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첫 '오가닉 신세시스' 검증편집위원 나왔다
KAIST는 화학과 한순규 교수가 미국 유기화학 학술지 '오가닉 신세시스(Organic Syntheses)' 편집위원회 위원(Member of the Board of Editors)으로 선출됐다고 9월 11일 밝혔다. 한국인 화학자가 이 자리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선출은 8월 23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오가닉 신세시스 재단(Organic Syntheses, Inc.) 총회에서 이뤄졌다.
한 교수는 앞으로 5년간 학술지에 실을 연구를 제안·초청하고 선정하는 일과 함께, 다른 연구자가 개발한 합성법을 자신의 연구실에서 직접 재현해 검증하는 역할을 맡는다. 임기는 이후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논문 심사에서 끝나지 않는 학술지
1921년 창간된 오가닉 신세시스는 논문에 제시된 유기화학 합성법을 검증편집위원의 연구실에서 직접 반복 실험해 재현성을 확인한 뒤에만 출판한다. 수율(투입한 원료 가운데 목표 물질로 얻어지는 비율)과 선택성, 정제 과정까지 실제 실험으로 확인하기 때문에 이곳에 실린 합성법은 세계 유기화학자들이 표준 실험 지침으로 활용한다. 현재 편집장은 미국 MIT 화학과 릭 댄하이저 교수가 맡고 있다.
편집장과 부편집장을 포함해 14명으로 구성된 편집위원회에는 통상 아시아 지역 학자 2명이 참여해 왔다. 2001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료지 노요리 교수를 비롯해 일본·중국·홍콩의 화학자들이 위원으로 활동했다. 한 교수는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홍콩대학교 파울린 츄 교수의 후임으로 선출됐다.
창간 이후 출판된 3100여 편 가운데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유기화학자의 논문은 9편이며, 이 중 4편이 KAIST 교수진의 연구다. 한 교수의 선출로 KAIST 화학과는 그의 재임 기간에 오가닉 신세시스 재단의 후원을 받아 세계 유기화학자를 초청하는 '오가닉 신세시스 석학 강연 시리즈'를 열 수 있게 됐다.
광대싸리 알칼로이드에서 분자 광스위치까지
한 교수는 복잡한 구조의 천연물을 화학적으로 합성하는 분야를 연구한다. 2014년 KAIST에 부임한 뒤 국내 약용식물인 광대싸리나무에서 유래한 복잡한 구조의 알칼로이드 천연물을 여러 종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에는 빛으로 분자의 구조와 기능을 조절하는 분자 광스위치를 개발하고, 합성 천연물 유도체를 활용한 항암제와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로 연구 범위를 넓히고 있다. 2025년 6월부터는 유기화학 학술지 '오가닉 레터스(Organic Letters)' 부편집장도 맡고 있다.
한순규 교수는 "학생 시절부터 오가닉 신세시스에 실린 화학 반응을 연구에 활용하면서 이를 직접 반복하고 검증해 신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만들어 온 화학자들에게 큰 고마움을 느껴왔다"며 "성실한 검증편집위원 활동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화학 지식을 축적하는 데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자료: KAI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