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불길이 닿지 않은 숲도 탄소를 잃는다…아마존 산불의 ‘숨은 24%’

불길이 지나가지 않은 나무도 산불 때문에 탄소를 덜 흡수할 수 있다. 잎이 검게 타거나 줄기가 쓰러지지 않았더라도 산불 연기에서 시작된 화학반응이 숲의 광합성을 늦추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탄 나무와 직접 배출된 온실가스 뒤에, 살아남은 숲이 원래 흡수했어야 할 탄소를 놓치는 두 번째 비용이 숨어 있다는 뜻이다.
ETH 취리히와 엑서터대, 영국 기상청 해들리센터, 영국 생태·수문학센터, 제임스쿡대 등의 연구진은 1997년부터 2024년까지 아마존의 산불과 가뭄, 대기화학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진이 계산한 오존에 따른 탄소흡수 감소량은 산불 직접 탄소배출량의 약 24%에 해당했다. 산불이 탄소 100자루를 직접 내놓았다고 비유하면, 주변 숲은 원래 흡수할 수 있었던 탄소 약 24자루를 추가로 놓친 셈이다. 이 24자루가 불꽃에서 더 배출됐다는 뜻은 아니다.
산불이 뿜은 물질, 햇빛 아래 오존으로 바뀐다
논문 ‘산불 유래 오존과 심해지는 가뭄이 아마존 탄소흡수원을 약화한다’는 2026년 10월 7일 국제학술지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게재됐다. 연구의 핵심은 오존의 식물 피해를 처음 발견한 것이 아니다. 아마존에서 해마다 달라지는 산불과 가뭄, 오존 피해를 서로 연결하고, 그에 따른 탄소흡수 감소량을 산불 직접 배출량과 비교해 장기간 정량화한 데 있다.
산불은 오존을 직접 배출하지 않는다. 불이 탈 때 나온 질소산화물과 휘발성유기화합물 같은 전구물질, 즉 다른 물질을 만드는 재료가 햇빛 아래에서 광화학 반응을 일으켜 지표면 오존을 만든다. 대기 높은 곳의 오존층이 해로운 자외선을 막아주는 것과 달리, 사람이 숨 쉬고 식물이 자라는 높이에 생긴 지표면 오존은 식물에 손상을 줄 수 있다.
오존은 잎의 기공으로 들어간다. 기공은 나무가 이산화탄소를 받아들이고 수증기를 내보내는 작은 통로로, 사람의 숨구멍에 비유할 수 있다. 이 통로로 침투한 오존은 광합성을 억제한다. 나무가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유기물로 바꾸는 속도가 느려지면 숲이 대기에서 거둬들이는 탄소도 줄어든다. 직접 연소 피해는 위성 영상에서 검게 탄 면적으로 드러나지만, 살아 있는 잎의 광합성이 느려지는 변화는 훨씬 눈에 띄지 않는다.
피해는 아마존 남부와 동부의 ‘삼림파괴의 활’ 주변에서 가장 컸다. 농경과 목축을 위한 개간 및 화재가 집중된 전선과 오존 피해가 큰 지역이 겹친 것이다. 산불의 영향권을 불길이 지나간 자리로만 한정하면 연기가 이동한 곳에서 나타나는 생리적 손실을 빠뜨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공을 닫아도 막지 못한 대형 가뭄의 압력
가뭄은 오존 피해를 단순히 키우기만 하는 요인이 아니다. 물이 부족해지면 나무는 수분을 아끼기 위해 기공을 닫는다. 이때 오존이 잎 안으로 들어오는 양도 줄어 일종의 보호 효과가 생긴다. 실제로 지역에 따라서는 기공 폐쇄의 효과가 더 우세한 곳도 있었다.
그러나 대형 가뭄기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화재가 늘고 공기 중 오존 농도가 크게 높아지면서 기공 폐쇄가 제공하는 보호 효과를 압도했다. 1997~1998년, 2015~2016년, 2023~2024년처럼 강한 엘니뇨와 겹친 대형 가뭄기에 화재와 오존 피해가 커졌다. 특히 2023~2024년 가뭄기의 오존 피해는 직전 10년 평균의 거의 두 배로 추정됐다.
이는 대기 중 오존 농도만 높다고 실제 식물 피해가 반드시 같은 비율로 커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토양수분 부족과 고온, 나무 고사도 광합성을 떨어뜨리는 한편, 기공 폐쇄는 오존 유입을 줄인다. 연구에서는 가뭄 자체의 충격과 오존의 영향을 구분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두 번의 가상실험으로 찾아낸 보이지 않는 손실
연구진은 산불 활동과 가뭄, 대기화학 자료를 JULES 육상식생모델과 결합했다. 먼저 화재 배출자료로 연도별 화재 활동을 산정하고, 대기화학 모델로 지표면 오존의 농도와 변동을 계산했다. 이어 식생모델에서 오존의 식물 피해를 적용한 경우와 그 효과를 끈 경우를 각각 모의해 생산성 차이를 구했다. 생산성 변화는 GOSIF와 FluxSat 위성 GPP 자료와도 비교했다. GPP는 총광합성량, 즉 식물이 광합성으로 고정한 탄소의 총량을 뜻한다.
