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고소득국의 일주일 뒤 기온예보, 저소득국의 내일 예보와 비슷했다

한쪽의 다음 주 기온예보가 다른 쪽의 내일 예보와 대략 비슷한 정확도를 보였다. 고소득국과 저소득국을 비교한 연구 결과다. 다만 오늘 날씨 앱에 뜬 예보를 대조한 것은 아니다. 2011~2020년 자료에서 기온 편차 상관계수, 즉 평소보다 덥거나 추운 흐름을 예보가 얼마나 비슷하게 따라갔는지 평가하고, 소득집단별 중앙값을 비교했을 때 나타난 차이다.
컬럼비아대학교·프린스턴대학교·프랑크푸르트 괴테대학교 등의 소속이 기재된 연구진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를 2026년 9월 14일 공개했다. 동료심사를 통과한 논문은 예보 기술이 발전하는 동안 그 성과가 국가별로 어떻게 달랐는지 살폈다. 모든 소득집단에서 예보 성능은 좋아졌지만, 개선됐다는 사실만으로 국가 간 격차가 해소되지는 않았다.
같은 예측자료로 비교한 일주일과 하루
연구진은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의 예측자료를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지상관측자료와 비교했다. 핵심 분석 대상은 지상 2m의 기온으로, 하루 뒤부터 7일 뒤까지의 예측을 평가했다. 각국 기상청이나 날씨 앱이 이용자에게 전달한 최종 예보의 성적표가 아니라, 같은 예측자료가 국가별로 어느 정도의 성능을 보였는지 살핀 연구다.
정확도를 계산할 때는 예측 기온과 관측 기온에서 각각 1991~2020년 평년값을 뺐다. 이렇게 얻은 편차는 평소보다 얼마나 덥거나 추웠는지를 뜻한다. 편차 상관계수는 예측과 관측에서 이런 변화가 얼마나 비슷하게 나타났는지 보여주는 단위 없는 지표다. 기온을 몇 번 맞혔는지 세어 얻은 적중률과는 다르다.
관측지점의 결과는 인구를 반영한 가중치로 합쳐 국가별 수치로 만들었다. 이어 세계은행의 2020년 소득 분류에 따라 국가들을 묶었다. 핵심 비교에 쓴 중앙값은 각 국가의 값을 크기순으로 놓았을 때 가운데에 해당하는 값이다. 특정 국가 하나의 성적을 전체 집단의 성적으로 내세운 것은 아니다.
이 비교에 포함된 국가·지역은 178곳이었다. 고소득집단 64곳의 7일 뒤 예보 중앙값은 0.5315, 저소득집단 22곳의 다음 날 예보 중앙값은 0.5310이었다. 소수점 아래 값이 가까워 대략 비슷한 정확도라고 표현한 것이다. 두 값이 정확히 같거나 통계적으로 동등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는 뜻은 아니다. 0.53이라는 수치도 예보의 약 53%가 맞았다는 의미로 읽어서는 안 된다.
지표 자체의 한계도 있다. 늘 높게 읽는 온도계도 기온의 오르내림은 잘 따라갈 수 있다. 마찬가지로 상관계수가 높더라도 실제 기온보다 계속 높거나 낮게 예측하는 문제는 남을 수 있다. 동료심사에서 이런 지적을 받은 연구진은 RMSE(평균제곱근오차), 즉 예측이 실제 값에서 얼마나 크게 벗어났는지 평가하는 지표를 이용한 점수를 추가했다. 미국의 예보 시스템인 GFS와 강수·기압에 대한 분석도 보강했다.
모두 발전했지만 남아 있던 약 17년
한 시점의 차이가 일시적인 현상인지 확인하려면 과거부터 이어진 기록을 살펴야 한다. 연구진은 장기 분석에서 1985~2020년을 다뤘다. 자료가 많이 빠진 2006년은 제외했다. 이 분석에서도 모든 소득집단의 성능이 개선되는 흐름과 함께 집단 사이에 남은 격차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저소득집단의 2011~2020년 평균 성능에 해당하는 수준을 고소득집단이 과거 언제 보였는지 추정했다. 그 시간 차이는 약 17년이었다. 이는 꾸준히 관측자료가 남은 관측소를 이용해 집단 평균을 살핀 별도 분석이다. 앞서 소개한 중앙값 두 개를 빼서 얻은 수치가 아니며, 모든 저소득국이 예외 없이 17년 뒤처졌다는 뜻도 아니다.
집단의 대표값은 격차의 큰 흐름을 보여주지만 개별 국가와 국내 지역의 차이까지 설명하지는 못한다. 관측자료가 부족한 지역은 평가 자체에도 제약이 있다. 또한 논문 공개 시점은 2026년이지만 핵심 비교 기간은 2011~2020년이다. 이후 도입된 AI 예보와 최근 모델 개선이 이 격차를 얼마나 바꿨는지는 이번 결과로 확인할 수 없다.
