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가 3개월간 36편 원고 지원…AI 과학은 ‘좋은 문제 찾기’가 관건

김동현 기자 · 입력 2026.10.04 07:57 · 수정 2026.10.06 18:55
400여 후보에서 AI 강점에 맞는 문제 골라…BootLoops로 물리·생태·유전·경제 연구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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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NASA/Solar Dynamics Observatory, NASA — public domain)

인공지능(AI)이 과학자를 대신해 거대한 난제를 한 번에 푸는 대신, 자신이 잘하는 문제를 골라 인간 연구자와 나눠 맡는 방식으로 18개 분야의 논문 원고 36편 작성에 참여했다. AI의 성능을 과학 현장의 실제 성과로 바꾸려면 더 큰 모델뿐 아니라 ‘AI에 맞는 질문’을 설계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례다.

매슈 슈워츠 하버드대학교 물리학 교수는 이 접근을 ‘클로드형 과학’이라고 설명했다. 수학처럼 문제가 명확하고 답을 확인하기 쉬운 분야에서는 AI가 강하지만, 일반 과학 연구는 조건이 복잡하고 무엇을 풀어야 할지부터 모호하다. 그는 이런 차이를 전기공학의 ‘임피던스 불일치’에 빗댔다. 각각은 정상적으로 작동해도 연결 방식이 맞지 않으면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3개월 동안 약 400개의 후보 문제를 검토했고, 19명의 공동 연구자가 참여해 18개 분야에서 36편의 원고를 만들었다. 다만 이 36편은 모두 학술지 게재와 동료평가를 마친 논문을 뜻하지 않는다. 공개된 원고 목록에는 초기 단계이거나 아직 준비 중인 작업도 포함돼 있다. 성과의 수보다 각 결과를 사람이 다시 읽고 검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계산 도구를 다른 학문으로 옮기다

연구의 중심에는 오픈소스 계산 도구 ‘BootLoops’가 있다. 수학·물리학·컴퓨터과학의 계산 절차를 한데 묶어, AI가 문제를 풀고 수치로 다시 확인하도록 만든 작업 틀이다. 출발점은 양자장론과 입자물리학에서 입자 충돌 과정을 계산하는 파인먼 적분이었다. 공개 원고는 1~4루프 적분 30개 가운데 기존 계산 15개를 재현했고, 저자들이 선행 계산을 찾지 못했다고 밝힌 15개도 제시했다. ‘루프’는 계산식 안에서 입자의 상호작용이 고리처럼 얽힌 복잡도를 가리킨다.

슈워츠 교수가 수주에 걸쳐 만들었던 코드를 클로드가 약 20분 만에 다시 작성하고 더 효율적인 알고리즘을 제안한 사례도 나왔다. 연구진은 물리학에서 쓰던 적분 구조가 집단유전학의 베이시안 증거 적분과 계통학의 계통수 계산에도 닮아 있다는 점을 찾아 도구를 다른 분야로 옮겼다. 베이시안 증거 적분은 여러 설명 가운데 관측 자료를 가장 잘 설명하는 쪽을 수치로 비교하는 계산이다.

생태학에서는 파나마 운하 바로 콜로라도 섬의 숲 자료를 이용해 실제 데이터 규모에서는 20년 동안 풀지 못했던 중립 이론 방정식을 계산했다. 집단유전학에서는 자연선택이 희귀 돌연변이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오래된 적분식을 풀고, 공개 유전체 자료를 분석해 표준 모델에서 빠져 있던 유전자 전환의 영향을 살폈다.

경제학 연구에서는 상위 5개 학술지 논문 4,452편의 재현 패키지를 점검했다. 공개 작업논문에 따르면 3,460건에서 불일치가 표시됐고, 496건은 계산 시간이 10배 이상 줄었으며, 923건에는 확장 분석이 제안됐다. 재현 패키지는 논문의 결과를 같은 자료와 코드로 다시 계산할 수 있게 묶은 파일이다. 이 결과 역시 동료평가 전 작업논문 단계이므로 후속 검토가 필요하다.

속도는 AI, 방향과 책임은 인간

한계도 분명했다. 클로드는 작업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성공했다고 판단하거나 시간 감각 없이 계산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무엇이 학술적으로 중요하고 흥미로운지 정하는 가치 판단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질문의 방향을 잡고 결과를 점검했기 때문에 계산 결과를 연구 성과로 연결할 수 있었다.

공개 원고 저장소의 정책도 생성형 AI 사용을 밝히고, 서명한 인간 저자가 내용 전체를 책임하도록 요구한다. AI 도구는 저자로 올릴 수 없고, 원고 공개 과정의 검토도 학술지 동료평가와 같지 않다. 이번 사례는 AI가 과학자를 대체했다는 선언보다, 인간이 중요한 문제를 고르고 AI가 방대한 계산과 자료 검토를 맡는 협업의 조건을 보여준다.

자료: 앤트로픽, BootLoops, 하버드대학교, NBER, arX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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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 dh.kim@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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