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돌기와 소포 움직임 한 화면에 담는 현미경 기술 개발

살아 있는 세포가 주변을 탐색하는 돌기와 세포 안에서 물질을 운반하는 작은 주머니의 움직임을 한 화면에서 동시에 볼 수 있는 현미경 기술이 개발됐다. 서로 다른 높이에 있는 구조를 함께 촬영할 수 있어 세포 이동과 물질 수송이 어떤 관계를 맺는지 살피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박정훈 교수 연구팀은 시야의 구역마다 빛을 비추는 깊이를 다르게 조절하는 ‘가변형 전반사 형광현미경(Tunable TIRF)’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2026년 9월 22일 국제학술지 ‘Laser & Photonics Reviews’에 온라인 게재됐다.
혈관 안쪽을 덮는 내피세포와 일부 암세포는 세포막을 길게 뻗어 주변 환경을 살피고 이동한다. 이와 동시에 세포 안에서는 ‘소포’라고 부르는 작은 주머니가 필요한 물질을 싣고 이동한다. 돌기는 세포 바닥에서 비교적 높은 곳까지 뻗을 수 있지만, 소포 수송은 바닥면 가까이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두 현상을 함께 이해하려면 서로 다른 깊이를 동시에 관찰해야 한다.
일반적인 전반사 형광현미경(TIRF)은 유리와 시료의 경계에서 생기는 ‘소멸파’를 이용한다. 소멸파는 경계면에서 아주 가까운 얇은 층에만 닿는 빛으로, 방 전체가 아니라 바닥 근처만 얇게 비추는 조명에 비유할 수 있다. 배경 신호를 줄이면서 세포막 부근의 소포 이동이나 물질 분비, 세포가 외부 물질을 받아들이는 세포내섭취를 관찰하기에 유리하다.
다만 기존 방식은 한 번에 적용할 수 있는 조사 깊이가 사실상 하나라는 제약이 있었다. 입사각을 바꿔 여러 깊이의 정보를 얻는 다중각 TIRF도 있지만, 서로 다른 조건을 차례로 촬영해야 한다. 빠르게 움직이는 구조들이 같은 순간에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 비교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기존 형광현미경에 디지털 미세거울 소자(DMD)와 공간 필터를 더했다. DMD는 매우 작은 거울들을 제어해 원하는 곳으로 빛을 보내는 장치다. 연구진은 이를 이용해 한 시야 안에서도 구역별로 서로 다른 부피와 깊이에 형광을 일으켰다.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부품을 쓰지 않아 조명 깊이를 바꾸는 속도는 원칙적으로 DMD의 갱신 속도에 의해 결정된다.
연구팀은 사람 탯줄정맥 내피세포(HUVEC)와 자궁경부암에서 유래한 HeLa 세포로 기술을 시험했다. 그 결과 바닥면 가까이에서 이동하는 소포와 그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세포막 구조의 움직임을 동시에 관찰했다. 한쪽 영역은 얕게, 다른 영역은 더 깊게 비추는 방식으로 서로 다른 높이의 생명현상을 같은 시간대에 기록한 것이다.
이번 기술은 연구팀이 2020년 발표한 ‘Tunable SIM’의 공간 맞춤형 조명 개념을 깊이 선택형 TIRF로 확장한 흐름이다. 당시에는 시야 영역별로 시간·공간 분해능을 달리했고, 이번에는 관찰하려는 구조의 높이에 맞춰 조사 깊이를 나눴다.
연구에는 정윤돈·최브라이언·우태성·이관우·최영진·박의진·김하진·이상규·강주헌·박정훈 연구자가 참여했으며 박정훈 교수가 교신저자를 맡았다. 연구비는 한국연구재단 과제 4건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정보통신기획평가원 과제의 지원을 받았다.
이 기술은 암세포의 이동이나 혈관을 이루는 세포의 변화를 연구하는 관찰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번 결과는 배양세포를 대상으로 한 영상화 기술의 시연이다. 실제 환자 조직이나 동물모델에서 암 전이를 억제하거나 혈관 재생 치료 효과를 입증한 연구는 아니다.
자료: 울산과학기술원, 기초과학연구원,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기획평가원, Wiley-VCH
