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49개 tRNA 계열 중 하나가 줄자 전립선암은 약의 ‘자물쇠’를 바꿨다

손창한 기자 · 입력 2026.10.11 06:58
tRNA1-Arg(UCU) 감소가 AGA 코돈 번역과 SMARCC2 단백질 생산을 낮춰 암세포의 계통 정체성을 흔든 전임상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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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제는 흔히 암세포가 의존하는 ‘자물쇠’에 맞춘 열쇠처럼 작동한다. 그런데 암세포가 자물쇠 자체를 덜 쓰는 상태로 정체성을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 전립선암 세포가 안드로겐수용체(AR)에 대한 의존성을 버리고 약을 피하는 과정을 추적한 연구에서 뜻밖의 변화가 포착됐다. 연구진이 측정한 49개 tRNA 아이소억셉터 가운데 단 하나의 계열만 두 통계분석에서 공통으로 유의하게 감소했다. 감소 폭은 약 21%였다.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닌 작은 공급량 변화였지만, 단백질 생산과 암세포의 정체성, 약물 반응이 함께 흔들렸다.

2026년 10월 7일 발표된 연구가 지목한 것은 tRNA^Arg(UCU)였다. 여기서 49개는 tRNA 유전자나 분자의 총수가 아니다. 아이소억셉터는 같은 아미노산을 운반하지만 서로 다른 안티코돈을 쓰는 tRNA 묶음이다. 안티코돈은 단백질 설계도인 mRNA의 세 글자 코돈을 읽는 표지다. 연구진은 이어 UCU라는 같은 안티코돈을 지닌 5개 아이소디코더, 즉 안티코돈은 같지만 몸통 서열이 다른 tRNA 가운데 TRR-TCT1-1 유전자가 만드는 tRNA₁^Arg(UCU), 이하 tRNA1-Arg(UCU)가 일관되게 감소한다는 사실을 특정했다. 따라서 ‘인체의 tRNA 49개 중 하나’를 찾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설계도의 ‘AGA’를 읽는 운반차가 부족해졌다

mRNA가 단백질의 설계도라면 tRNA는 코돈에 맞는 아미노산을 생산 현장으로 나르는 운반차에 가깝다. tRNA1-Arg(UCU)는 아르기닌을 지정하는 AGA 코돈의 번역과 연결돼 있다. 연구진이 제시한 변화의 흐름은 TARDBP와 ZSCAN29 감소에서 시작한다. 두 단백질은 TRR-TCT1-1 유전자좌에 직접 결합해 발현을 조절했으며, 계통가소성 상태에서는 두 단백질과 해당 tRNA가 함께 줄었다. 계통가소성은 암세포가 기존 계통의 성질을 느슨하게 하고 다른 세포 유형과 비슷한 프로그램을 택할 수 있는 능력이다.

tRNA1-Arg(UCU)가 줄면 AGA 코돈을 포함한 단백질의 생산이 불리해졌다. 핵심 사례는 SWI/SNF 염색질 재구성 복합체의 구성원인 SMARCC2였다. 이 복합체는 세포가 유전정보의 어느 부분을 사용할지 조절하는 장치다. tRNA가 감소해도 SMARCC2의 mRNA 양은 유지됐지만 번역 효율과 단백질 양은 낮아졌다. 설계도는 남아 있어도 이를 실제 부품으로 조립하는 과정이 막힌 셈이다.

연구진은 같은 아르기닌을 뜻하는 다른 철자를 이용해 이 연결고리를 시험했다. SMARCC2의 AGA 코돈을 CGC로 바꾼 리포터는 단백질의 뜻을 유지하면서 부족해진 tRNA가 읽어야 할 철자만 피했다. 이 리포터에서는 계통 상태에 따른 번역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또 tRNA를 복원해 되살린 AR 활성과 엔잘루타마이드 감수성은 SMARCC2를 다시 억제하자 약해졌다. 다만 tRNA 복원 뒤 번역 효율이 증가한 mRNA는 2193개였다. SMARCC2가 필요한 연결고리라는 증거는 제시됐지만, 하나의 단백질만으로 전체 현상을 설명할 수는 없다.

25~50% 낮추자 약을 피했고, 되돌리자 감수성이 돌아왔다

연구진은 LNCaP 전립선 선암세포에 RB1 억제와 TP53^R175H, MYCN, ASCL1, SRRM4, NR0B2, BCL2, KRAS^G12V 발현을 조합해 AR 활성이 낮고 신경내분비 특징이 강한 계통가소성 모델을 만들었다. 이 모델과 여러 분석을 통해 tRNA 감소가 단순한 동반 현상인지, 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인지 구분하려 했다.

LNCaP와 C4-2B 세포에서 tRNA1-Arg(UCU)를 25~50% 낮추자 AR 경로의 유전자와 단백질이 감소하고 신경세포 관련 유전자 프로그램이 증가했다. 엔잘루타마이드·아팔루타마이드·다롤루타마이드 등 세 가지 AR 경로 억제제에 대한 저항성도 커졌다. 반대로 계통가소성 세포에 해당 tRNA를 재발현하자 AR 관련 유전자와 단백질이 회복되고 신경내분비 표지는 낮아졌다. 세 약물에 대한 감수성도 배양세포에서 되살아났다.

