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르지 않고 바꾼다, 유전자 편집의 다음 국면

한양대 황규호 교수팀이 하버드 의과대학, 보스턴아동병원과 함께 내놓은 '프라임 어셈블리' 소식을 접하고 필자가 가장 먼저 눈여겨본 대목은 '자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DNA 이중나선(우리 유전 정보를 담은 두 가닥의 나선형 사슬)을 끊지 않고도 최대 1만2100개의 염기(DNA를 이루는 낱글자 단위) 길이를 원하는 자리에 통째로 갈아 끼웠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기술 개선이 아니라 유전자 편집이 다뤄온 위험의 성격 자체를 바꾸는 시도라고 본다.
왜 '절단'이 늘 걸림돌이었나
유전자가위로 널리 알려진 크리스퍼(CRISPR) 기술은 원리적으로 DNA를 잘라야 편집이 시작됐다. 세포는 잘린 자리를 스스로 복구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변이나 염색체 이상을 일으킬 수 있어, 이 절단 의존성은 치료용으로 쓰기 위해 넘어야 할 오랜 난제였다. 이후 등장한 절단 없는 편집 기술들이 안전성을 크게 끌어올렸지만, 대체로 한두 개 염기를 바꾸거나 비교적 짧은 구간을 손보는 데 그쳤다. 유전병 상당수는 유전자 하나가 통째로 망가지거나 긴 구간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는 점을 떠올리면, '짧게만 고칠 수 있다'는 한계가 왜 계속 발목을 잡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이번 성과가 반가운 이유는 바로 이 길이의 벽을 절단 없이 넘어섰다는 데 있다.
기대와 함께 남는 질문들
다만 필자는 이 대목에서 성급한 낙관을 경계하고 싶다. 세포 실험 단계의 성공이 곧바로 사람 몸에서의 안전한 치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편집 도구를 원하는 세포까지 정확히 실어 나르는 전달 기술, 장기간에 걸친 부작용 추적, 그리고 편집 결과를 세밀히 검증할 방법이 함께 갖춰져야 실질적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에 편집 결과를 정밀 분석하는 프로그램 '크리스퍼룽고'를 나란히 내놓은 것은 이런 검증의 중요성을 연구팀 스스로도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혀 그 점은 평가할 만하다. 국내 바이오 산업이 이런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대학의 기초 연구를 임상 검증과 산업화로 이어줄 규제 체계와 전문 인력 양성에 지금부터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자르지 않는 편집이 열어젖힌 문 너머로 무엇을 채워 넣을지는 이제부터의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