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상온 다이아몬드 4큐비트, 14.8마이크로초에 얽었다…같은 큐비트 묶음의 순차 제어보다 약 10배 빨라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09.15 13:10
핵스핀의 공명 겹침 활용한 병렬 제어…4큐비트 게이트 충실도는 모형 추정값 0.92±0.04, 확장·오류정정은 후속 과제
기사 대표 이미지
(사진 출처=Materialscientist / NIMS offices / Wikimedia Commo, CC BY-SA 3.0. [파일 페이지에서 확인](https://comm)

다이아몬드 속 양자정보 네 개를 서로 얽는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을 만큼 느리게 돌리면 어떨까. 두 제어 방식을 똑같이 100만 배 느리게 재생하면, 하나는 14.8초 만에 끝나고 다른 하나는 2분 19.9초가 걸린다. 실제로는 각각 14.8마이크로초와 139.9마이크로초에 일어난 일이다. 1마이크로초는 100만분의 1초다.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은 상온의 다이아몬드에서 큐비트, 즉 양자정보를 담는 기본 단위 네 개를 얽는 연산 시간을 이처럼 단축했다. 2026년 9월 14일 정식 출판된 논문에 담긴 결과다. 같은 레지스터(함께 제어하는 큐비트 묶음)에서 순차 방식과 병렬 방식을 비교했으며, 시간 비율은 약 9.45배였다. 소요시간으로 보면 약 89.4% 줄었다.

다이아몬드의 작은 결함이 양자정보의 자리가 됐다

연구의 무대는 다이아몬드 안의 NV 중심이었다. 질소 원자 옆에 원자가 빠진 빈자리가 있는 결함을 뜻한다. 연구진은 이 결함의 전자스핀 하나와 주변 탄소-13 원자의 핵스핀 세 개로 4큐비트를 구성했다. 스핀은 입자가 작은 자석처럼 반응하는 양자적 성질이다. 네 큐비트는 한 NV 중심 주변에 모여 있었다.

이 핵스핀들을 원하는 대로 다루는 일은 까다롭다. 전자스핀과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핵스핀을 하나씩 구분해 조작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한 큐비트를 조작할 때 다른 큐비트까지 원치 않는 영향을 받는 크로스토크도 문제가 된다. 조작할 대상을 구별하는 능력과 여러 대상을 함께 다루는 속도를 모두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다이아몬드에서 여러 큐비트를 얽는 연구는 앞서 진행돼 왔다. 2019년에는 델프트공과대의 선행연구에서 10큐비트 레지스터를 이용해 최대 7큐비트 얽힘을 구현했다. 레지스터에 담긴 큐비트 수와 실제로 얽힌 수는 구별해야 한다. 이번 연구가 보여준 핵심은 약하게 결합한 핵스핀들을 얽는 제어시간의 단축이다.

하나씩 지시하던 핵스핀에 함께 반응할 박자를 설계했다

연구진이 활용한 것은 여러 핵스핀의 공명이 겹치는 조건이었다. 공명은 특정한 제어 조건에서 스핀이 반응하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반응 조건이 비슷한 핵스핀들은 개별 제어에서 서로 구별하기 어렵다. 연구진은 이 겹침을 이용해 전자스핀 상태에 따른 여러 핵스핀의 회전이 동시에 일어나도록 설계했다.

악기를 하나씩 구분해 지시하던 방식에서, 함께 반응할 박자를 설계한 셈이다. 실제로 제어한 대상은 다이아몬드 속 핵스핀이었다. 핵스핀 사이의 구별을 어렵게 하던 조건을 공동 제어에 활용했다는 점이 변화의 중심이다. 따라서 이번 성과는 상호작용을 병렬 제어에 이용한 결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동적 디커플링(DD)을 사용했다. 전자스핀에 정밀한 시간 간격으로 펄스를 가해 잡음을 억제하면서 핵스핀을 조작하는 기법이다. 병렬 게이트에서는 2.472마이크로초짜리 단위 시퀀스, 즉 정해진 제어 순서를 여섯 차례 반복했다. 이 시간은 마이크로파 펄스 하나의 길이를 뜻하지 않는다. 얽힘 게이트 구간의 전자 펄스 수는 순차 방식 38개에서 병렬 방식 12개로 줄었다.

게이트는 큐비트의 상태를 바꾸는 연산이다. 순차 방식의 세 게이트 시간은 각각 49.6마이크로초, 51.6마이크로초, 38.7마이크로초로, 합계 139.9마이크로초였다. 병렬 방식의 14.8마이크로초는 초 단위로 0.0000148초다. 두 수치 모두 얽힘 연산 구간을 비교한 것으로, 초기화와 상태 준비용 별도 연산, 측정 시간은 포함하지 않는다.

목표는 여러 큐비트가 공동의 양자상태로 연결되는 대표적인 형태인 GHZ 얽힘이었다. 연구진은 다중양자결맞음(MQC) 신호를 이용해 얽힘에 참여한 핵스핀 수를 확인했다. 여러 스핀의 공동 반응을 살펴 얽힘 참여를 확인하는 측정이다. 연산이 목표에 얼마나 가깝게 수행됐는지는 별도의 방법으로 평가했다.