같은 UCU 안티코돈을 가진 다른 아이소디코더 4종이나 다른 아르기닌 tRNA를 과발현했을 때는 동일한 AR 프로그램 회복이 나타나지 않았다. 다른 아르기닌 tRNA 일부를 억제해도 같은 변화가 재현되지 않았다. 다만 이는 측정한 49개 아이소억셉터와 사용한 두 통계분석 안에서 한 계열이 유의하게 감소했다는 결론이다. 모든 tRNA 아이소디코더를 하나씩 기능 검증한 전장 스크린은 아니므로 절대적으로 유일한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약물 반응도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았다. 해당 tRNA의 감소는 AR 경로 억제제 저항성을 높인 반면, 신경내분비 전립선암 후보약으로 연구된 AURKA 억제제 알리서팁에는 감수성을 높였다. tRNA 복원이 모든 항암제의 효과를 일괄적으로 개선하는 스위치는 아니라는 뜻이다.

오가노이드와 생쥐가 보강한 인과성, 치료 입증과는 거리

연구진은 세포주뿐 아니라 PDX, 오가노이드와 Hi-Myc·TRAMP 생쥐 모델에서도 tRNA 유전자량을 낮추거나 높이는 반대 방향 실험을 했다. 오가노이드에서는 tRNA 변화 뒤 AR 경로 억제제 저항성이 3배 증가했다. 거세한 Hi-Myc 생쥐에서는 정상 사본군 14마리 중 고등급 PIN이 한 마리도 없었지만, 한 사본 결손군에서는 16마리 중 4마리에서 나타났다. 유전자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아도 양의 차이가 중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지만 표본은 작았다.

TRAMP 모델의 과발현은 약 8배였으므로 사람에게 적용할 생리적 복원 용량으로 해석할 수 없다. 공개 심사 과정에서 추가된 엔잘루타마이드 동물실험도 50mg/kg을 매일 한 달간 경구 투여했을 때 정상 사본군의 개선 경향이 더 컸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생쥐에게 tRNA 치료제를 투여해 종양을 줄이거나 생존을 연장한 연구가 아니다. 동물실험은 무작위 배정과 눈가림이 없었고 공식적인 사전 표본수 계산도 하지 않았다.

환자 조직의 상관관계가 남긴 가능성과 경계선

연구진은 워싱턴대–프레드 허친슨 전립선암 신속부검 프로그램에서 확보한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환자 56명의 종양 조직도 후향적으로 분석했다. 환자 수는 56명이고 종양 시료는 AR 양성 137개와 신경내분비 양성 18개를 합친 155개였다. 신경내분비성 종양에서 해당 tRNA 수준이 낮았으며, 임상경과 분석 대상은 35명이었다. tRNA 발현량은 진단부터 첫 골전이까지의 기간, 안드로겐차단 시작부터 사망까지의 기간, 안드로겐 비의존성 획득부터 사망까지의 기간, 전체생존과 각각 양의 순위상관을 보였다.

그러나 이 수치는 위험비나 생존 개선율이 아니다. 낮은 tRNA가 골전이나 사망을 일으켰다는 인과관계도 입증하지 못한다. 공격적인 신경내분비 전환의 결과로 tRNA가 함께 줄었을 가능성이 남는다. 코호트가 작고 모두 신속부검된 전이성 거세저항성 환자였으며 한국 환자는 포함되지 않아 초기 암이나 일반 환자에게 곧바로 일반화할 수 없다.

국내에서는 2023년 전립선암 신규 발생자가 2만2640명으로 전체 암의 7.8%, 남성 암의 15.0%를 차지했다. 남성 암 가운데 발생 순위 1위였다. 2019~2023년 진단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96.9%지만 이는 모든 병기를 합친 통계이며, 이번 연구가 겨냥한 전이성 거세저항성·신경내분비 전립선암의 예후를 뜻하지 않는다.

이번 연구는 번역을 맡는 작은 RNA의 공급량이 암세포 정체성을 조절하고 약물 회피에 관여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동시에 TARDBP와 ZSCAN29가 왜 감소하는지, 같은 안티코돈을 가진 다섯 tRNA 가운데 왜 하나만 특별한지, 다른 번역 표적과 비번역 기능이 얼마나 기여하는지는 남은 질문이다. 종양 선택적 전달, 적정 용량, 정상 조직 영향, 면역반응, 장기 독성과 비표적 번역 변화도 검증되지 않았다. 논문 발표 나흘 뒤인 2026년 10월 11일 현재 독립 연구팀의 재현 결과도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tRNA1-Arg(UCU)는 완성된 신약이 아니라, 암세포가 버린 정체성을 되돌려 기존 약의 표적을 다시 드러낼 수 있는지를 묻는 전임상적 치료 가설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자료: Nature, 프레드 허친슨 암센터, 시카고대, 워싱턴대, 국가암지식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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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한 기자 ch.son@k-r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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