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간암 새 바이오마커 RB1 완전결손 규명… AI 진단모델·맞춤 병용요법 첫 제시

치료가 어렵고 생존율이 낮은 난치성 간암 환자를 가려낼 새로운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몸속 변화를 알려주는 지표)가 밝혀졌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심주현 교수·병리과 성창옥 교수, 마카오대학교 심중섭 교수, 포항공과대학교 박상현 교수,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안지현 교수 공동 연구팀은 종양억제 유전자 RB1이 완전히 망가진 경우를 간암의 새로운 바이오마커로 규명하고, 이를 가려내는 인공지능(AI) 진단모델과 맞춤형 치료전략까지 함께 제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계열 국제학술지 '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 2026년 8월 20일자(11권 336호)에 실렸다.
RB1은 세포가 무분별하게 분열하지 않도록 막는 대표적인 종양억제유전자다. 사람은 유전자를 부모로부터 하나씩, 총 두 개(대립유전자)를 물려받는데, 두 개가 모두 망가지는 것을 '완전 결손(biallelic loss)'이라 부른다. 연구팀은 서울아산병원 환자 206명과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TCGA-LIHC 코호트(환자군) 355명을 더해 총 561명의 다중오믹스(유전자·단백질 등 여러 생체정보를 동시에 분석하는 기법) 데이터를 통합 분석했다. 그 결과 발굴 코호트에서는 전체 환자의 14.6%(82명)가 RB1 완전결손 환자였고, 검증 코호트에서는 비율이 4.2~18.2%로 확인됐다. RB1 완전결손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예후가 뚜렷하게 나빴다. 전체생존 기준 보정위험비는 3.32(95% 신뢰구간 1.93~5.72, p<0.001), 무질병생존 기준 보정위험비는 3.15(95% 신뢰구간 2.12~4.68, p<0.001)로 나타나, 사망이나 재발 위험이 일반 환자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연구팀은 이 바이오마커를 신속하게 가려내기 위해 'FR-MIL'(특징 재조정 기반 다중 인스턴스 학습)이라는 AI 모델도 개발했다. 이 모델은 병리 영상을 분석해 RB1 완전결손 여부를 판별하는데, 외부 검증에서 F1 점수 84.39%, TCGA 코호트 검증에서는 F1 점수 79.7%·정확도 83.1%를 기록했다. 기존에는 유전자 검사를 따로 거쳐야 알 수 있던 정보를, AI가 병리 영상만으로 신속하게 짚어낼 수 있게 된 셈이다.
치료전략 개발을 위해 연구팀은 후성유전학 억제제 128종, 카이네이즈 억제제 430종, 고선택성 억제제 318종 등 3개 라이브러리 총 876개 화합물을 스크리닝했다. 그 결과 AURKA·PLK1·KSP 등 세포분열 관련 단백질을 겨누는 억제제와, DNA 손상 복구에 관여하는 PARP 단백질을 막는 'PARP 억제제'를 함께 투여하는 병용요법이 뛰어난 항암효과를 보였다. PARP 억제제는 DNA 복구 기능이 이미 떨어진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죽게 만드는 '합성치사' 전략의 약물로, 유방암·난소암 중 BRCA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 치료에 먼저 쓰여 온 바 있다. 이번 연구는 같은 전략을 간암의 RB1 결손에 적용해 효과를 확인한 것이다.
간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고 재발률이 높아 5년 생존율이 다른 암종보다 낮은 대표적 난치암으로 꼽힌다. 이번 연구는 간암 환자를 바이오마커로 세분화해 AI로 빠르게 진단하고, 환자 특성에 맞는 맞춤형 약물조합을 제시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자료: 서울아산병원, 마카오대학교, 포항공과대학교,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