충실도 0.92는 무엇을 측정한 숫자인가

4큐비트 게이트 충실도는 병렬 방식에서 0.92±0.04, 순차 방식에서 0.69±0.03으로 추정됐다. 충실도는 목표한 상태나 연산에 얼마나 가까운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여기서는 게이트를 반복 적용할 때 오류가 쌓이는 양상을 모형에 맞춰 추정했다. ±로 표시한 오차는 해당 적합값의 68% 신뢰구간으로, 추정의 불확실성을 나타낸다. 4큐비트 병렬 충실도의 오차는 최종 출판본의 ±0.04를 채택했으며, 저자 공개 CSV에는 ±0.033984…로 기재돼 있다. 두 값의 차이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수치를 읽을 때는 평가 대상을 구분해야 한다. 연구진은 상태 준비와 측정 과정에서 생기는 오류를 분리해 게이트 충실도를 추정했다. 따라서 0.92를 계산 문제의 정답률 92%로 읽을 수 없다. MQC 측정이 완성된 GHZ 상태의 충실도 92%를 직접 입증한 것도 아니다.

상태 준비·측정 과정을 뜻하는 SPAM의 별도 충실도 적합값은 병렬 0.32±0.01, 순차 0.31±0.01이었다. 이 과정도 성능을 제약하는 요소로 남았다. 게이트 충실도 추정 모형에는 최종 상태의 큐비트 간 상관관계를 무시하는 근사도 들어갔다. 저자들은 시뮬레이션에서 보수적으로 추정되는 경향을 제시했지만, 항상 그렇다는 수학적 증명은 없다고 답했다.

병렬 방식의 정확도가 모든 조합에서 높았던 것도 아니다. 전자스핀 하나와 핵스핀 둘로 구성한 3큐비트 게이트에서, 조합별 충실도 점추정치는 병렬 0.74~0.94, 순차 0.69~0.86이었다. 이 범위는 서로 다른 조합의 대표 추정값들을 모은 것으로, 한 측정값의 신뢰구간과는 다르다.

핵스핀을 q₁·q₂·q₃로 구분하면 q₁·q₂ 조합은 병렬 0.74±0.08, 순차 0.86±0.01이었다. q₁·q₃에서는 각각 0.80±0.04와 0.69±0.06, q₂·q₃에서는 0.94±0.04와 0.79±0.02였다. q₁·q₃의 병렬 충실도는 보충표의 0.80±0.04를 채택했으며, 저자 공개 CSV에는 0.794881…±0.035621…로 기재돼 있다. 두 값의 차이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q₁·q₂의 점추정치는 병렬 방식이 낮았다. 별도 통계검정 없이 차이의 유의성까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조합에 따른 성능 차이는 함께 살펴야 한다.

속도 개선을 더 큰 장치와 센싱으로 이어가려면

속도 비교에도 조건이 붙는다. 논문을 검토한 익명 심사자는 다른 장치에서 약 10~30마이크로초의 얽힘 시간이 보고됐다고 지적했다. 저자들은 강한 결합을 이용하는 방식과 이번 약한 결합 조건의 차이를 설명했다. 이 범위는 심사자가 제시한 비교 논거다. 이번의 ‘약 10배’는 같은 레지스터에서 구현한 순차 게이트를 기준으로 한 결과다.

더 다양한 배치로 확장할 가능성은 시뮬레이션으로 평가했다. 약 1,400개의 가상 배치를 검사한 뒤, 강하게 결합한 핵스핀이 없는 500개를 선별해 분석했다. 실제 장치 500개에서 실험한 결과로 해석할 수는 없다. 이번 4큐비트의 속도 향상 비율은 시뮬레이션 분포에서도 높은 편이어서, 대부분의 다이아몬드에서 같은 개선을 얻는다고 일반화하기 어렵다.

오류정정, 즉 양자정보에 생긴 오류를 바로잡는 응용도 후속 과제다. 관련 시뮬레이션에서는 초기화와 일부 게이트·보정 연산을 이상적으로 처리했고, DD 과정의 전자 제어 오류도 제외했다. 실제 오류를 포함한 조건에서 성능을 검증해야 한다. 상온에서 얽힘 제어를 앞당긴 결과와 실용적인 오류정정 장치의 완성 사이에는 이 검증 단계가 남아 있다.

국내에도 다이아몬드 결함을 만들고 측정에 활용하는 연구가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한양대는 2022년 나노 구멍 배열 마스크를 이용해 NV 결함을 10나노미터 미만 규모의 위치 정밀도로 형성하는 방법을 보고했다.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다. 이 수치는 결함을 원하는 위치에 만드는 정밀도이며, 큐비트 얽힘의 정확도를 뜻하지 않는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참여한 2022년 연구에서는 다이아몬드 NV 집단을 이용해 자기장과 온도를 실시간으로 동시에 측정했다. 아주대가 2025년 발표한 공동연구는 얽힌 고체 점결함 큐비트를 활용해 표준양자한계를 넘는 양자센싱을 목표로 한다. 양자센싱은 양자적 성질을 이용한 측정이며, 이 사업은 얽힘으로 측정 한계를 넘어서는 방향을 탐구한다.

국내 연구와 이번 실험의 접점은 결함을 다루는 기술과 얽힘을 측정에 활용하려는 방향에 있다. 국내에서 같은 병렬 얽힘 실험을 재현하거나 이번 결과로 센서 성능을 개선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으로의 질문은 짧아진 제어시간을 다양한 큐비트 배치에서도 확보하고, 준비·측정 오류까지 포함한 실제 성능 향상으로 이어갈 수 있느냐에 있다.

자료: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델프트공과대학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양대학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아주대학교

저작권자 © 한국R&D신문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화학·물리·의학·생명 — 신소재·촉매·양자·물성, 의학·제약·바이오
댓글 0 최신순 추천순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0 / 400 · 회원 로그인 시 닉네임으로 작성 · 비회원 수정은 작성 후 1분 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