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수요 따라 AI 데이터센터 15GW로 확대…전력·자금 조달이 관건

국내에서 약 20년간 구축된 데이터센터 용량의 여러 배에 이르는 AI 인프라를 세우려는 구상이 전력과 자금 조달이라는 현실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SK는 2029년부터 1단계 5기가와트(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순차적으로 가동하고, 수요와 투자 여건에 따라 2035년까지 전체 용량을 15GW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가와트는 발전소나 대형 전력시설의 규모를 나타낼 때 쓰는 단위다. 1GW는 1000메가와트(MW)에 해당한다. AI 데이터센터는 인공지능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서버를 대규모로 운영하기 때문에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많은 전력과 냉각 설비, 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하다. 15GW는 한꺼번에 건설하기로 확정한 물량이 아니라 고객 수요와 투자 환경을 살피며 순차적으로 확대하는 2035년 중장기 목표다.
SK텔레콤은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와 메모리 가격 상승을 반영하면 통상적인 1GW급 AI 데이터센터 건설비가 약 70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준을 단순 적용하면 5GW에 약 350조원이 필요하지만, 실제 비용은 서버 구성과 착공 시점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막대한 비용을 한 기업이 전부 부담하기 어려운 만큼 외부 투자자와 입주 고객을 확보하고, 실제 AI 수요에 맞춰 투자 규모와 속도를 조절하는 방식이 중요해졌다.
1단계 후보지는 영남권 2GW 이상과 서남권 1GW 등을 포함한다. SK는 데이터센터 건물만 짓는 것이 아니라 부지와 전력, 장기간 시설을 이용할 핵심 고객인 ‘앵커 테넌트’를 함께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력망 연결과 변전소 구축이 늦어지거나 대규모 고객을 구하지 못하면 시설 가동 일정과 투자 회수 계획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개발은 SK텔레콤의 100% 자회사로 출범한 SK하이퍼가 맡는다. SK하이퍼는 부지와 전력 인프라 확보, 고객 유치와 사업화를 담당한다. SK텔레콤은 2030년까지 최대 7500억원을 나눠 출자해 부지 취득과 변전소 구축 등에 필요한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별도로 데이터센터와 해저케이블 사업을 맡는 SK호라이즌에는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3조800억원을 유치했다고 밝혔다.
울산에서는 15년간의 전략적 협력을 바탕으로 AI 데이터센터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SK텔레콤의 후속 설명에 따르면 울산 센터는 2027년 11월 41MW 규모로 1차 가동하고, 2029년 2월까지 103MW로 완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대규모 구상을 한 번에 실행하기보다 실제 시설을 단계적으로 열어 운영 경험과 고객 수요를 확인하려는 접근으로 볼 수 있다.
세계적인 전력 수요 증가도 사업의 배경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2025년 485테라와트시(TWh)에서 2030년 약 950TWh로 거의 두 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AI 중심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같은 기간 세 배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전력망 접속과 전력기기·반도체 공급망은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병목으로 지목됐다.
결국 15GW 구상의 성패는 서버를 많이 설치하는 데만 달려 있지 않다. 충분한 전력과 부지를 확보하고, 시설을 실제로 이용할 고객을 유치하며, 장기간의 건설비를 감당할 투자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자본시장 조달 여건과 투자수익 기대가 달라지면 사업 속도도 민감하게 조정될 수 있어 단계별 수요 검증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자료: SK텔레콤, 국제에너지기구(IE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