에서 확인된 최초 시점이다.

물결 한 마디가 지구보다 길다

이 대기파의 평균 동서 파장은 16,782±1,100㎞다. 이웃한 파봉 사이의 간격이 지구 적도지름 12,756㎞의 약 1.32배인 셈이다. 다만 이 값은 10각형의 한 변을 자로 잰 길이가 아니다. 여러 파장에 걸쳐 관련 띠가 나타나는 남북 범위는 약 53~66°S, 거리로 약 13,000㎞다. 지구 적도지름과 비슷한 범위지만, 개별 띠의 남북 폭은 이보다 작은 약 2~3°, 약 2,000~3,000㎞다.

굴곡의 최대 지점과 최소 지점 사이 남북 폭은 2.7°±0.3°, 약 2,645㎞였다. 적색 계열 필터에서는 파동 중심이 63.0°S±0.4°였고, 대기의 다른 높이를 보는 889㎚ 메탄흡수대에서는 60.5°S±0.4°로 나타났다. 여러 파장에서 무늬가 확인됐다는 점을 바탕으로 연구진은 파동이 최소 10밀리바에서 2바 압력 범위와 관련된다고 해석했다. 이는 토성의 깊은 내부까지 구조가 직접 확인됐다는 뜻은 아니다.

파동 무늬의 이동속도는 토성의 System III 기준으로 동쪽 2.5±0.2m/s다. 하루 경도로는 −0.47±0.035°씩 표류하며, 단순 계산하면 토성을 기준으로 한 바퀴 이동하는 데 약 766일이 걸린다. 무늬 자체의 절대 자전주기는 10시간 39분 1.8초±1.6초로, System III 자전주기 10시간 39분 22.4초와 구분된다.

주변 제트의 최고속도는 60.5°S에서 116m/s, 시속 약 418㎞다. 무늬의 이동속도와 비교하면 약 46배 빠르다. 그러나 상대속도는 기준 위치에 따라 다르다. 63°S 현지 제트와 비교하면 파동은 −35m/s, 60.5°S의 제트 최고점과 비교하면 약 −113m/s다. 움직이는 공기와 그 위를 전파하는 물결을 따로 봐야 하는 이유다.

열 개의 꼭짓점도 고정돼 있지 않았다. 2025년 6월 26일부터 10월 11일까지 분석한 결과, 꼭짓점은 평균 32.5일 주기로 흔들렸다. 꼭짓점별 주기는 29~43일, 사인곡선으로 맞춘 평균 진폭은 4.6°였으며 개별 값은 3.5~6.1°였다. 다만 적합도 R²가 0.37~0.74이고 관측기간도 약 3개월 반에 불과해, 32.5일은 잠정적인 값이다.

북극 육각형의 쌍둥이는 아니다

토성 북극에는 약 78.5°N에서 44년 이상 이어진 육각형이 있다. 반면 북극 육각형에 대응하는 남반구 극제트는 약 73.6°S에 있다. 새 10각형은 이보다 적도 쪽인 60.5~63°S 제트에 놓여 있다. 같은 행성의 다각형 대기파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정확한 남반구 쌍둥이는 아니다.

1997~2002년 허블 관측에서는 남극 제트가 보였지만 지금과 같은 다각형은 검출되지 않았다. 카시니 임무 중에도 행성 전체를 두르고 오래 지속된 파수 10 구조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2004년 9월 18일, 약 60.5°S 제트의 120° 구간에서 약 30° 간격의 마디 네 개가 포착돼 파수 12 후보로 해석됐다. 이 구조는 며칠 전후 영상에는 나타나지 않은 일시적 현상이었다.

연구진은 허블 OPAL과 Saturn Equinox 프로그램 영상, PVOL·ALPO Japan의 아마추어 영상, 칼라알토 2.2m 망원경 자료를 교차 분석했다. 허블 관측은 225~937㎚ 필터를 사용했고, 한 관측 세트가 토성 자전 약 두 바퀴를 포괄했다. 논문 저자는 14명이며 보충자료에는 아마추어 기여자 44명이 별도로 실렸다.

영상은 WinJUPOS로 남극 투영한 뒤 꼭짓점을 추적했고, 허블 영상 쌍의 밝기 무늬를 상호 비교해 풍속을 계산했다. 희미한 구조를 드러내기 위해 주변부 감광 보정, 평균 밝기 차감, 고역통과 필터와 언샵 마스크도 사용했다. 여러 파장과 지상 자료에서 교차 확인했지만 원영상마다 선명한 10각형이 그대로 보이는 것은 아니다.

로스비파일까…모형은 아직 실제 속도를 놓쳤다

생성 원인으로는 제트 불안정과 로스비파가 거론된다. 로스비파는 행성의 자전과 위도에 따른 효과 때문에 대기 흐름이 크게 굽이치는 파동이다. 연구진은 제트의 곡률에 갇힌 준지균 로스비파를 유력한 후보로 봤지만, 원인으로 확정하지는 않았다.

약 55°S에는 지름 약 4,000㎞의 고기압성 반점 RS가 있으며 2023~2025년 23±1m/s로 이동했다. 이 반점이 파동을 만들었을 가능성과 반대로 파동이 반점을 강화했을 가능성이 모두 남아 있다. 2025년 유럽남방천문대 초거대망원경의 7.9~19.5㎛ 열적외선 관측에서는 띠 구조는 확인됐지만 열 개의 꼭짓점 각각의 열 신호는 검출되지 않았다. 온도 자료로 고도에 따른 동서풍의 연직 전단을 추정했을 뿐, 위아래 방향의 수직 풍속을 직접 측정한 것은 아니다.

단층 천수모형도 답을 확정하지 못했다. 열 개의 교란을 처음부터 넣은 실험은 파수 10을 유지했지만 88m/s로 이동했고, 파수 10 사인파를 넣은 실험은 소용돌이 열로 갈라지며 46m/s로 움직였다. 두 값 모두 관측된 2.5m/s보다 훨씬 빠르다. RS 반점을 넣은 실험도 주기적 구조가 생길 가능성을 보였을 뿐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했다.

이 모형은 비압축성·비점성·정수압 단일층으로, 열역학과 성층, 구름 형성, 수직운동을 제외했다. 깊은 대류로 다각형 제트가 자발적으로 생긴다는 3차원 모형도 있지만, 60° 부근에서 만들어진 것은 10각형이 아니라 9각형이었고 표류속도 역시 실제와 달랐다. 새 관측만으로 얕은 제트 이론과 깊은 대류 이론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는 없다.

북극 육각형은 토성의 한 해인 약 29.4지구년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남쪽 10각형의 확인 기록은 아직 약 2년에 불과하다. 앞으로 장기간 유지될지, 더 선명해진 모습에서 관측각 개선의 몫은 얼마인지, 어떤 대기층의 과정이 파수 10을 만들었는지는 후속 관측에 달렸다. 연구진은 열적외선 분광 관측과 성층·열역학을 포함한 다층 3차원 모형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제 과제는 10각형을 발견하는 데서, 이 거대한 물결이 어떻게 태어나고 얼마나 오래 살아남는지를 밝히는 단계로 넘어갔다.

자료: 바스크국립대, 미국항공우주국, 유럽우주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 유럽남방천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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