약 24%라는 값은 두 모의실험의 차이를 오존에 따른 손실로 귀속한 결과다. 따라서 아마존 전역에서 탄소 흐름을 직접 재어 얻은 실측값은 아니다. 최종 논문의 정확한 탄소 질량과 신뢰구간도 접근 가능한 공식 발표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아마존 숲의 전체 탄소흡수력이 24% 줄었다’거나 ‘산불의 실제 배출량이 기존 추정보다 24% 많았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비교의 분모는 산불의 직접 탄소배출량이며, 계산된 것은 추가 배출이 아니라 흡수 기회의 상실이다.
모델의 공간적 정밀도도 한계다. 2024년 공개 선행 원고의 격자는 위도 1.25도, 경도 1.875도로, 적도 부근에서 한 칸이 약 140×200㎞에 이른다. 광역 추세를 보는 지도에 가깝고 개별 화재나 좁은 연기 띠, 숲 가장자리까지 살피는 현미경은 아니다. 최종 논문에서도 같은 격자를 사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식물의 오존 민감도를 얼마나 현실적으로 반영했는지도 남은 문제다. 아마존에는 수천 종의 나무가 있지만 기반이 된 노출실험은 열대수종 10종을 대상으로 했다. 평균 노출기간은 약 150일, 범위는 61~191일이었다. 관수하고 관리한 어린 화분 식물의 반응이 성숙한 아마존 수관과 가뭄, 영양분이 부족한 토양의 조건을 모두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공개 선행 원고의 피해 함수는 일정 문턱을 넘은 오존 유입에 따라 광합성이 선형적으로 감소하고 피해가 즉시 나타난다고 가정해 회복과 누적 손상, 수종 교체 같은 장기 반응을 충분히 담지 못할 수 있다.
탄소회계의 빈칸, 한국도 조사가 필요하다
연기의 효과가 한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것도 아니다. 연무 에어로졸은 햇빛을 산란시켜 수관 안쪽까지 빛을 퍼뜨리고 광합성을 일시적으로 높일 수 있다. 산불에서 운반된 영양분이 일부 숲의 영양 제한을 완화할 가능성도 보고됐다. 이번 24%를 이런 반대 방향의 경로까지 모두 합친 산불 대기효과의 완전한 순손실로 확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장기 현장 관측의 부족도 검증을 어렵게 한다. 연구진은 모델이 계산한 연도별 오존 변동을 직접 확인하기 어려워 위성의 이산화질소 기둥농도 등을 대리지표로 활용했다. GOSIF와 FluxSat 역시 광합성이나 생산성을 간접 추정할 뿐 오존 피해 자체를 측정하지 않는다. 총광합성량이나 NPP, 즉 식물 호흡을 뺀 순일차생산성이 줄었다고 해서 같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곧바로 추가 배출됐다고 볼 수도 없다. 실제 순탄소수지는 식물과 토양의 호흡, 고사와 분해, 이후의 회복까지 반영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산불로 생성된 오존이 주변 산림의 탄소흡수를 얼마나 줄였는지 전국 규모로 계산한 연구나 공식 통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025년 3월 대형산불의 피해면적을 10만4,000㏊, 직접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764만tCO₂e로 재산정했다. 이 집계에는 산불 연기에서 2차 생성된 오존이 주변 숲의 광합성을 떨어뜨린 손실이 별도 항목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국내 연구는 지표면 오존이 산림 생산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전체 지표면 오존의 효과와 산불 유래분은 구분해야 한다. 따라서 아마존에서 얻은 24%를 한국 산불의 직접 배출량에 곱해 국내 손실을 계산할 근거는 없다. 필요한 것은 숫자의 단순 이식이 아니라 산불 연기의 이동경로와 주변 숲의 오존 노출, 생산성 변화를 함께 관측하는 일이다.
이번 연구가 제시하는 정책적 의미는 산불 예방과 불법 개간 억제의 편익을 불에 탄 면적과 직접 배출량만으로 평가해서는 부족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불길을 줄이는 일은 연기에서 만들어지는 오존을 줄이고, 살아남은 숲의 탄소흡수력 저하를 완화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그 크기를 확정하려면 더 촘촘한 오존 관측과 다양한 열대수종의 현장실험, 가뭄과 오존 및 연무의 반대 효과를 함께 다루는 검증이 뒤따라야 한다.
자료: 엑서터대·ETH 취리히·영국 기상청 해들리센터·영국 생태·수문학센터·제임스쿡대·국립산림과학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