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얼리자 DNA·siRNA가 스스로 나노입자가 됐다—얼음 결정의 압력과 농축 효과로 만든 유전자 전달 후보

물을 얼리면 그 안에 녹아 있던 DNA와 RNA는 어디로 갈까. 연구진이 제시한 답은 얼음 속이 아니라 얼음 결정 사이에 남은 좁은 액체 골목이다. 골목이 좁아질수록 실처럼 긴 핵산은 한곳에 몰리고, 자라나는 얼음벽이 옆에서 밀고 누른다. 얼음을 다시 녹인 뒤에는 압축된 핵산 뭉치가 나노입자로 남았다. 지질이나 고분자로 만든 별도의 운반 상자 없이, 전달할 유전물질 자체가 입자의 재료가 된 것이다.
중국 푸저우대학교와 중국과학원 소속 연구진은 이 같은 동결 기반 핵산 조립법을 2026년 10월 9일 국제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공개했다. 연구진은 단일가닥 DNA부터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siRNA, 단백질을 만들도록 설계된 플라스미드 DNA까지 최소 5종의 핵산 입자를 시험했다. 다만 이번 결과는 세포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 연구다. 사람에게 쓸 수 있는 치료제나 기존 전달체의 대체 기술이 확립됐다는 뜻은 아니다.
얼음 밖으로 밀려난 핵산, 좁은 액체 골목에서 뭉치다
논문 제목에 등장하는 고체–액체 미세상 분리는 얼음 결정인 고체와 핵산이 농축된 미동결 액체가 미세한 공간에서 나뉘는 현상을 뜻한다. 물이 얼기 시작하면 성장하는 얼음 결정은 DNA와 RNA를 결정 밖으로 밀어낸다. 아직 얼지 않은 액체의 부피는 계속 줄어들지만 그 안에 남은 핵산의 양은 그대로이므로, 국소 농도는 높아진다. 이것이 동결 농축, 곧 얼음에서 밀려난 핵산이 남은 액체에 몰리는 현상이다.
연구진의 설명에 따르면 가까워진 핵산 사이의 상호작용이 강해지면서 초분자 사슬이 형성됐다. 초분자 사슬은 분자들이 공유결합으로 하나의 긴 분자가 된 것이 아니라, 여러 상호작용을 통해 줄처럼 모인 구조를 가리킨다. 이어 전진하는 얼음–액체 계면, 즉 얼음벽과 남은 액체가 맞닿는 경계에서 생긴 응력이 이 사슬을 정렬하고 압축했다. 해동한 뒤에도 조밀한 집합체가 풀어지지 않고 나노입자로 남았다는 것이 연구진이 제시한 조립 과정이다.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도 동결 농축으로 핵산 사이 상호작용이 강해지고 사슬이 형성되는 과정, 얼음–액체 계면에서 조밀하게 배열되는 모습을 뒷받침하는 데 쓰였다. 분자동역학은 컴퓨터에서 원자와 분자의 움직임을 계산해 구조 변화를 살펴보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계산 결과를 얼음 계면의 모든 압력을 실험으로 직접 측정한 것과 같다고 볼 수는 없다. 자가조립이라는 표현 역시 아무 힘 없이 평형 상태에서 저절로 만들어졌다는 의미보다는, 움직이는 동결 계면의 힘으로 형성되고 붙잡힌 구조일 가능성까지 열어둬야 한다.
택배 상자와 내용물을 하나로 만들다
핵산 전달이 어려운 이유는 그 성질에 역설이 있기 때문이다. DNA와 RNA는 물에 잘 녹고 강한 음전하를 띠지만, 지방 성분이 많은 세포막을 그대로 통과하기는 어렵다. 몸속에서는 핵산분해효소에 의해 분해되거나 빠르게 제거될 수 있다. 세포가 입자를 삼키더라도 엔도솜이라는 주머니에 갇히면 유전자 조절이 일어나는 세포질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건물 안에 택배가 들어온 것과 정확한 방까지 배달된 것이 다른 셈이다.
그래서 기존 핵산 의약품은 지질나노입자나 양이온성 고분자 같은 별도 전달체에 핵산을 포장하는 방식을 널리 사용해 왔다. 미국 식품의약국이 2018년 8월 10일 승인한 siRNA 의약품 파티시란도 지질 부형제를 포함한 지질나노입자 제형이다. 기존 방식이 siRNA라는 편지를 지질이나 고분자 택배 상자에 담는 것이라면, 이번 접근은 편지 뭉치 자체를 얼음으로 압축해 상자처럼 만든 데 가깝다.