열대 기상의 난도와 관측망의 빈틈
격차의 배경에는 날씨 자체의 예측 난도, 수치모델의 한계, 관측망과 자료 공유의 부족이 함께 놓여 있다. 수치모델은 대기의 변화를 수식으로 표현해 컴퓨터로 계산하는 예측 도구다. 중위도의 대표적인 기상현상인 수천km 규모의 기압계를 추적하는 일과, 열대에서 몇 시간 만에 발달하는 수십km 규모의 폭풍을 예측하는 일은 규모와 변화 속도부터 다르다. 다만 이 차이를 모든 기온예보 격차의 직접 원인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연구진은 서로 다른 통계모형으로 국가 간 정확도 차이를 분석했다. 지상관측소와 라디오존데, 즉 상공의 대기 상태를 측정하는 관측 장비의 밀도가 설명한 비중은 모형에 따라 4.5~7.4%였다. 위도·경도가 설명한 비중은 21.1~59.7%로 나타났다. 여기서 분모는 분석 대상 국가들 사이에 나타난 예보 정확도의 전체 변동이다.
이 범위는 통계모형을 달리했을 때 나온 결과의 차이다. 저소득국 오보 가운데 관측소 부족이 일으킨 비율이나, 관측소를 늘렸을 때 얻을 개선율이 아니다. 위도·경도의 설명 비중 역시 지리가 정확도를 그만큼 결정했다는 인과효과로 해석할 수 없다. 연구는 여러 조건과 성능의 통계적 연관성을 살폈으며, 낮은 소득이 낮은 정확도를 직접 유발한다는 인과관계는 입증하지 않았다.
열대가 언제나 예측에 불리한 것도 아니다. 같은 논문의 1~6개월 뒤 월평균 기온예보에서는 일부 열대국가의 성능이 높았고, 소득과 정확도의 관계도 반대 방향이었다. 며칠 뒤 기온을 예측하는지, 몇 달 뒤의 월평균 기온을 예측하는지에 따라 양상이 달라진 것이다. 이번 발견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예측 대상과 기간을 함께 봐야 한다.
관측소 설치 이후까지 확인해야
개선 가능한 부분을 살필 때는 관측소가 몇 곳 있는지와 그 자료가 실제로 전달되는지를 구분해야 한다. 관측자료 생산과 국제 공유를 지원하는 SOFF의 2021년 문서는 익명의 최빈개도국 사례를 소개했다. 설치된 관측소 100곳 가운데 2020년 6월 기준 가동 중인 곳은 50곳이었다. 기상기관이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곳은 5곳, 정기적으로 자료를 공유한 곳은 2곳에 그쳤다. 한 국가의 과거 사례이며 세계 평균은 아니다.
이 사례는 장비 설치 실적만으로 이용 가능한 관측자료의 양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SOFF 설립 문서는 단기 사업이 끝난 뒤의 유지비와 수리, 통신, 자료 형식의 차이가 지속적인 자료 공유를 가로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측정 장비를 세우는 일에 더해 작동 상태를 유지하고, 생산된 자료를 전달하는 과정까지 이어져야 하는 셈이다.
SOFF는 최빈개도국과 군소도서개발국을 우선해 관측자료 생산과 국제 공유에 장기 재정·기술 지원을 제공하는 기존 체계다. 이번 논문을 계기로 새로 만들어진 제도는 아니다. 연구가 드러낸 격차는 이미 진행 중인 지원에서 무엇을 확인해야 할지 다시 묻게 한다.
한국의 몽골 관측망 지원도 이런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기상청은 2017~2019년 32개소, 2022~2025년 사업으로 20개소 등 두 사업을 통해 자동기상관측소 총 52개소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설치 실적은 확인됐지만, 해당 발표만으로 전체 장비의 현재 가동률과 국제 자료 공유율, 예보 정확도가 얼마나 개선됐는지까지 알 수는 없다. 몽골을 이번 연구의 저소득집단 대표 사례로 간주해서도 안 된다.
이 연구가 남긴 질문은 예보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에 그치지 않는다. 그 성능이 어느 나라에서 얼마나 나타났는지, 지원한 관측 장비가 실제 자료 생산과 공유로 이어졌는지도 살펴야 한다. 국가별 예보 성능과 지원 이후의 개선 효과까지 검증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는 게 편집국의 해석이다. 설치된 관측소의 수와 함께 그 자료가 예측에 어떻게 쓰였는지 확인할 때 지원의 성과도 더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자료: 컬럼비아대학교, 프린스턴대학교, 프랑크푸르트 괴테대학교, 유럽중기예보센터, 미국 해양대기청, 세계기상기구, SOFF, 기상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