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감지되면 자동 전기자극…원격 제어 '붙이는 전자약' 개발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9.14 15:10
KAIST·한국한의학연구원 공동 연구팀, 마이크로니들 전극에 IoT 결합…동물실험서 진통 효과, 환자 대상 임상은 남아
통증 감지되면 자동 전기자극…원격 제어 '붙이는 전자약' 개발
손가락 위에 올려놓은 무선 마이크로니들 전자약 패치. 유연 회로 기판에 무선 충전용 코일이 감겨 있다. (사진 출처=KAIST)

피부에 붙여 쓰는 전자약을 스마트폰으로 원격 제어하고, 몸 상태에 따라 전기자극을 자동으로 내보내는 기술이 나왔다. 통증이 생길 때마다 병원을 찾거나 진통제에 의존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는지 가늠해 본 초기 단계 연구다.

KAIST는 전기및전자공학부 정재웅 교수와 한국한의학연구원 이상훈 박사 공동 연구팀이 무선 마이크로니들(피부에 붙이는 미세 바늘) 전자약과 사물인터넷(IoT·인터넷으로 기기를 연결해 제어하는 기술) 기반 원격 제어 기술을 결합한 웨어러블 전자약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9월 13일 밝혔다.

각질층 뚫는 미세 바늘, 온도 오르면 스스로 떨어져

만성 통증에는 진통제가 널리 쓰이지만 오래 복용하면 부작용이나 의존성 우려가 있다. 약물 대신 전기로 신경을 조절하는 전자약이 대안으로 연구돼 왔으나, 몸속에 심는 방식은 수술이 필요하고 피부에 붙이는 전극은 땀이나 각질에 따라 전기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 전류가 한곳에 몰리면 피부 온도가 올라 화상 위험도 생긴다.

연구팀은 전기가 잘 흐르면서 피부에 붙는 미세 바늘 전극을 만들어 이 문제를 다뤘다. 미세한 바늘이 전기 저항이 높은 각질층을 통과해 땀·각질의 영향을 줄이고, 하이드로젤(물을 많이 함유한 젤 형태의 소재)을 전극에 코팅해 전류가 바늘 끝에 몰리지 않고 고르게 퍼지도록 했다. 피부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면 전극의 접착력이 약해져 저절로 떨어지게 설계한 것이 안전장치다.

한국에서 미국 기기 제어, 자동 자극도 구현

여기에 IoT를 결합해 스마트폰과 클라우드 서버로 전자약의 작동 시간과 전기자극을 실시간 또는 예약 방식으로 조절할 수 있게 했다. 연구팀은 한국과 미국처럼 멀리 떨어진 환경에서도 기기를 원격 제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광혈류(PPG·빛으로 맥박과 혈류 변화를 재는 기술) 센서로 통증 관련 스트레스 상태를 감지해 전기자극을 자동으로 내보내는 폐루프(몸 상태를 확인하면서 치료를 자동 조절하는 방식) 기능도 넣었다.

동물실험에서는 기존 젤 전극보다 전류가 효과적으로 전달됐고 통증 완화 효과도 확인됐다.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에서는 전기자극에 따른 피부 감각과 통증 역치(통증을 느끼기 시작하는 자극의 세기) 변화를 확인했다. 다만 직접적인 진통 효과는 동물실험에서 확인한 단계다. 연구팀은 실제 만성 통증 환자에서 치료 효과와 장기 사용 안전성을 확인하려면 추가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상훈 박사는 “향후 웨어러블 침 치료 기술과 융합돼 전기자극으로 경혈을 자극하는 새로운 비약물성 통증 관리 기술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KAIST 김희수 박사과정과 한국한의학연구원 방세권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8월 28일 실렸다.

자료: KAIST,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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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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