여기서 화학 첨가제 없이 만들었다는 말의 범위는 분명히 해야 한다. 입자를 압축하고 조립하기 위한 별도의 지질, 양이온성 고분자, 무기 코어 같은 운반체·부형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핵산의 합성과 정제, 염, 완충액, 세포배양 시약을 포함해 모든 화학물질을 배제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구진은 단일가닥 DNA로 만든 DNA-NPs, 분자 비콘으로 만든 MB-NPs, Bcl-2 표적 siRNA로 만든 siBcl-2-NPs, PLK1 표적 siRNA로 만든 siPLK1-NPs, 녹색형광단백질을 발현하는 플라스미드 DNA로 만든 pEGFP-NPs 등 최소 5종을 시험했다. 분자 비콘은 특정 핵산을 만나면 빛을 내도록 설계된 탐침이다. 연구진은 MB-NPs가 유방암 세포에서 miRNA-21을 검출했고, siBcl-2-NPs는 세포가 죽지 않도록 돕는 단백질 Bcl-2의 발현을 낮췄다고 보고했다. siPLK1-NPs는 항종양 효과를 나타냈고, pEGFP-NPs는 세포에서 녹색형광단백질이 발현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 평가는 생체외와 생체내, 즉 세포 등 생체 밖 조건과 동물의 몸속 조건에서 이뤄졌다. 서로 역할이 다른 핵산에서도 입자 형성과 기능을 살폈다는 점은 적용 범위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시험별 동물 종과 투여 경로, 효과의 크기, 대조군, 통계값은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어떤 입자가 기존 전달 방식보다 더 효율적이거나 안전하다고 판단할 근거는 아직 없다.
동결 손상을 조립 동력으로 바꾼 역발상
동결 농축과 얼음 계면은 제약 공정에서 대개 피하거나 통제해야 할 위험으로 다뤄졌다. 기존 DNA–고분자 입자와 RNA·지질나노입자 연구에서는 얼음이 생길 때 나타나는 국소 이온강도 변화, 계면 노출, 기계적 응력이 입자의 응집과 융합, 효능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됐다. 이번 연구의 새로움은 이미 알려진 이 물리 현상을 기능성 핵산 자체의 입자 조립에 이용했다는 데 있다. 손상을 일으킬 수 있던 힘을 제조 동력으로 돌린 것이다.
그렇다고 얼리기만 하면 모든 DNA와 RNA가 유용한 입자로 변한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냉각 속도와 온도 구배, 얼음핵이 처음 생기는 위치, 용기 모양, 시료 부피, 염과 완충액 농도에 따라 얼음 결정과 농축 구역이 달라질 수 있다. 작은 바이알에서 얻은 결과가 대형 배치에서도 같은 입자와 활성을 재현할지는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 이번 연구의 동결 온도와 냉각 속도, 처리 시간, 시작 농도, 입자 크기와 분포, 회수율과 수율은 확정 수치로 확인되지 않았다.
해동 뒤의 안정성도 남은 문제다. 혈청과 단백질이 있는 몸속 환경에서 입자가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 보관 중 뭉치거나 분해되는지, 반복 동결과 해동 뒤에도 기능을 지키는지는 확립되지 않았다. 압축 강도에도 균형이 필요하다. 너무 빨리 풀리면 핵산을 보호하기 어렵고, 지나치게 단단하면 siRNA가 세포질의 유전자 억제 장치에 이용되거나 플라스미드 DNA가 단백질을 발현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나노입자를 만드는 것과 목적지에 배달하는 것은 다르다
가장 큰 질문은 몸속 배송이다. 핵산이 나노입자로 압축됐다고 해서 혈중 핵산분해효소 회피, 신장 제거 지연, 원하는 장기 도달, 특정 세포 선택, 세포막 통과, 엔도솜 탈출, 세포질 방출이 한꺼번에 해결되지는 않는다. 지질나노입자나 GalNAc 방식은 조성 또는 리간드, 즉 특정 표적을 알아보는 분자를 이용해 장기와 세포에 대한 전달을 조절한다. 순수 핵산 입자가 어느 장기에 쌓이고 정상세포와 종양세포를 어떻게 구별하는지는 현재 확인된 자료만으로 알 수 없다.
운반체가 없다는 사실도 곧 무독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고밀도 핵산 자체가 선천면역 수용체를 자극하거나 세포와 비특이적으로 상호작용할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 사이토카인 반응, 보체 활성, 혈액적합성, 장기 축적, 반복투여 독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PLK1은 세포분열에 관여하므로 종양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뿐 아니라 정상적으로 분열하는 조직에 미칠 영향도 검토해야 한다.
이번 연구는 핵산을 전달해야 할 화물이자 입자를 이루는 재료로 함께 바라보는 후보 플랫폼을 제시했다. 얼음 결정이 단순한 냉각 수단을 넘어 핵산을 밀어내고 농축하며 물리적으로 구속하는 틀로 작동할 수 있다는 관점도 보여줬다. 그러나 2026년 10월 10일 현재 독립 연구진의 직접 재현이나 재현 실패는 확인되지 않았다. 발표 직후라 검증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뜻이지 재현성이 입증됐다는 뜻은 아니다. 혈중 안정성, 장기별 분포, 표적화, 엔도솜 탈출, 반복투여 안전성, 대량생산 재현성을 확인하고 기존 전달체와 같은 조건에서 직접 비교하는 일이 다음 단계다. 지금 단계의 결론은 기존 지질나노입자를 대체했다는 것이 아니라, 동결이라는 단순한 물리 과정을 새로운 핵산 전달 후보 플랫폼으로 바꿀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 있다.
자료: 네이처 포트폴리오, 푸저우대학교, 중국과학원, 미국 식품의약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